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현이 May 15. 2024

이랏샤이!

온 힘을 다해 던지는 인사 같아서


숲길에는 일본인이 운영하는 커리 가게가 있다.

오사카 난바라고 해서 현지에서는 꽤 유명한 집인가 보다. 홍대점에 이어 공덕점이 생긴 걸 보면 말이다. 사장님은 스기무라 씨인데, 매장에 사진이 붙어 있다. 실제로 뵌 적은 없다.


아기자기한 내부는 일본 분위기가 물씬하게 꾸며져 있다. 진짜 일본 사람이기에 연출할 수 있는 매장이랄까. 매장 직원분들 역시 다 일본인 같다. 마치 공덕 속의 작은 일본 같은 느낌이었다. 아무튼 서울은 독특한 곳이다. 들어가면 갑자기 나만 일본에 온 듯한 기분이 드는 가게가 있다는 게.


올해 들어 처음 이곳을 방문했다.


이랏샤이!

라며 맞이해 주는 젊은 직원분.

그 인사 하나로 주의가 환기된다.


안녕하세요~

이렇게 한국어로 인사 받을 때와는 다른 느낌이다.

안녕하세요! 라면 모를까.


식사 맛있게 하세요!

기다리던 커리를 건네주실 땐 약간 서툰 한국어로 말을 건네신다.


외국인이 한국어를 말할 때는 이런 느낌이 든다.

온 힘을 다해 말하는 것 같은.

그래서 매일 듣는 말이라도 외국인이 하면 다르게 느껴지는 것 같다. 영혼 없이 던지는 멘트가 아니라 온 힘을 다해 던지는 멘트 같아서.


그래서 외국인이 한국어로 말할 땐 새삼 진심처럼 느껴지는 것 같다.

그게 진심이든 아니든 간에.



식사를 하면서 직원들이 일하시는 모습을 본다.

캐주얼한 일본 노래가 나오는 매장과는 또 달리,

직원들은 차분하게 일하고 있다.


밥과 커리를 한 그릇에 담고 튀김을 건져 올린다.

한 그릇의 커리가 만들어진다.

타국에서 생계를 꾸려가는 이들이 만든 음식을 먹는 건 때로 새로운 기분이다.



이랏샤이!

공덕의 작은 일본에서 경험한 힘찬 인사만큼

나도 기운을 내 보아야지.


매거진의 이전글 먹는 것은 몸이 되고 읽는 것은 생각이 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