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도 정신없이 마무리되었다. 이상하리만큼 올해는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개인적으로 많은 일을 경험한 뜻깊은 한 해였다. 평소라면 연초에 거창한 목표를 세워서 힘든 시간을 보냈을 텐데 이번에는 정말 심플한 목표를 세웠다. 무조건 새로운 일을 많이 경험해보고 할지 말지 고민할 시간에 직접 실행으로 옮겨보자라는 결심으로 시작했는데 나름 성공적이라 자평한다.
성취물이라면 내가 좋아하는 요리 공부를 시작했고 부산물로 식품자격증을 취득했다.(식품가공기능사, 식품위생관리사, 국제식품안전관리자, 양식조리기능사 필기합격, 조주기능사 필기합격, 르 꼬르동블루 제과 단기과정 수료, 오~꽤나 많네?)
그리고 또 다른 성취물은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는 것이다. 특히나 내가 좋아하는 요리를 하면서 글을 쓰는 브런치 작가가 되어서 정말 행복했다. 평소 동경하던 작가의 삶(?)을 경험하고 있어서 뿌듯하기도 하고 매주 연재를 빠짐없이 해야 한다는 나름 작가로서 책임감이 생겼지만 늘 재밌게 하고 있다.
가끔 아내가 옆에서 글을 너무 대충대충 빨리 쓰는 거 아니냐고 질타를 한다. 아무래도 난 전문 작가가 아니니 어렵게 쓰기보다 말하듯이 쓰다 보니 그런 얘기를 듣는 것 같다. (사실 비밀인데 아내는 웹툰 작가다. 쉿!!)
개인적인 얘기를 너무 길게 했다. 결론은 안 아프고 건강하게 한 해를 보내서 행복했다. 이제 본격적인 요리에 들어가 보자.
연말 요리를 어떻게 선정할까 고민을 하다가 우리 가족이 좋아하는 요리를 해보자라는 결론을 내렸다. 자극적이지 않고 토마토가 들어가면 일단 기본 이상은 할 테고 채소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연말 특선 요리 구성은 식전주, 전채요리, 샐러드, 메인요리, 디저트 순으로 진행된다. 나름 코스 요리로 구성해 봤다.
식전주는 "네그로니"를 준비했고 쌉쌀한 맛과 향기롭고 풍부한 맛이 입맛을 돋게 만든다. 조주기능사를 준비할 때 배웠던 칵테일인데 레시피가 어렵지 않아서 집에서 가끔 만들어서 마신다. 그런데 생각보다 도수가 높으니 맛있다고 한 번에 마시면 취할 수도 있다.
(주재료 : 캄파리, 스위트 베르무트, 진, 오렌지)
전채요리는"코코트 에그"인데 이 역시 만들기 너무너무 쉽다. 프랑스식 달걀찜이라 생각하면 편하다. 작은 오븐 용기에 버터를 바르고 생크림을 약간 부어 준 다음 달걀을 까서 넣는다. 그리고 생크림을 그 위에 살짝 부어주고 잘게 썬 허브를 올리고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을 해준다. 160도로 예열된 오븐에 넣고 흰자가 단단해질 때까지 익히면 요리 완성이다.
(주재료 : 달걀, 생크림, 버터, 소금, 후춧가루, 잘게 썬 허브)
샐러드는"카프레제"다. 프랑스 요리 같지만 사실은 이탈리아 요리다. 카프레제는 이탈리아 국기 색깔과 같다. 초록은 바질, 흰색은 모차렐라 치즈, 빨강은 토마토로 표현된다. 국기 색깔로 겹친 다음 소금과 후춧가루로 살짝 간을 해주고 발사믹 식초와 올리브 오일을 뿌려 주면 완성이다. 꼭 3가지를 한 번에 먹어야지 깊고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첫 번째는 "라따투이"다. 아마도 영화 라따투이를 본 사람이면 알겠지만 영화 상에서 음식비평가가 라따투이를 먹고 감동을 받는 장면이 나온다. 간단하지만 건강하고 누구나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그런 서민 요리다.
“대충 섞어 익힌 스튜”라는 단어 뜻인 라따투이는 실제로 어려운 요리법은 아니지만 약간의 수고를 해야 한다. 모든 채소를 따로 익혀야 한다는 것이다. 각 채소의 최적의 익힘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한 번에 냄비에 넣고 익히게 되면 성공적인 결과물을 얻기가 어렵다. (비평가처럼 까다롭지 않다면 채소를 한 번에 넣어 익혀도 되지 않을까? 물론 난 정석대로 했다.)
요리법을 보면 진짜 대충 섞어 익힌 스튜지만 연말 특선 요리라 보이는 것도 중요하기에 좀 더 예쁘게 만들어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