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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나무 Aug 14. 2020

덤블링의 추억

덤블링 타러 가는 게 뭔지 알아?

요즘 방방, 트램펄린이라고 하는 그걸 우리 서울 동네 사투리론 덤블링이라고 했어. 그게 영어인지 러시아어인지 한국말인지 그땐 몰랐고 관심도 없었지.


어떻게 하면 주인아줌마가 우릴 10분이라도 덤블링을  태워줄까 생각하며 하굣길에 참새 방앗간처럼 들르던, 조금(아니 많이) 후진 키즈카페 같은 거야.


대원외고 바로 아래 계단으로 내려가면 우리들의 천국 방방장이 나왔어. 그곳이 보이는 순간 8살 하교하던 꼬맹이들은 흥분하고 뛰기 시작하지.


가방과 겉옷은 가는 길에 이미 벗어던졌어.

용돈이 있는 날은 100원을 내고 타고,

용돈이 없는 날은 우유를 내고 탔어.


갑자기 웬 우유냐고? 학교에서 우유 급식 신청하잖아~

그거 안 그래도 먹기 싫은데 우유 가져오면 아줌마가 10분 태워준대. 그래서 내가 받은 우유는 꼬박꼬박  방방장 아줌마에게 상납했어. 누이 좋고 매부 좋고~~


그 우유 마셨으면 3센티는 더 커서 160이 넘었을까? 덤블링  타서 이나마 큰 걸까? 그건 중요하지 않아.

우린 뛰고 또 뛰고 공중에서 한 바퀴를 구르고 드러눕고... 느낄 수 있는 모든 자유와 기쁨을 만끽했지.

 

그러다 심심하면 내려와서 달고나를 해 먹어. 달고나랑 뽑기는 엄연히 다른 거야. 달고나는 동그란 설탕 과자인데, 뽑기는 그걸 둥근  누르개로 쫙 눌러서 편 다음에 다양한 모양을 꾹꾹 찍어줘. 아줌마가 달고나를 만드는 모습은 우리가 볼 때 5성 호텔 셰프보다 더 멋져 보였어.


국자에 설탕을 녹이다가 무심하게 소다를 툭 넣으면 국자 한 가득 부풀어 오르잖아. 색깔은 또 얼마나 예쁘게 변하는지 그 앞에 쪼그려 앉으면 과학 실험보다 신기하고 흥미진진했지.


그곳에서 사귄 친구들, 안전장치 부실해서 피 철철 흐를 만큼 다쳤던 오빠의 코, 뽑기 겨우 완성했는데 침 발라서 핀으로 뽑았다면서 무효라고 우기던 아줌마의 꾸지람

(침 바르면 반칙이래. 참나,

그땐 왜 항의 한번 못 했을까?)...


아무튼 그때 그 추억은 살기 바빠 기억조차 못하고 내 머리나 가슴 어디쯤에 처박아 두었는데.


올해 전근 온 선생님이 날 부르더라고.

새로 온 선생님이 나보고 "♡♡이?"라고 이름을 막 불러.

너나 나나 딱 봐도 중년인데 이게 무슨 일이니?


안면인식 장애가 있는 나는 누군지 못 알아봤지만,

선생님은  덤블링 같이 타던 9살 때 친구였어.


놀다가 헤어지기 아쉬워서 서로의 집까지,

피아노 학원까지 따라다니고, 화장실도 아마 같이 다녔을 추억의 친구가 말해줬어.


그거 방방장 아니야. 우린 덤블링 탔잖아~~


요즘 아이들 놀이터는 너무 좋은데  보기만 해도 힘들다. 덤블링 타고 뛰어놀던 체력은 다 어디로 간 걸까.

달고나 또 해 먹으면 기운이 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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