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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이 Apr 20. 2024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

계획대로 되지는 않는 여정일지라도


첫 만남은 너무 어려워 - TSW(투어스) 머리를 탕탕 치는 안무가 있는데, 가사처럼 계획대로 되지 않음에 머리 아픈(골 때리는) 모습을 안무로 표현한 것 같아 재미있다.


최근 댄스 학원에서 아주 핫한 아이돌 그룹인 TWS(투어스)가 부른 곡을 배웠다.


제목부터 범상치 않다.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


반복해서 가사를 듣다 보니 상당 부분 공감되는 부분이 있다.

첫 만남은 너무 어려워
계획대로 되는 게 없어서
첫 만남은 너무 어려워
내 이름은 말야

TWS(투어스) -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


그렇다.. 첫 만남뿐 아니라 나의 경우 솔직히 계획대로 되는 게 거의 없었다.

그럼 어떻게 하지?



생각해 보면 내 삶에는 '우연'이라는 요소가 많이 개입해 왔다. 거의 모든 것이 우연으로 이루어졌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이다.


늘 계획이 있었지만 계획한 그대로 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영어라는 언어로 표현하면 더 직관적인 표현도 있어서 써보면 이렇다.


‘It wasn’t part of my plan'.

그건 내 계획의 일부는 아니었어.



내게는 이런 사례가 있다.


혼자 간 여행지에서 종종 새로운 인연을 맺었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여행에 대한 얘기를 각자의 시선과 삶으로 비추어 얘기했다. 서로 예상에 없던 사람들을 만나 삶의 일부를 나누는 장면은 나의 여정에서 늘 결정적인 지점이 되어 주었다. 그 순간 선명하게 새겨지거나, 혹은 어느 정도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라도 그 지점들을 재조명하게 되었다.


은행 취업 준비를 했었다. 나름의 노력을 했지만 그리 빼어난 것이 없는, 종종 감성적이 되는 F 성향의, 확신을 갖고 말하는 경향이 적은, 그리 영리하지 못한 나는 은행에 취업하지 못했다. 금융권 회사에 지원하다가 증권사 ETF팀의 백오피스에서 일하게 되었다. 돈을 벌어, 먹고 사는 일이라는 관점에서 예상에 없던 '일'의 시작이었다. 지금 하는 일에 '커리어'라는 단어를 붙이기에는 스스로 떳떳함이 부족하다. 그저 어떤 일을 2년 반 정도 했다- 라고만 말할 수 있을 뿐이다. 그래서 새로운 일을 알아보고 있다.


자전거를 타러 나갔었다. 공원에 놓인 피아노를 치는 사람들을 만났다. 모르는 사람이 연주하는 피아노가 가득 채운 공간을 즐겼다. 잠시 그 자리에 멈추어 서서. 피아노 연주가 끝난 후 잠깐 얘기를 나누었다. 찰나의 만남으로 누군가를 몇 달 동안 좋아했었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되는 데 우연이라는 요소면 충분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가 한 것은 그저 그 순간에 느낀 감정과 표현에 충실했던 것이다. 첨언하면, 바랐던 인연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가 아니었다면 알지 못했을 어떤 감정들, 그리고 어떤 면에서 성숙함을 기르게 된 시간이었다.


남자친구가 생겼다. 계획하지 않은 장소에서 계획하지 않은 때 만난 사람이다. 작년에는 소개팅을 몇 번 했었다. 올해에는 굳이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애쓸 생각이 없었다. 주변부의 좋아하는 것들에 애정을 느끼고 손길을 들이고 있었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던 어느 날 생각지 못한 곳에서 예상에 없던 때에 한 사람이 '나타났다'. 우연의 동의어가 '의도하지 않음'이라면 우리의 첫 대면은 우연적이고 내추럴했다. 무엇이든 시작은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되는 것'이다. 서로를 잇는 연결고리를 발견하며 우리는 연인으로 발전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말하는 어떠한 '매직'이 작용한 걸까.


솔직히 굵직한 사례 외에도 나의 일상은 상당 부분 우연적으로 굴러가고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할 것 같다. 당장 출근길 버스 파업으로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한다. 당일 장을 무사히 마쳐야만 (당연한) 정시에 퇴근을 할 수 있다. 누군가와 점심 식사를 하면서 이직에 대한 결정을 내린다. 답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들로 망설이던 거다. 커피 마시며 시간을 갖고자 들른 카페에서 감정적 교류를 경험하고 단골, 나아가 서로에게 이웃이 된다.


이 모두가 애초에 머릿속에 없던 사건들이다. 무언가를 하기로 결정하고 움직이는 것은 나 자신이다. 그러나 그 무언가를 되짚어 볼 때, 짧은 여정이든 긴 여정이든 결국 많은 순간 우연적인 요소들이 들어와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나라는 사람은 계획한 대로 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이 점은 나의 부족함과 한계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때로 계획한 대로 되지 않음이 너무 답답하고 인내하기 벅차다. 하지만 얼마나 힘든지와 상관 없이 계획한 대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도록 컨트롤할 수는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결정을 내리고 실행하는 것과 그 과정에서 다가온 우연한 요소들을 자연스럽게 맞이하는 것이다.


'우연'의 정수는 인간의 예측과 통제가 적용되지 않는 미지로 존재한다는 데에 있다. 솔직히 나는 여행할 때에도 돌아오는 길은 생각하지 않는 편이다. 더 가보고 싶거나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돌아오는 길은 생각하지 않고 간다. 무언가를 할 때도 내게 그 정도의 용기가 있으면 좋겠다. 결정을 하고 실행하되, 그다음은 우연적인 요소들에 맡기는 태도. 그 어떤 것에도 너무 집착하고 싶지는 않다. 곳곳에 있는 우연들이 여정을 더욱 풍요히 채워 주기를.


기억에 남는 우연적 지점이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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