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생활기록부의 모든 영역 중 유일하게 학생이 스스로 내용을 구성할 수 있는 항목이 ‘독서기록상황’입니다. 학생부 종합전형에서 생활기록부의 가장 중요한 항목 3가지를 골라보라고 하면 교과성적, 교과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독서를 뽑습니다.
대학에서 학생의 학업역량과 전공적합성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죠. 다른 교과 영역은 학생이 최선을 다할 뿐 어떻게 해볼 수 없는 교사의 영역입니다. 하지만 ‘독서’는 본인이 얼마나 고민하고 노력하느냐에 따라 차별화된 결과가 나옵니다. 1학년 때부터 정성을 쏟아 관리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정작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은 독서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중요성은 알더라도 무슨 책부터 골라 읽어야 할지 너무 막연하고, 늘어난 학습량과 각종 평가 준비로 독서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습니다.
1학년 시기는 적응하는 것 자체로 헉헉거리다가 끝나는 사례를 매년 목격합니다. 2학년 담임이 되어 3월 초 상담을 하려고 1학년 생활을 들여다보면 기가 막힌 생활기록부가 많습니다. 절반이 넘는 아이들의 독서기록이 텅 비어 있거나 한두 권의 책만 들어 있는 겁니다. 그마저도 특정 교과 시간에 ‘한 학기 한 권 읽기’ 단원에서 억지로 읽은 공통된 책이라 진로와 관련도 없습니다.
어떤 학생은 10권을 읽었다고 올렸는데, 누가 보아도 중학교 수준의 책이나 심지어 학습만화도 있습니다. 그럼 어떤 책을 얼마나 읽어야 할까요?
대학에서 독서기록 상황을 보려고 하는 이유를 생각해보시면 답이 쉽게 나옵니다. 대학에서는 과연 이 학생이 입학했을 때 어려운 전공 서적까지 소화해 낼 수 있을지, 학생의 관심이 정말 지원한 전공 분야와 관련이 있는지, 생활기록부에 적힌 다른 내용이 진정성이 있는지 확인해 보고 싶을 겁니다. 따라서 본인의 지적 수준과 관심을 보여줄 수 있고, 생활기록부의 다른 영역들의 내용을 증명할 수 있는 책을 골라 읽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A 학생은 국제무역이나 국제학과 진로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사회시간에 ‘세계 무역 분쟁’에 대한 토론 후 보고서를 작성하고, 국어 시간에는 ‘국제기구의 종류와 역할’에 대한 글을 쓰고 매체를 활용하여 발표했습니다. 논술 시간에는 ‘한국이 미국, UAE 다음으로 인도네시아에 진단 키트를 보낸 이유, 현 일본 수출 규제’라는 제목의 신문 기사를 스크랩한 후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동아리는 ‘국제교류 동아리’를 들어 활동하면서 학교 교환학생 초청 주간에 한국문화 체험 안내를 하는 봉사활동을 했습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독서기록상황에도 관련 도서를 찾아 읽은 흔적이 있어야 합니다.
보고서를 작성하고, 발표 준비를 했다고 하면서 관련 도서 한 권을 찾아 읽지 않았다면 다른 모든 내용이 진로에 맞춰 억지로 꾸며진 이야기라는 의심을 사게 될 겁니다. 역사에 관심이 있다고 하면서 역사책 한 권 읽지 않은 학생,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있다면서 소설책만 읽은 학생이 실제 수두룩합니다. 이런 검증은 독서기록만으로 하지 않습니다.
독서가 정말 중요한 이유는 ‘면접’에서 다시 질문하기 때문입니다.
면접관은 단순히 책의 내용을 확인하는 질문을 하는 게 아니라 책을 읽게 된 동기, 그 책을 읽고 나서 배운 게 무엇인지, 본인의 생각이 작가의 생각과 같은지 등을 물어볼 겁니다. 따라서 독서기록장도 이런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내용으로 채워 넣어야 합니다.
고3이 되어 면접 준비를 할 때 학생들은 생활기록부를 출력합니다. 1학년 때 읽은 책의 내용이 기억나지 않아 다시 그 많은 책을 대출하여 다시 읽는 학생도 있습니다. 면접에 대비해 실전 말하기 연습을 하기도 부족한 시간에 수십 권의 책 내용을 다시 정리하는 학생들을 보면 너무 안타깝습니다.
따라서 생활기록부에 도서명을 올리는 것으로 할 일을 끝냈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1학년 때부터 독서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방법이 정말 중요합니다. 다음으로 독서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방법에 대해 안내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