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는 대표적인 활동이 학급 임원과 학생회 활동입니다. 학급 임원은 매 학기 초 선거기간에 후보자 추천, 홍보물 부착, 입후보자 연설의 절차를 걸쳐 선출됩니다. 이때 학교에 따라 회장과 부회장 선거의 입후보 등록 자체를 따로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회장 선거에 출마했다가 떨어지더라도 부회장 후보로 출마할 수 없습니다. 등록 자체를 따로 하기 때문에 회장과 부회장 선거 중 어떤 선거를 나가야 할지 미리 결정해야 합니다. 만약 학급 임원을 하고 싶다면 누군가 본인을 추천해주길 기다리지 말고 적극적으로 친구들에게 추천을 부탁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1학기의 경우 교우관계가 형성되기도 전에 선거를 치르게 되므로 가만히 있으면 누구도 내 마음을 몰라 줍니다. 특출나게 3월 초부터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미리 친구 몇 명에게 본인을 추천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 좋습니다. 후보자 등록을 하는 과정에서도 추천인 3명 정도가 필요하기 때문에 본인이 임원을 하고 싶다는 의사 표시를 명확히 하고 학교에 따라 추천인 서명까지 필요하다면 부탁도 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내성적이고 조용한 학생은 학급 임원을 하기 어려울까요? 제가 경험한 바로는 중학교까지는 외향적이고 인기가 많고 소위 튀는 친구들이 임원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고등학교에서는 내성적이어도 친구들이 실질적으로 원하는 공약을 내는 친구, 누가 보아도 배려심이 있고 본인들의 목소리를 잘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은 친구, 꼼꼼하게 수행평가 등을 공지하고 챙겨주어서 본인들의 성적 관리에 도움이 될 것 같은 친구를 뽑는 사례를 많이 보았습니다.
중학교 전교 회장, 부회장 출신에 누가 보아도 외모가 특출나고 말도 잘하는 A가 평범해 보이지만 야무진 공약을 내세운 B에게 밀려 학급 임원선거에서 떨어지는 반전이 많이 일어납니다. 전교 회장 출신 A는 후보자 연설에서부터 자신감을 내뿜고 당당히 본인을 뽑아야 한다고 하지만, 평범한 B는 본인은 부족하지만(겸손한 태도) 만약 뽑아주신다면 1, 2, 3의 공약을 충실히 이행하고 친구들이 수행평가 공지를 놓치지 않도록 공지하겠다고 합니다. 선거 후에 B가 당선되어 아이들은 이변이 일어났다고 하지만 선거 공약과 후보자 연설을 하는 태도만 보더라도 담임은 누가 당선될지 예측할 수 있습니다.
중학교 때까지는 활발하고 목소리가 크고 재미있는 친구, 인기 있는 친구를 리더십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고등 아이들은 회장이 당선 되었을 때 실질적으로 본인이 어떤 이익을 취할 수 있을지 생각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따라서 중학교 때까지 한 번도 임원을 해보지 않았더라도, 다소 내성적이고 인기 있는 성격이 아니더라도 고등학교에서 한번쯤 임원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도전해 보는 게 좋습니다. 1학기 초에 실질적으로 친구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공약을 내세우면 (물론 공약의 내용은 실현 가능한 것인지 미리 담임선생님과 상의해야 합니다.) 당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2학기에 모두가 친해지고 편해진 후에는 후보로 출마하는 친구들이 더 많아지고, 친한 무리가 생긴 후라서 정말 성격이 좋고 리더십 있는 친구가 당선되기 때문입니다.
그럼 학급임원을 하면 어떤 점이 유익할까요?
1)학급의 회장으로서 존재감이 생기고 없던 리더십도 생깁니다.
고등학교에서는 담임선생님이 교실에 안 계실 때가 많아 회장이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각종 공지사항 전달은 기본이고 통신문을 걷어 통계를 내는 일도 돕습니다. 체육대회 때 학급의 반티를 할지 말지, 어떤 티셔츠로 정할지, 우리 반의 구호나 노래는 어떤 것으로 할지 결정할 때마다 회의를 이끌어야 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협조하지 않는 친구들을 설득하고, 타협점을 찾아 결론을 도출하는 경험은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 학습의 장이 됩니다.
친구들도 다른 친구들이 하는 말보다 학급 대표로서 회장이 하는 말은 좀 더 귀를 기울여 듣습니다. 대표로서 선생님들의 전달사항을 전달할 때가 많아 듣지 않으면 본인이 불이익을 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저는 중학교까지 단 한번도 임원 경험이 없다면 학창시절 한번 쯤은 학급 임원을 도전해 보라고 권하는 편입니다.
2)학생부 관리에 도움이 됩니다.
아직도 서울의 상위권 대학들은 학생부 종합전형 비중이 큰 편입니다. 그렇다면 수상, 교과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관리가 필수적인데 학급회장이 되는 것만으로도 매우 유리해집니다.
5월이 되면 학급마다 모범 학생을 추천해 달라는 교육청 공문이 내려옵니다. 이때 담임이 어떤 학생이 모범 학생인지 추천하여 올려야 하는데, 단순히 담임의 마음에 드는 학생을 추천했다가는 공정성 논란에 휘말립니다. 왜 본인은 모범 학생이 아니냐며 나도 추천해 달라는 민원에 시달립니다. 정말 특출한 선행상 후보, 공로상 후보가 있다면 모를까 모두가 비슷한 학생들이라면 담임은 공정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 모범상 후보 2명으로 회장과 부회장을 올립니다. 실제 학급을 위해 봉사하는 학생들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수상은 대입에 반영되지 않습니다. 글 쓰던 시점과 변화된 부분이니 혼란이 없길 바랍니다.)
이렇게 추천하면 학급 친구들도 이의제기를 하지 않습니다. 아예 학급 임원선거 때부터 모범상 추천은 회장과 부회장으로 하겠다고 못을 박는 선생님도 계십니다. 실제 대회에서 수상을 하는 것은 어렵지만 임원이 되어 수상을 하는 것은 비교적 쉽습니다.
또한, 교과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이하 교과세특)에서도 학급 임원의 세특을 빼먹고 적는 교과 선생님은 많지 않습니다. 단지 임원이기 때문에 적어주는 것이 아니라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처럼 학급 임원은 교과부장과 더불어 공지사항을 적극적으로 전달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선생님들과 친해지기 쉽습니다. 친해진 후에는 수업을 대충 들을 수 없고, 회장이나 부회장이 수업을 잘 듣지 않으면 책임에 대한 비난이 쏟아져 하는 척이라도 해야 합니다. 학급 임원이 어렵다면 교과부장이라도 손을 들고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