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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나무 Aug 05. 2020

사교육으로 대학 간다?  No! 입시의 핵심은 학교생활

학교 생활기록부에 대한 오해

몇 년 전에 ‘스카이캐슬’이라는 드라마가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학교 생활기록부를 관리하기 위해 강남의 명문가 사모님이 벌이는 행태는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저도 학부모기 때문에 큰돈을 들여서라도 입시에 성공할 수 있다면 김주영 코디를 한번 만나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마 그 드라마를 시청하는 대다수의 학부모님도 복잡한 입시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컨설팅을 받고 싶다는 생각, 그렇게 해줄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자괴감이 들었을 겁니다.


당시 이 드라마의 열풍으로 공정성에 대한 논란, 수시 제도에 대한 분노가 다시 극에 달했습니다. 입시 불공정에 대한 성난 민심에 호응하기 위해 정시 40% 확대라는 결과도 낳았습니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 있는 교사들은 드라마의 이야기가 하나같이 과장되어 있으며 변화된 학교의 실상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비판합니다. 오히려 정시 확대로 가장 큰 득을 보는 집단은 강남의 학원가와 그 학원가를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금수저 계층이라는 것을 아래 통계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재수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 경제적 여유가 있는 집안, 사교육 받을 수 있는 학생에게 유리합니다. 정시로는 최상위권 대학에 한 명도 진학시키지 못한 지방 고등학교에서 학생부 종합전형으로는 꾸준히 합격생을 배출하는 사례도 많습니다.

                     

    22일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실이 교육부를 통해 받은 ‘최근 5년간 재학생과 졸업생 최종 등록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 소재 주요 12개 대학의 재학생 대비 졸업생의 합격 비율이 2016학년도 48.2 대 51.8에서 2020학년도 34.4 대 65.6(등록자 수 3592명 대 7127명)으로 약 2배 가깝게 격차가 벌어졌다. 정시에서 재수생 이상 졸업생의 강세가 지속적으로 이어진 것이다. <경향신문 2020.6.22.>


물론 수시 제도가 처음 생겨나고 확대될 시기에 드라마에서 고발하는 문제가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학교마다 그럴듯한 생활기록부(이하 생기부)를 만들기 위해 각종 소논문대회, 탐구발표대회를 경쟁하듯 열었습니다. 교내 상 실적을 늘리기 위해 수많은 대회를 개최했고, 권장 도서 목록을 정해 관리하기도 했습니다.


 학교에서 수많은 학생을 관리하기 어려우니 ‘스카이캐슬’처럼 사교육이 공교육의 빈틈을 공략하여 성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일부 게으른 교사들은 학원가에서 작성해 준 교과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이하 교과세특)을 그대로 옮겨 적어주어 지탄을 받은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학생부 종합전형이 입시에 들어온 지 벌써 10년이 되어 갑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대학에서 모르지 않고, 위에서 지적한 여러 문제점을 많은 부분 수정하고 보완했습니다. (추후 개정된 생활기록부 기록 지침을 안내하겠습니다.)


결론적으로 지금은 사교육에서 생활기록부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없을 만큼 컨설팅을 받아 채워 넣을 수 있는 항목, 주관적 의견이 대폭 줄었습니다. 이제 학생부 종합전형에서도 의미 있게 남은 영역은 교과 세특과 독서 이력 정도입니다.


이렇게 수많은 공정성 논란 속에서도 서울의 주요 대학들은 오히려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학생을 선발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습니다.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상에 맞는 전형이며 실제 이 전형을 통해 대학에 들어온 학생들의 학업 성과가 좋기 때문입니다.      


