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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하트 Jun 13. 2023

나보다 너, 너보다 우리

우리 집 가훈


신랑과 연애 때의 일이다.

무슨 일이었는지 사건은 잘 기억 안 나지만 신랑이 정말 진지하게 나에게 부탁한 적이 있었다.


나는 너를 위하고

너도 너를 위하면

나는 누가 위해주냐며 이기적인 내 모습을 고쳐달라고.


그때 살짝 충격이었다.

나는 내가 이기적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세세한 이야기는 잘 기억 안 나지만

그의 말을 들으며 내가 이기적임을 수긍했었다.


그때 한 말이 암묵적으로 우리 집 가훈이 되었다.



나보다 너
너보다 우리



그렇게 가훈이 된 후

자꾸 까먹고 끊임없이 상기시키며 나보다 그를, 그보다 우리를 생각하려고 노력 중이다.



어제 시누가 오셔서 술 한잔 하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나를 제외한 두 사람이 얘기를 나누고 중간에서 듣고 있다가 시누의 입장을 공감해줬다. 물론 신랑의 입장도 공감 갔지만 앞에서 티 내지는 않았다.



술자리를 정리하고 잠들기 전 신랑이랑 둘이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가 아차! 싶었다. 신랑은 내 친구, 내 가족 누구를 만나든 내 편을 들어주는데(아닐 때도 있음) 나는 신랑보다는 신랑 가족, 신랑 친구 편을 들어주는 내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매번은 아님). 편이라기보다는 공감이랄까? 마음속 진심은 누구보다 그를 응원하는데 왜 표현은 다른 사람에게 더 응원을 보내는 걸까. 다른 사람을 향한 응원도 좋지만 그에게도 표현해야겠다 생각했다.


말 안 해도 알 줄 알았는데

말하지 않으면 모르니까.



또한 어제 얘기를 나누며 그가 새로 준비하는 일이 잘되면 우리 가족이 좋은 일, 잘 안되면 혼자 책임져야 하는 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책임감을 가지는 건 좋지만 혼자 짊어지고 가는 건 아니라고 말했다. 그도 잠깐 '우리'라는 존재를 잊은 것 아닌가 싶었다. 가족이 된 우리. 그 '우리'라는 말이 참 따뜻한 보호막 같은 단어로 다가왔다. 나도, 그도 이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끈끈한 동반자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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