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현이 Sep 01. 2024

한 주에 쉼표

휴일을 휴일처럼


잘 쉬기로 한 일요일 아침입니다. 어떤 게 잘 쉬는걸까 생각해 봅니다.


서울을 좋아하지만, 도시의 소음이 벅차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브런치 먹으러 가는 걸 좋아하지만, 그것마저 망설여질 때도 있습니다. '다녀오면 다시 공허하겠지..'라는 생각에 말이에요. 채워지지 않는 뭔가가 늘 있습니다. 커피를 좋아하지만 전날 저녁에 커피를 마셨을 땐 다음날 카페인이 부담스럽습니다. 오늘 정말 잘 쉬고 싶은데.. 어떡하지? 잠시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봅니다.


책을 들고 옆 카페에 가려던 마음을 돌립니다. 무언가를 해야 안심이 되는 마음을 내려놓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책도 접어두고 싶습니다. 눈에 자극을 주고 싶지 않고 카페에 가는 어깨가 가벼웠으면 좋겠습니다. 뭔가를 들여와야 한다는 마음도 오늘 오후까지는 내려놓고 싶습니다. 오늘은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자-라고 생각합니다. 주말이면 바깥 공기를 느끼러 나가는 걸 좋아하지만, 정말 지쳤을 때는 집이 최고입니다. 그저 조용히 있을 수 있으니까요. 산책 겸 디카페인 커피를 테이크아웃 하기로 했습니다.



오랜만에 가볍게 텀블러를 들고 나옵니다. 카페에 가는 길은 역시 손이 가벼울 때 더 즐겁습니다. 훌렁훌렁 입고 카페에 가는 길은 왜 이리 즐거울까요? 공원 단골 카페에 갑니다. 요즈음에는 주말에 노트북을 들고 다른 카페에 가느라 오랜만의 방문입니다.


창가자리에 잠시 걸터앉습니다. 바깥과 연결된 그곳의 창가 자리를 좋아합니다. 잠시 앉아서 시간을 보냅니다. 공원을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유모차를 끌고 아이와 산책을 나온 부부, 연인들이 보입니다. 이제 나무그늘이 있으면 바깥 자리에 앉을 수 있는 날씨라 야외좌석으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입니다. 사람들의 표정을 보니 꽤 좋습니다. 주말 아침이야- 라는 듯한 표정입니다. 숲길 공원 카페들에서 사람들은 커피와 브런치로 주말 아침을 즐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평소에는 갖지 못했던 가족과의 시간을 즐기는 것 같아 무척 보기 좋습니다. 일상이 주말 같기만을 바랄 수는 없듯이 주말을 주말답게 즐기는 것 같았습니다. 휴일처럼 말이에요.


휴일의 의미는 다른 데 있는 게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저 평소와 달리 조금 느긋한 마음을 먹으면 될 것 같았어요. 편안한 옷으로 나와 공기를 좀 느끼기, 햇빛을 좀 보기, 가족과 혹은 자기 자신과 시간을 좀 보내기 위해서 말이에요. 신께서 휴일을 만드셨는데 언제부터인지 휴일을 휴일로 살지 못하는 건 저뿐일까요? 글과 말에 쉼표가 있듯이, 한 주의 끝에서 쉼표를 찍어도 괜찮기를.



눈을 지그시 감고 있는 동안 휴식을 감각합니다. 평소에도 햇빛을 좀 보고, 자연과 좀 더 가까이 지내자고 다짐합니다. 이게 휴식이니까요.


잘 마셨습니다-

눈인사 하며 카페를 나설 때, 한결 가벼워진 마음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지금 있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