수시와 정시를 같이 대비하자
 

 담임을 맡다 보면 ‘수시파, 정시파’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고2 첫 지필고사가 끝나면 벌써 수시를 포기하고 정시로 대학을 가겠다는 학생들이 속출하기 시작합니다. 그 학생들의 전형적인 특징은 학교에 와서 잠을 자고, 방과 후 시간과 주말의 대부분을 대치동 학원가에서 보냅니다. 학교에서의 모든 활동은 생기부를 포기하는 순간 의미가 없다고 느끼기 때문에 불성실함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재작년 저희 반 A는 정시파가 된 후 학교에 지각해도 미안한 기색 없이 당당하게 들어왔습니다. 수능 과목이 아닌 대부분의 교과 시간에 엎드려 잠을 자는 것은 기본입니다. 담임선생님을 복도에서 만나도 정시로 마음을 굳힌 순간부터 인사조차 하지 않는 인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런 학생들은 보통 1학년 때까지 생활기록부를 잘 관리해 보려고 노력하던 학생입니다. 자원해서 교과부장도 하고, 동아리 활동에도 의욕적인 학생이었습니다. 평소 욕심도 없고 생각이 없는 학생들은 이렇게 태도가 돌변하지 않습니다.


마치 학교 선생님들을 조롱하는 듯한 태도에 교무실이 얄미운 A 학생 성토의 장이 될 만큼 미움을 사게 되었습니다. 갈수록 교과세특에 넣을 내용이 없어지고 생활기록부는 엉망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반전이 있습니다. 모의고사를 보고 나면 학교 수업을 열심히 들은 친구들은 성적이 오르기도 하는데, 불성실한 정시파 친구들은 성적이 더 떨어집니다. 내신 성적이야 떨어질 거라고 예상을 했지만, 모의고사 성적이 떨어지는 것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학원에 가서 열심히 공부할 텐데 왜 모의고사 성적이 떨어지는지 의아했습니다.


  여러 학생들을 관찰한 끝에 내린 결론은 수능이 문제 풀이 기술을 습득하면 유리한 시험이긴 하지만 ‘기술’만으로 단기간 성적을 올릴 수 있는 만만한 시험이 아니라는 겁니다. 수능 만점자들의 합격 사례를 읽다 보면 놀라운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는데 바로 ‘개념’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개념은 학원보다 학교 수업에서 더 충실하게 설명합니다. 학원의 진도가 학교보다 빠른 이유는 이 개념 설명을 생략하거나 간단하게 다루기 때문입니다. 학교 수업은 고3을 제외하고는 문제풀이식 수업보다 개념 하나하나를 설명하고 적용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교과서의 구성 자체가 개념 학습에 많은 지면을 할애합니다.


저도 임용고시를 준비하던 시절에 학원에서 국어를 가르친 적이 있습니다. 제가 혼자 담당해야 할 학년이 세 개 학년이나 되었습니다. 학교에서는 보통 한두 학년 정도의 수업만 준비하면 되는데, 학원은 학교별·출판사별 내신준비를 따로 해주어야 합니다. 개념을 설명할 때는 수업 준비가 어렵고 준비할 내용이 많습니다. 한 시간에 나가야 할 진도의 양은 학교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따라서 개념은 생략하고 문제 풀이 위주로 수업을 했습니다.


이렇게 수업해야 준비도 쉽고 학생과 학부모님의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문제집 몇 권을 떼어야 시험을 대비하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이때 학교에서 개념을 완전히 이해하고 오는 학생들은 잘 따라오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문제 풀이를 하면서 개념을 거꾸로 공부합니다. 개념에 대한 이해가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렇게 공부를 하면서 학생들은 본인이 개념을 완벽히 안다고 착각하는 겁니다.


문제를 풀면 틀리고 또 틀리는데도 오답 노트를 만들면서 다시 꼼꼼하게 개념을 확인하는 친구는 극히 드뭅니다. 당연히 성적이 오르는 학생들은 개념을 완벽하게 공부한 학생입니다.


저는 공교육 교사지만 사교육 효과를 부정하진 않습니다. 세 아이의 학부모로서 필요한 부분은 사교육의 도움을 받기도 합니다. 수능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는 내신 공부뿐 아니라 수능식 문제 풀이 공부, 수능 교과의 깊이 있는 공부도 병행해야 합니다.


가정 형편에 따라 사교육을 받기 어렵다면 인터넷 강의를 병행하면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정시파 친구들처럼 학교생활은 제쳐두고 사교육만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태도는 매우 위험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오히려 수능 선택과목이 아니더라도 ‘경제’ 과목을 선택하여 공부하는 학생들은 비문학 경제 지문을 이해하기 편합니다. 독서 시간에 다양한 글을 읽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사고력이 향상되는 게 당연한 이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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