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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러시아 한입, 동대문 페르투나

익숙한 나를 깨우는 미식 경험

by 현이


어제 남자친구는 물었다.

“러시아 음식 먹으러 갈래?”


러시아라는 국가에는 가 본적이 없다. 친구가 있는 것도 아니라 가깝지만 잘 모르는 나라이다. 러시아 음식에 대한 관심이 있던 적도 없었다. 그래서 남자친구가 물었을 때, 큰 기대가 있지는 않았다. 그저 약간의 궁금함이 들었을 뿐.


쁠롭. 러시아의 볶음밥 이라고 불린다.


러시아 음식을 맛보기 위해 향한 곳은 동대문이다. 동대문에 러시아 식당이 많다고 하는데 그런만큼 거리에 외국인이 많이 보였다. 우리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5번 출구에서 걸어서 5분 정도 거리인 ‘파르투네’라는 곳으로 향했다.


나는 도착한 곳에서 러시아 문화를 제대로 경험하고 오게 되었다. 매장에 들어서자 모여서 식사하고 있는 현지 사람들이 모였다. 열 명 이상의 러시아 사람들이 긴 테이블에 앉아 식사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친구들 세네명이서 와서 술 한잔 하며 식사하는 테이블도 있었다. 혼자 와서 천천히 식사하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아마도 그리운 맛을 찾아 온 사람일 거다.


사람들을 보니 중국 기숙사에 있을 때가 떠올랐다. 당시 국제학생 기숙사에는 우크라이나,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처럼 중앙아시아에서 온 친구들이 있었다. 그들은 연말에 나를 초대해서 멋지게 자기네 나라 요리를 대접한 적이 있었다. 크리스마스 파티를 했던 건데, 학급 친구인 나를 초대할 정도로 사람 간 넘치는 친밀함과 고향 음식을 사랑하는 마음에 감동했던 기억이 있다.


그들은 모두 우리가 식사를 끝낼 때까지 있었다. 평소 빠르게 식사하는 데에, 한 끼를 혼자 대강 먹는 데에 익숙해져 있던 그래서 그게 당연한 모습이 아닌가 라고 나도 모르게 스며든 생각에 제동을 거는 장면들 이었다. 천천히 식사하며 같이, 또는 혼자 식탁 위의 여유를 누리는 그곳의 문화를 나는 러시아 식당에서 경험한 것이다. 어디 멀리 여행을 떠난 것도 아니건만, 이 장면에 속해 있는 것만으로 러시아의 어딘가에 있는 기분이 들었다.


“아, 이런 삶의 모습도 있다니”

라는 걸 느낄 때 나는 기분전환이 되는 것 같다.


마르코프 차 라는 러시아의 김치(당근절임)와 같이 먹는다.


음식은 멋진 매개가 되는 것 같다. 평범함 일상에 새로움을 주기에. 때로는 어딘가로 데려갈 만큼, 훌쩍 떠나지는 못할 때 그 마음을 달래기에는 부족하지 않을 만큼. 미각은 놀라운 감각이고, 그런 면에서 미식은 멋진 경험이다.


그래서 상상에 없던 좋은 자극이 필요할 때

어딘가 떠나고 싶을 때

처음 맛보는 음식을 경험하러 가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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