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고1 학생부터(현 중3) 학생부에 매우 큰 변화가 있습니다. 학종 공정성 강화 방안으로 생활기록부의 비교과 영역 중 일부가 폐지됩니다. 학교교육과정은 정규 교육과정(교과 90%, 비교과 10%)과 학생의 자발적인 교육 활동(자율활동,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 등 비교과 활동 포함)으로 구성됩니다. 그동안 자율동아리, 개인봉사활동, 독서활동 등 교사가 직접 관찰하고 확인할 수 없는 부분을 기록하여 대입에 활용하는 것에 대한 공정성 논란이 있었습니다. 이에, 교육부는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방안」을 발표하여 24학년도 대입부터 (21년 고1부터) 정규교육과정 외 비교과 영역을 대입에 반영하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따라서, 비교과 영역 전체가 사라졌다든지 이제 비교과 영역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과장해서 말하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비교과 영역 중에서 사라진 부분이 많다는 것은 더 집중하고 강조해야 할 부분이 명확해졌다고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가장 크게 다가올 부분은 수상 경력이 대입 자료로 활용되지 않는 것, 학교 밖 봉사활동이 반영되지 않는 것, 독서 활동 기록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그동안 학생들은 비교과 영역에 대한 스트레스가 매우 컸습니다. 부모님의 학창 시절에는 지필평가 기간에만 바짝 공부하면 되니까 여유가 있었는데 요즘 고등학생들은 지필평가 기간 외에는 과목별 수행평가와 각종 대회를 준비해야 합니다. 수행평가는 과목마다 있으니 평가가 몰리는 시기에는 하루에 2~3과목을 보기도 하고, 비중도 높습니다. 여기에 대회 실적까지 있어야 하니 욕심 있는 학생들은 정말 쉴 틈이 없었습니다. 잠시 쉬어가야 할 방학 때는 부족한 공부를 보충하면서 독서 활동도 의무적으로 해야 하고 봉사도 해야 했습니다. 이렇게 시간을 쪼개어 노력해도 마음처럼 결과가 나오지 않아 힘들어하는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각종 평가를 준비하는 동시에 열심히 대회 보고서를 썼는데도 수상 인원이 적어 탈락한 학생들은 어느 날 스트레스를 감당하지 못하고 폭발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고2 남학생이 보고서 심사가 끝난 후 본인이 탈락한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이유를 알려달라고 교무실로 찾아와 엉엉 우는 일도 있었습니다. 얼마나 속상하면 자존심 강한 남학생이 선생님들이 다 계신 곳에서 눈물을 보일까 싶어 참 안타까웠던 기억이 납니다. 이렇게 교내 대회 심사기준을 공개하는데도 어떤 기준에서 우수 학생을 선발했는지에 대한 문의와 민원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수상 경력을 대입에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은 앞으로는 단지 스펙을 쌓기 위해 각종 대회에 참여할 필요가 없다는 뜻입니다. 본인의 성장과 도전을 위해 진심으로 참여하고 싶은 대회, 진로와 직결되는 대회만 골라서 참여하면 됩니다. 교사들도 각종 대회를 치르느라 소모되는 에너지를 교과 수업에 집중시킬 수 있어 의미 있는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학교 밖 봉사활동도 엄마들의 정보 싸움이라고 할 만큼 치열했습니다. 예를 들어 병원에서 일하는 지인이 있다면 엄마의 인맥으로 병원에서 봉사활동을 할 수 있고, 경찰서에 근무하는 지인이 있다면 경찰서 봉사활동을, 우체국이나 요양원에 지인이 있으면 관련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겁니다. 물론 모두에게 봉사의 기회를 주고 정확하게 봉사 내용과 시간을 기재해 주는 기관도 있지만, 편법으로 봉사 시간을 받아오는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부모의 도움 없이 혼자서 방학 때 봉사할 기관을 찾던 학생이 ‘받아주는 곳이 한 곳도 없어요, 신청하려면 다 마감이라고 하는데 도대체 언제 신청할 수 있나요.’라고 하소연하기도 했습니다. 교사 역시 봉사 확인서 내용을 그대로 입력해 주어야 하는데, 학생들이 ‘사실은 2시간 봉사했는데 8시간으로 해주셨어요.’ 하는 말을 하면 곤란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이런 부분이 대입에 활용되지 않는다는 것은 학생들의 스트레스가 많이 줄 것이라고 생각하여 학부모로서도 반가운 입장입니다.
하지만 비교과 영역 중 일부가 폐지되는 것을 마치 비교과 영역의 중요성이 아예 사라진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오히려 교내 봉사활동의 경우 학교 내에서 진행할 수 있는 봉사(교내 실험실 정리, 행사 때 도우미로 활약, 교통봉사, 특별구역 청소 등)는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입니다. 단체로 환경정화 활동을 하는 것은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없지만, 개별적인 관심사가 드러나는 봉사활동의 경우 학종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과학 관련 전공을 희망하는 학생이 과학체험전에서 실험 도우미 활동을 했다든지 교육 관련 전공 학생이 또래 멘토링 활동으로 꾸준히 친구의 학습을 도왔다든지 상담학과를 진학할 학생이 또래 상담 활동이나 자살방지 캠페인을 했다든지 하는 교내봉사의 경우 본인을 차별화하여 드러낼 수 있는 부분입니다.
독서 활동도 ‘교과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서 여전히 교과와 관련한 독서 활동을 기재할 수 있습니다. ‘한 학기 한 권 읽기’를 교육과정에서도 강조하기 때문에 독서와 관련된 내용은 기존에 저자와 도서명만 기록하던 것을 세특에 녹여서 더 구체적으로 기록할 것입니다. 면접에서도 학생의 독서 역량에 대해 질문할 수 있기 때문에 의미 있는 독서 활동은 지속해야 합니다. 앞으로는 보여주기식의 독서가 아니라 본인의 관심사와 진로에 대한 깊이 있는 독서를 병행하고 포트폴리오도 준비해 두어야 면접까지 대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상은 이제 대입에서 미반영하기 때문에 본인의 진로와 직결되고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대회에만 선택적으로 참가하는 것이 내신 성적 관리에 유리할 것입니다. 진로와 관련된 대회는 "~발표회, ~전시회" 등으로 이름을 바꾸어 열면서 참가한 내용을 진로특기사항이나 행발에 녹여 기록할 것입니다. 즉, 비교과 영역이 전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영향력이 축소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이렇게 일부의 영향력이 축소되지만 학생부 종합전형은 존재합니다. 교과 성적 위주로 학생을 뽑는 교과 전형과 달리 비교과 영역 중 볼 것은 보겠다는 뜻입니다. 그럼 축소되는 비교과 영역 안에서 살아남아 더욱 중요성이 커진 비교과 영역은 무엇일까요? 바로 ‘교과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입니다. 지금까지도 학생부 종합 전형에서 성적 외에 가장 의미 있고 중요한 비교과 영역은 교실 수업 속에서 학생이 어떤 활동을 했는지를 관찰하고 기록한 교과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이었습니다. 앞으로는 더욱 교과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이 성적과 함께 중요한 요소로 강조될 것입니다. 교과세특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다음 장에서 더욱 자세히 안내하겠습니다. 다음은 2024학년도 이후 변화될 학생부 대입 반영 방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