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란하트 Jun 14. 2023

너의 상처

엄마가 미안해

딸이 침대에서 떨어졌다.

가슴이 철컹 내려앉고 온몸에 소름이 돋고 식은땀이 나고 심장이 벌렁벌렁 뛴다.

하... 벌써 두 번째다...




딸이 아침 식사를 깔끔하게 다 드시고

나 설거지하는 동안 책 꺼내고 놀다가

똥을 쌌다.


똥 기저귀를 갈고 씻기고 다시 옷을 입히는데 안 입으려고 기어가고 나는 잡으려는 그 짧은 1~2초 순간. 떨어졌다. 내 오장육부도 다 철컥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휴.. 저번은 왼쪽 이마였는데... 이번엔 오른쪽 이마구나...

덜덜 떨리는 손으로 딸을 안으니 금방 그치더니 꿈뻑꿈뻑 존다. 이렇게 재우면 확인이 안 될 것 같아 앉아서 노래 부르고 춤추며 딸 앞에서 온갖 재롱을 피웠다. 고맙게도 웃는다. 물도 먹이고 안고 있으니 품 안에서 잠들었다.


눕혀놓고 한참을 봤다.

나로 인해 생긴 상처들이 눈에 보였다.


방 문 닫다가 찡겨서 생긴 갈라진 엄지발톱.

같이 있다가 잠깐 나갔을 때 (저상형) 침대에서 떨어진 움푹 들어간 왼쪽 이마.

눈앞에 보고 있는데도 떨어진 널 잡지 못해 생긴 오른쪽 이마 멍.


코 주변에 긁힌 자국은 뭘까?

이것도 혹시 나의 부주의함으로 생긴 상처일까?

마음이 아려온다.

자고 있는 딸을 보며 코끝이 찡해진다.


혹시나 마음에 상처는 있는 건 아니겠지?

볼 수도 없고 말 못 하는 딸이라 들을 수도 없네.


이틀 전 시누가 딸과 내가 자는 옆방에서 주무셨는데 새벽에 내가 딸 이름을 크게 두 번 불렀다고 하셨다.

"저 그렇게 부른 적 없는데요?"

"아닌데? 두 번 크게 화난 목소리로 불러서 나 그 소리에 깼어"

문득 그날의 대화가 스쳐 지나간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온 표정과 말투가 엄마가 온 세상인 너에게 상처가 되진 않았을까.

주의하고 반성해 본다.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엄마가 더 주의 깊게 보고

안아주고 웃을게.



신랑이 걱정돼서 전화 왔길래

반성문 쓰고 있다고 말하니

“에이~~ 무슨 괜찮아. 그렇게 생각하지 마”

라는 그 말에 눈물이 또 왈칵;;;


엄마 너 자는 동안 잠깐만 울고

너 일어나면 웃고 있을게.


일어나서 재밌게 놀자!





매거진의 이전글 나보다 너, 너보다 우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