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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비율과 변동비율이 무슨 뜻인가요?

성취도 A, B, C, D, E 중요할까요?

by 꿈꾸는나무

고등학교에서는 학기 초 ‘지필 평가 과목별 성취도 분할점수 안내’라는 가정통신문을 배부합니다. 매 학년 학기 초에 학교에서 필수로 안내하는 자료입니다. 대부분의 학부모님은 이 가정통신문을 받고 성적에 관련된 내용이니 중요하다고는 느끼지만, 자세한 설명이 없어 답답해하십니다. 학교에서는 변동 분할 점수가 무엇인지, 성취도 A~E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아무 설명 없이 성적표를 배부합니다.


고정비율로 과목별 성취도 고정 분할점수를 준다는 것은 90점 이상일 때 A, 80점 이상 90점 미만일 때 B, 70점 이상 80점 미만일 때 C, 60점 이상 70점 미만일 때 D, 60점 미만일 때 E를 준다는 뜻입니다. 학기 말 성적표에도 고정비율로 성적을 매기는 교과는 A~E로 성취도가 표기되어 나갑니다. 하지만 어떤 지필 평가는 쉽게 출제되어 90점 이상 A를 받는 학생이 절반 이상 나오기도 하고, 어떤 지필 평가는 너무 어렵게 출제되어 90점 이상인 A가 거의 나오지 않기도 합니다.


즉, A를 받았다고 좋아하거나 A가 없다고 실망하실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같은 A를 받아도 상대평가 등급에서는 3등급일 수 있고, B를 받아도 상대평가에서는 1등급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반면 변동 비율로 점수를 준다는 것은 각 교과의 특성에 맞게 A~E 등급의 점수 급간을 정한다는 것입니다. 문제 수준이 너무 높으면 절대평가 90점 이상 A급간이 아예 나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변동 비율로 미리 협의하여 80점 이상, 85점 이상 등으로 점수 급간을 정해서 A를 줄 수 있습니다. 반대로 학력 수준이 너무 떨어지는 학생이 많은 경우에 고정 비율 성취도 구분을 할 경우 60점 미만의 학생들 모두 성취도 E가 나오게 됩니다.


고등학교 지필고사의 경우 과목별 학급 평균이 60점이 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고정비율로만 성적을 산출하면 성취도 미달 학생이 속출할 수 있습니다. 학생들의 편차가 큰 일반고에서는 1등급 학생을 변별해야 하기에 문제를 쉽게 출제할 수도 없습니다. 문제가 쉬우면 만점자가 4% 이상이 나와 1등급이 아예 안 나오기도 하고, 한두 문제를 틀려도 등급이 뚝 떨어진다는 부담감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 문제의 수준은 유지하되 60점이 아니라 변동 비율로 20점 미만만 E를 주는 등 급간을 달리 잡아 성취도를 평가하는 게 합리적입니다.


학기말 성적표에는 등급보다 A~E 성취도 점수가 앞에 제공되기 때문에 학부모님은 이 점수에 큰 의미를 두시지만 사실 크게 중요한 정보는 아닙니다. 고정비율일 경우 절대평가에 의한 점수이기 때문에 상대적 위치를 확인할 수 없으며, 변동 비율로 점수를 준 경우에도 학생의 정확한 성적 위계를 알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성적표의 알파벳 숫자로 보이는 성취도보다는 학생의 과목별 등급, 과목별 석차 등을 보시는 것이 현재 우리 아이의 성적을 알 수 있는 더 정확한 자료입니다.


학생부 종합전형에서도 과목별 성취도는 대학에 제공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성적표를 보실 때 성취도 등급이 A라고 좋아하거나 B라고 실망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 성취도 등급은 왜 필요할까요? 성취도 미달인 E 등급을 맞은 학생의 보충 수업을 위해 필요합니다. 교사는 개인 지도나 특정 프로그램을 통해서라도 학생들의 학업 실력을 끌어올려야 합니다. 성취도 미달 학생을 어떻게 지도했느냐 하는 것은 교육청에 공문으로 보고해야 하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따라서 방과 후나 방학 보충 수업 등으로 기초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수업의 기회를 해당 학생에게 별도로 제공합니다. 물론 강압적으로 성취도 미달 학생을 교실에 남길 수는 없으니 학생의 동의를 구해 수업을 진행합니다. 대부분 이러한 수업은 학생의 자비로 보충 수업을 듣는 것이 아니라 교육청에서 기초실력 미달 학생을 위한 예산을 지원받아 수업을 운영합니다.


학부모님은 우리 아이가 성취도 등급 E를 받은 과목이 있다면 부끄러워하지 말고 보충 수업을 듣고 부진한 과목의 실력을 향상할 수 있도록 수업을 권하는 것이 좋습니다. 제가 근무했던 학교에서는 국어, 영어, 수학 성취도 미달 학생들을 대상으로 기초반 수업을 열었습니다. 성취도 미달 학생만 수업을 듣도록 하면 부끄러워하기 때문에 기초실력이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학생 몇 명을 추가로 모집하여 그룹식 과외처럼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의외로 중학교 수학에 구멍이 있는 학생, 기초 영어 실력이 부족한 학생 중 뒤늦게 공부하고 싶다는 열의가 생긴 학생들이 자원하여 수업에 참여했습니다.


이 학생들을 위한 예산이 충분했기 때문에 개인별 수준에 맞는 교재를 예산 내에서 지원하고 수업 중에는 간식도 제공하면서 즐겁게 수업을 했습니다. 3~4명 정도 비슷한 수준의 소수학생들이 모여 공부를 하니 모르는 문제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질문하는 긍정적 효과가 컸습니다. 이 중에서 국어 독해 실력을 올리고 싶은 학생들은 중학교 수준의 독해 문제집을 꾸준히 풀도록 했습니다. 처음에는 중학교 1학년 수준의 독해 문제집도 지문 해석을 어려워하던 학생들에게 학습지 방문 수업처럼 매주 독해 지문을 숙제로 내주고 검사해주면서 독해를 점검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일 년이 지나서는 중3 독해까지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었습니다.


중학교 수학이나 영어에 구멍이 있는 학생들도 이 수업을 통해 개인 지도를 받기도 합니다. 아이의 기초 실력이 부족하다면 학교에 이런 프로그램이 있는지 문의하시고 과외식 기초 수업을 받도록 하는 것이 유익합니다. 이렇게 성취도 점수는 학부모님도 성적 지표로서 큰 의미 부여는 하지 마시고, 기초 실력 미달 과목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정도로 활용하시면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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