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해도 안 해도 성적이 비슷하다? 국어 공부에 대한 오해입니다. 실제 최상위권 입시에서 승패를 가르는 영역은 영어도 수학도 아닌 국어입니다. 영어는 절대평가로 전환이 되었고, 수학은 과학고와 영재고 출신, 각종 올림피아드 문제까지 수상 경력이 화려한 최상위권 학생들이 킬러 문제까지 척척 풀어냅니다. 하지만 국어는 선행학습의 개념도 비교적 없을뿐더러 다루는 범위가 워낙 광범위 하기 때문에 비문학 복합지문의 경우 손도 대지 못하고 틀리는 학생들이 많이 있습니다.
중위권 학생들은 목표하는 점수까지 성적을 끌어올리기를 더욱 어려워합니다. 무작정 문제를 많이 풀어볼 수도, 무턱대고 독서를 할 수도 없어 답답함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국어는 공부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고, 공부를 안 해도 성적이 확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하는 학생들도 보았습니다. 기본적인 독해력에 의해 시험 성적이 좌우되고, 독해력은 짧은 시간 길러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국어, 공부한다고 성적이 오르긴 하나요?”,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감도 못 잡겠어요.”라고 호소하는 친구들을 종종 만나게 됩니다. 그럴 때마다 제가 해주는 조언은 거의 변함이 없습니다. “조금씩이라도 매일 매일 꾸준히 하라.” 거의 모든 과목에 해당하는 식상한 대답이지만, 국어 같은 언어 과목은 정말 매일 매일 해야 합니다.
저는 학창 시절에도 독서를 즐기는 편이었고 책 읽는 속도가 빨랐기 때문에 국어는 공부하지 않아도 성적이 웬만큼 나오는 과목이었습니다. 그런데 한동안 육아 휴직을 하면서 아이들을 키우느라 독서를 멀리하다가 어느 날 모의고사 문제를 풀게 되었는데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지문이 무슨 내용인지 몇 번을 읽어도 머릿속에 정리가 되지 않는 겁니다. 어려운 경제, 과학 지문 같은 것은 매력적인 오답에 자꾸 답을 체크하는 지경에 이르러 자괴감에 빠졌습니다. 이래서야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겠나, 이러다가 실력 없는 나이 든 교사가 되겠구나 싶어서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매일 3개의 지문씩 풀어본다는 비문학 독해 문제집을 구입하여 학생처럼 매일 3개 지문씩 문제를 풀기 시작했습니다. 수험생이 문제를 풀 듯이 아침에 일어나면 3개의 지문을 매일 풀어나갔습니다. 처음에는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어렵다는 임용고시까지 패스한 사람이 고등학교 수준의 문제를 갖고 씨름한다는 게 부끄러웠지만, 육아로 쉬었던 기간만큼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에 꾸준히 했습니다. 그러자 2주쯤 되면서 오답을 피해가기 시작하고, 한 달쯤 지나 독해를 하는 감이 회복되었습니다. 국어 전공자도 독서를 하지 않고, 독해의 감을 잃자 회복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는 뜻입니다. 하물며 학생들이 영어와 수학 공부에 치우쳐 독해를 놓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국어는 감(感)이 아니다.”라는 말을 요즘은 많이 합니다. 정확하게 독해를 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어느 정도 동의하지만, 독해의 감은 유지되어야 한다는 게 저의 경험입니다.
그럼 어떻게 독해의 감을 유지해 나갈까요? 제 경험과 같이 꾸준한 비문학 독해가 답입니다. 비문학 독해는 고2~3학년의 경우 기출문제 중심의 비문학 독해 문제집으로 공부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기출문제는 실전 문제 유형을 파악하기도 쉽고, 다양한 분야의 지문을 많이 읽어볼 수 있어 짧은 시간 독해 실력을 키우기에 매우 효율적입니다.
아직 고등학교에 입학하지 않은 중학생이거나 고1이라면 신문을 꾸준히 읽으며 독해력을 쌓는 것을 권합니다. 신문에는 다양한 제재의 글이 실려 있고, 시사 문제까지 반영되어 있어서 나중에 면접이나 논술을 볼 때도 도움이 많이 됩니다. 신문 기사나 사설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제가 굳이 지면을 할애하지 않더라도 수많은 논문과 사례들로 중요성이 입증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저는 고1 논술 시간에 신문 활용수업(NIE)을 꾸준히 하는 편입니다. 학생들은 본인의 진로와 관련된 신문 기사를 스크랩하고, 기사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적으며 시사 문제, 본인의 진로에 관심을 갖게 되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기회를 갖습니다.
논술 교과 세특에는 본인의 진로에 대한 관심을 시사적인 문제와 엮어서 생각해 본 경험이 녹아나기 때문에 입학사정관들이 강조하는 진로 연계형 생기부에 도움이 됩니다.
이런 사례를 소개하는 이유는 학생들이 신문 스크랩을 굳이 정규 수업시간이 아니라 가정에서도 시도해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신문을 구독하지 않는다면 인터넷 기사를 검색하여 출력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렇게 신문을 보면서 어휘력과 독해력을 늘려나가는 것은 사실 중학교 수준에서도 굳이 논술 학원을 다니지 않고 시도해 볼 수 있는 활동입니다. 아이만 시키기보다 신문을 읽고 나서 부모와 관련 주제에 대해 대화해 본다면 자녀와 소통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급한 고2~3 학생들에게는 기사를 찾고, 가위로 자르고, 풀로 붙이는 과정에 시간 할애하는 것을 굳이 추천하지 않습니다. 차근차근 독해력과 어휘력을 쌓아야 할 학생들이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독서와 함께 진행할 수 있는 활동의 하나입니다. 다음 포스팅에는 수업 시간에 진행했던 NIE와 문학 공부방법에 대해서 자세히 소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