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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하트 Jun 06. 2023

우리 부부가 자주 하는 말 세 가지

남편 하나 보고 지인 한 명 없는 타지로 와 육아 중인 나.


나가서는 회사일,

집에서는 육아와 집안일.

최근 새로운 꿈에 도전해서 공부할 것도 많은 신랑.




멀끔하게 출근하는 신랑을 보면 부러울 때가 있다.

물론 일하는 건 힘들겠지만

동료들과 어른 대화도 나눌 수 있고,

나가서 점심 사 먹고 커피도 마시고,

퇴근하고는 회식도 하는 게 너무 부러웠다.


신랑도 반대로 집에만 있는 나를 부러워할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상대방의 떡의 더 커 보이는 입장에 있는 우리 부부.


그런 우리 부부가 자주 하는 말 3가지가 있다.




1. 고마워

사소한 일에도 고맙다는 말을 자주 하고 자주 듣는다.

특히 신랑이 이 말을 잘한다.

이 말을 들으면 공기가 훈훈해진다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그 이후로 더 많이 하고 하고 나서 묻는다.

"공기가 훈훈해졌어?"라고..ㅋㅋ..


어제는 신랑이 쉬는 날이었는데 지인과 공을 치러 아침부터 나갔다. 점심 먹고 들어와 오후엔 머리 하러 미용실을 갔다. 휴일이지만 혼자서 육아를 했다.


어쩌면 불만이 쌓일 수 있는 상황인데 불만이 생기기도 전에 고맙다는 말로 시작해 미안하다는 중간 말을 거쳐 결국 고맙다는 말로 마무리하며 나가는 신랑. 내가 불만을 가질 틈이 없게끔 만드는 재주가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컨디션에 따라 불만이 터질 때도 있지만)


아침에 잘 다녀오라고 인사하면 고맙다는 말로 답하고

자기 전 방에 불 꺼주면 고맙다고 말하고

내가 청소하면 고맙다고 말하고

딸이랑 내가 잘 놀면 고맙다고 말하는 그.


사소하게 하는 행동들에 고맙다는

표현을 들으니 고마운 일들이 자꾸만 생겨난다.






 2. 미안해

잘못을 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고맙다는 말의 다른 느낌이다.  


어제도 아침부터 나가면서 고맙다는 말과 나가서 미안하다는 말을 계속하던 신랑. 그런 말을 들으면 오히려 내가 역정을 낸다.


“미안하긴 뭘 미안해!!”


그 말을 들으면

그도 일하랴 딸 육아하랴 마누라 육아하랴 집안일하랴 요리하랴 새로운 꿈 준비하랴 얼마나 바쁘고 지칠지 마음 한편이 찡하고 아려온다.


'힘들 그에게도 자유의 시간이 필요하지'라는 생각이 밀려온다. 나가고 나면 '어우!!! 나도 자유를 달라고!!'라고 외치지만 말이다.




일 마치고 들어와서 깔끔한 집에 맛있는 음식을 차린 예쁜 와이프가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 반대다.

집에서 육아하고 있다가 신랑의 차가 들어오는 소리가 울리면 순간 당황한다.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책과 장난감, 쌓여있는 설거지, 초췌한 나.

"미안. 집이 난장판이지? 미안해"라고 말하면

"미안하긴 뭘 미안해!!!" 하며 옷소매를 걷어 올리고 설거지부터 시작하는 그.

이럴 땐 정말 미안하고 좀 치울걸.. 싶지만 매일 반복이다..^^






3. 고생이 많아.

육아하는 나에게 그가 자주 하는 말이다.


아무도 안 알아주는 것만 같고 나만 힘든 것만 같은 기분을 느낄 때가 하루에도 여러 차례다. 그런 나에게 이 말은 큰 힘이 되고 위안이 된다.


출근하며 나갈 때,

중간중간 전화 와서,

집에 들어와서,

하루에 최소 2~3번은 "수고가 많아, 고생이 많아"라는 말을 그에게 듣는다.


이 말을 할 때는 진심이 담긴 눈빛과 표정이 필수다.

자칫 잘못하면 의무적으로 하는 말처럼 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 또한 "영혼 담았어?"라고 몇 번 물은 적이 있지만 억울하다는 표정과 진심 어린 그의 표정을 본 이후로는 더 이상 묻지 않게 되었다.



나의 정성과 노력을 알아봐주고 인정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이름 없는 나에게 이름을 붙여주는 기분이다.

김춘수 시인의 꽃처럼.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꽃 중에서-








달달한 신혼을 보내던 부부들도 육아를 하며 갈등이 자주 생기기 마련이다. 갈등 자체를 잘 만드는 일이 없도록 우리 부부는 이 세 가지 말을 자주 한다. 이 말을 통해 상대방을 더 배려하고 애정을 주고받게 된다. 앞으로도 배려하며 살도록 노력해야겠다.






오늘 나 혼자 나와서 미안하고

나에게 자유를 줘서 고맙고

아침부터 요리하고 육아하느라 고생 많아 신랑아!



-혼자 카페 와서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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