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들이 두 번 좌절하는 이유
요즘 수도권 4년제 대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의 성적대를 보면, 대부분 내신 4등급 전후다. (현 고2~3 , 9등급제기준)
초·중등 학부모가 듣기에는 ‘4등급’ 하면 공부를 안 하는 학생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4등급 컷은 상위 약 40%다. 다시 말해, 4등급도 중간 이상, 비교적 성실하게 학교생활을 해온 학생들이 받는 등급이다.
문제는 고3 원서 시즌이 되어야 현실을 체감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 정도 성적으로는 서울·경기권에서 학생들이 선호하는 4년제 대학에 지원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큰 충격을 받는다. 서울·경기 지역 학생들이 집에서 통학 가능한 거리(대중교통 90분 내외)의 4년제 대학에 진학하는 일이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는 것을 고3이 되어서야 실감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충청권, 강원권 등 지방 대학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그런데 성적에 맞는 대학을 찾아보면, 낯선 학교 이름, 조용한 대학가 분위기, 주변의 반응까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결국
“집 떠나서 고생하느니, 차라리 서울에 있는 전문대가 낫지 않나?”라는 생각을 하는 학생들이 늘어난다.
“전문대라면 인서울이 어렵지 않겠지.”
“전문대 유망학과가 오히려 실용적이지 않을까?”
이런 고민 끝에
고3까지 문과 계열 공부만 해온 학생들도 원서 시즌만 되면 간호·보건 계열 지원을 고민한다.
아이들이 두 번째로 좌절하는 시점은 전문대 수시 1차 지원이다.
“4년제에서는 경쟁력이 없었지만, 전문대라면 가능하겠지.”
라는 기대를 안고 유명한 전문대를 지원하지만, 입시 프로그램에 성적을 넣어보는 순간 결과는 대부분 빨간불, ‘과도 상향’이다.
“내가 3등급, 4등급인데… 전문대도 못 간다고요?”
이 말이 상담실에서 정말 자주 나온다.
이유는 단순하다.
내가 가고 싶은 유명 전문대는 남들도 다 가고 싶어한다.
반대로 내가 가기 싫은 4년제 대학은 남들도 가기 싫어한다.
실제 사례도 있다.
우리 반 A는 서울에서 인지도 있는 4년제 여대 어문 계열에 합격하고도 전문대 간호학과를 선택했다. 여대 선호도가 예전 같지 않고, 취업 현실을 고려했을 때 전문대 보건 계열이 더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시대는 이렇게 조금씩 바뀌고 있다.
이제는 4년제냐 2년제냐, 역사가 얼마나 긴 대학이냐보다
� 취업을 위해 어떤 역량을 기를 수 있는지가 선택 기준이 되고 있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우리 반 B는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만화 그리기를 정말 좋아하던 학생이다. 결국 서울의 유명 전문대 웹툰학과에 당당히 합격했다. 공부 적성이 아닌데도 어중간하게 공부만 하던 학생들은 오히려 갈 수 없는 학교였다.
멀리 있는 4년제보다, 집 가까운 전문대가 맞는 학생이라면
1️⃣ 정말 좋아할 전공부터 찾아보자
00공전 항공운항과, 서울 전문대 웹툰학과, 간호학과로 진학한 학생들 모두
‘좋아하는 일 + 취업’을 함께 잡은 선택을 했다.
2️⃣ 전문대 수시 1차에 최대한 지원하자
전문대는 수시 6장 제한이 없다.
원서 접수가 가능한 만큼 얼마든지 지원할 수 있다.
가고 싶은 학교가 있다면 1차 수시에서 과감하게 지원하는 것이 유리하다.
2차 수시로 넘어가면 컷트라인은 더 올라간다.
3️⃣ 내신 관리를 완전히 포기하지는 말자
“대학 안 갈 거예요.”
“군대 갈 거예요.”
라고 말하던 학생들도 8월이 되면 대부분 원서를 쓴다.
수능 원서조차 접수하지 않았던 학생이 올해 6장 원서를 쓰고 3곳을 최초합한 경우도 있다.
그러니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와도 덜 싫은 과목 2~3개라도 성적 관리를 해두는 것이 좋다.
전문대 중에는 모든 과목이 아닌, 상위 몇 개 과목만 반영하는 곳도 많기 때문이다.
대학은 많고 길도 많다.
단지 ‘4년제 졸업장’을 얻기 위해
집을 떠나 외롭게 생활하고,
큰 등록금을 쓰고,
취업시장에서 큰 경쟁력을 얻지 못하느니,
집 가까운(서울·경기 기준) 전문대에 진학해
자격증을 취득하고,
시간과 비용을 아끼는 선택이
오히려 더 현명할 수 있다.
대학은 많고, 선택지는 생각보다 훨씬 넓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