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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나무 Oct 30. 2020

정시 전형에 어떤 변화가 있나요?

정시는 수능 공부만 하면 되나요?

  수시는 학생부, 정시는 수능 위주의 전형이라고 쉽게 생각하시면 됩니다. 전국적으로 전형 유형별 선발 비율은 학생부 교과전형(43%)이 높은 비율, 정시 수능 위주 전형(21.6%)은 낮은 비율로 학생을 선발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부모님과 학생들이 선호하는 서울 지역만 보면 학생부 종합이 37.3%, 정시 수능 위주 33.2% 비율로 학생을 모집합니다. 따라서 학생부와 수능 성적 어느 하나를 포기하기에는 손실이 매우 큽니다. 두 가지 전형을 동시에 준비해야 합격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2021년 서울 소재 15개 대학의 수시 및 정시 위주 전형의 모집인원 및 비율은 다음과 같습니다.

   2021년 정시 수능 위주 선발 비율은 20~30%대입니다. 그러나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으로 2023년까지 학종과 논술 위주 전형으로 쏠림이 있는 서울 소재 16개 대학을 대상으로 23학년도까지 수능 위주 전형 40% 이상 완성하도록 하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교육부 발표안은 대학 여건을 감안하여 22년도까지 정시 40% 선발을 조기 달성하도록 추진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여기서 대학의 고민이 깊어졌을 것입니다.


  수학능력시험을 치러 본 학부모님은 시험의 성격을 이해하실 겁니다. 수학능력시험은 5지선다의 선택형 문제 중 가장 적절한 답안을 고르는 형식의 문제입니다. 미래사회가 지향하는 인재를 육성하는 데 적절하지 않은 평가 방식이라는 지적이 수도 없이 나왔습니다. 수능 강화는 입시의 ‘공정성’ 때문에 (사실, 수능이 공정하게 보이나 더욱 공정하지 않은 시험이라는 지적은 앞에서 했기 때문에 굳이 더 다루지 않겠습니다.) 창의적 인재 육성이라는 미래 가치를 달성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습니다. 수능을 강조하다 보면 학교 수업을 등한시하게 되고, 자유로운 토론이나 발표 등의 창의적인 수업을 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수능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았던 시기에 고등학생이었습니다. 사교육을 비교적 많이 받던 서울 송파 지역에서 교실 붕괴를 실제로 경험했습니다. 수능시험 당일에만 시험을 잘 보면 되었기에 다들 학교에서는 학원에서 나눠준 수많은 문제를 풀거나 부족한 잠을 보충하며 배움의 즐거움을 누리지 못했습니다. 자유로운 토론이나 발표 수업은 기대할 수 없었고 지루한 강의, 끝없는 문제 풀이에 시달렸던 경험이 있습니다. 학생부 노예도 문제지만(학생부 종합전형을 준비하는 고달픔을 이렇게 자조합니다.) 교실 붕괴는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객관식 평가와 주입식 수업의 대명사였던 일본에서조차 ‘교육평가 혁명’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2020학년도부터 객관식·선택형 시험문제를 줄이거나 폐지하고 서술형·논술형 평가를 시도한다고 합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갈 학생들에게 객관식 시험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논술형 시험으로 사고력과 창의력을 키워주고 교실 수업을 질적으로 향상시키겠다는 움직임입니다. 이런 시대 흐름 속에 한국은 거꾸로 가고 있으니 대학에서 나름의 자구책을 마련한 것입니다.


  교육부에서 정시를 40%까지 확대하라고 하니 이 전형 안에 교육과정 이수 충실도를 반영하는 교과평가를 도입하겠다는 겁니다. 2023학년도 대학 신입학생 입학전형 예고 사항을 2020년 10월 28일 서울대학교 입학본부에서 발표했습니다. 즉, 정시 전형이 지금까지 수능 위주의 전형이었다면 앞으로는 정시 전형에서도 수능 성적 외에 학교생활기록부의 교과 이수 및 학업 충실도를 평가하겠다는 뜻입니다. 지금까지의 정시전형은 수능 100%를 활용하여 선발하는 대학이 대다수였습니다. 그러나 이번 발표에서는 정시모집 지역균형 전형에서 교과평가를 40점, 정시모집 일반전형에서 2단계 교과평가를 20점 반영하겠다고 합니다.


  또한, 서울대학교는 수시모집에서만 실시한 지역 균형 전형을 정시모집에서도 실시하고, 수시모집 지역균형 전형 수능 최저학력 기준도 완화합니다. 4개 영역(국어, 수학, 영어, 탐구) 중 3개 영역 이상 2등급 이내였던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2023학년도부터 4개 영역(국어, 수학, 영어, 탐구) 중 3개 영역 등급 합이 7등급 이내로 변경됩니다. 아직 대교협 심의 및 승인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서울대학교의 이러한 변화는 다른 대학의 학생 선발에도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정시가 확대되더라도 학생부, 내신의 영향력이 축소되지 않을 것입니다.


  이번 보도 이후 ‘과거 교육’으로 역행하는 교육부의 행태에 제동을 걸었다, 개별 대학이 학교 교육 정상화 메시지를 던졌다는 호평이 나오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지역 균등 전형에 학생을 추천할 때 재학생 위주로 추천을 하기에 고3 학생에게 유리하고 N수생에게 불리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는 ‘문제 풀이’에만 강한 성적만 좋은 학생이 아니라 충실한 학교생활을 바탕으로 학업역량을 키운 학생을 뽑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발표가 첫 적용되는 고1 학생들이 이미 한 학기 내신 시험을 치른 시점에서 정시전형의 큰 변화가 발표된 것이 아쉽긴 합니다만, 대학 나름의 자구책을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아직 대교협의 심의가 남아 있어 확정된 내용은 아니지만, 서울대학교의 전형 예고 발표라는 점에서 나머지 대학과 고등교육에 던지는 메시지를 무시할 수 없습니다. 미래지향적인 교육의 방향에 대해 대학이 진지하게 고민하고 책임감 있게 변화하려는 움직임이 반갑습니다. 이러한 변화가 내신을 포기하고 정시전형만 노려 자퇴하는 학생을 막고, 학교가 교육기관으로서 충실히 제 역할을 다 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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