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국물과 술 한잔이 저절로 생각나는 계절이다. 평소에 국을 먹으면 주로 빨간 국 위주로 먹었는데 요즘에는 맑은 국을 점점 찾게 된다. 자극적인 것보다는 담백하고 깔끔한 것이 좋아질 나이(?)인가 보다.
때 마침 이번 요리가 내가 원하던 요리다.
부르고뉴풍의 홍합 구이
홍합은 정말 우리에게 익숙한 요리 재료다. 값도 싸고 조리도 어렵지 않아서 많은 요리에 활용된다. 나 역시 홍합요리를 좋아하는데 정말 냄비에 넣고 찌기만 하면 끝이다. 물론 여기에 여러 재료를 넣으면 좀 더 고급스러운 요리로 변신한다.
과연 미식의 나라인 프랑스에서는 홍합을 어떤 식으로 요리해 먹는지 알아보자.
요리 제목에 있는 부르고뉴는 나에겐 익숙한 도시다. 피노누아 와인을 좋아하는데 부르고뉴가 유명하다고 해서 자주 접했고 내가 좋아하는 요리인 뵈프 부르기뇽도 부르고뉴 지방에서 유명한 소고기 스튜 요리다.
그런데 홍합요리를 부르고뉴풍으로 한다고? 알아보니 부르고뉴에서는 홍합에 화이트와인을 첨가해서 상큼하게 먹는다고 한다. 책의 내용을 보면 조개가 듬뿍 든 에스카르고 버터 만들기가 포인트라고 되어 있다.
에스카르고라 하면 달팽이 요리라고 알고 있을 텐데 그 달팽이 요리에서 달팽이 대신 홍합살이 들어갔다고 이해하면 된다. 과연 맛이 어떨까? 두근두근!!
바로 17번째 요리 수업을 시작해 보자.
재료는 당연히 홍합이 들어간다. 마트에 없을 줄 알았는데 해산물코너에 당당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런데 홍합크기가 생각보다 너무 작아서 요리에 나온 대로 과연 표현이 될지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뉴질랜드산 초록잎홍합을 추가로 구입했다는데 크기가 어마어마했다.
볼에 녹인 버터, 다진 파슬리, 다진 마늘, 다진 양파, 아몬드 가루, 호두 가루를 모두 넣고 잘 섞어준다. 그리고 레몬즙과 코냑을 넣고,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을 해준다. (코냑향이 너무 좋다. 한잔 홀짝~)
랩에 감싸서 냉장고에 넣어서 굳히면 에스카르고 버터 완성이다.
홍합을 익힐 차례다. 냄비에 버터를 녹이고 잘게 썬 양파를 넣고 볶는다. 그리고 홍합을 넣고 화이트 와인을 홍합이 잠길 정도로 부어준다. 뚜껑을 닫고 홍합이 입을 쩍 벌릴 때까지 익힌다.
홍합이 다 익었으면 홍합살을 떼어 낸다. (환상적인 향이 난다. 옆에서 아들이 맛있는지 홍합살을 계속 집어 먹는다.) 이제 아까 만들어둔 에스카르고 버터를 활용할 시간이 되었다.
우선 홍합껍데기에 에스카르고 버터를 조금 발라주고 그 위에 홍합살을 얹는다. 홍합살 위로 에스카르고 버터로 덮어 주고 다시 냉장고에 넣어서 굳힌다.
충분이 버터가 굳었는지 확인하고 바트에 담아서 표면이 노릇노릇 익을 정도까지 오븐에 넣어서 구워주면 요리 완성이다.
맛있게 먹기 위해서 접시에 플레이팅 해주고 화이트와인도 한잔 준비하자. (요리하면서 화이트와인을 홀짝홀짝 먹었더니 별로 안 남았다.-_-)
시식 평가단이여 일을 하시오!! 입을 벌리시오!!
아내
"밀가루빵이 아닌 해물로 된 마늘빵 먹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비지의 식감을 좋아하는데 비슷한 식감이 나서 좋았다. 마치 견과류를 씹는 듯한 느낌이 좋다. 레몬을 뿌려 먹으니 상큼해서 더 좋다. 남은 속재료를 빵에 발라 먹어도 좋을 듯하다." (견과류 들어간 걸 어떻게 알았지? 천잰데?)
장모님
"풀향이 나는 향신료를 좋아하지 않지만 이 향신료는 마음에 든다. 마늘빵이 생각나고 거친 입자가 느껴져서 놀랐다. 거친 식감만 덜하면 더 맛있을 것 같다."
처제
"입에 넣자마자 모래알갱이 같은 식감에 깜짝 놀랐다. 버터향이 엄청 많이 나고 굉장히 고소하다."
온 집안에 마늘빵 같은 냄새로 가득 찼다. 누가 보면 마늘빵 만든 줄 알겠다. 입에 넣자마자 고소한 향이 어마어마하게 느껴졌다. 여러 재료가 들어가서 그런지 씹는 재미도 있고 씹을수록 고소함이 더 강하게 느껴졌지만 상큼한 맛도 느껴졌다.
화이트 와인을 곁들여 먹으니 더 감칠맛이 살아나는데 꼭 화이트 와인과 같이 먹어야 한다.
홍합은 국내산과 뉴질랜드산 둘 다 먹어보니 역시 살이 통통하고 큰 뉴질랜드산이 식감 측면에서는 더 좋았다. 반면 국내산에서 좀 더 바다내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건 생물이나 아니냐의 차이인 듯하다.
에스카르고 버터가 워낙 향과 맛이 강해서 홍합 특유의 맛이 잘 느껴지지 않은 부분은 아쉬웠다. 하지만 해산물 특유의 비린 냄새를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좋을 듯하다.
별개로 홍합을 버터와 양파, 화이트와인이 들어간 냄비에 넣고 익혔는데 그 역시 좋은 요리가 될 듯하다. 홍합 스튜가 별 건가? 맛을 보니 상큼하면서 고소한 홍합국을 먹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술안주 추가요!!)
이번 요리에서는 달팽이 요리의 바다 버전인 부르고뉴풍의 홍합 구이를 요리해 보고 맛을 보았다.
평소에 먹는 홍합이 아닌 좀 더 고급스러운 요리라 연말 분위기에도 잘 어울렸다. 물론 메인요리는 아니고 에피타이저 정도면 딱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