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미안해
딸이 침대에서 떨어졌다.
가슴이 철컹 내려앉고 온몸에 소름이 돋고 식은땀이 나고 심장이 벌렁벌렁 뛴다.
하... 벌써 두 번째다...
딸이 아침 식사를 깔끔하게 다 드시고
나 설거지하는 동안 책 꺼내고 놀다가
똥을 쌌다.
똥 기저귀를 갈고 씻기고 다시 옷을 입히는데 안 입으려고 기어가고 나는 잡으려는 그 짧은 1~2초 순간. 떨어졌다. 내 오장육부도 다 철컥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휴.. 저번은 왼쪽 이마였는데... 이번엔 오른쪽 이마구나...
덜덜 떨리는 손으로 딸을 안으니 금방 그치더니 꿈뻑꿈뻑 존다. 이렇게 재우면 확인이 안 될 것 같아 앉아서 노래 부르고 춤추며 딸 앞에서 온갖 재롱을 피웠다. 고맙게도 웃는다. 물도 먹이고 안고 있으니 품 안에서 잠들었다.
눕혀놓고 한참을 봤다.
나로 인해 생긴 상처들이 눈에 보였다.
방 문 닫다가 찡겨서 생긴 갈라진 엄지발톱.
같이 있다가 잠깐 나갔을 때 (저상형) 침대에서 떨어진 움푹 들어간 왼쪽 이마.
눈앞에 보고 있는데도 떨어진 널 잡지 못해 생긴 오른쪽 이마 멍.
코 주변에 긁힌 자국은 뭘까?
이것도 혹시 나의 부주의함으로 생긴 상처일까?
마음이 아려온다.
자고 있는 딸을 보며 코끝이 찡해진다.
혹시나 마음에 상처는 있는 건 아니겠지?
볼 수도 없고 말 못 하는 딸이라 들을 수도 없네.
이틀 전 시누가 딸과 내가 자는 옆방에서 주무셨는데 새벽에 내가 딸 이름을 크게 두 번 불렀다고 하셨다.
"저 그렇게 부른 적 없는데요?"
"아닌데? 두 번 크게 화난 목소리로 불러서 나 그 소리에 깼어"
문득 그날의 대화가 스쳐 지나간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온 표정과 말투가 엄마가 온 세상인 너에게 상처가 되진 않았을까.
주의하고 반성해 본다.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엄마가 더 주의 깊게 보고
안아주고 웃을게.
신랑이 걱정돼서 전화 왔길래
반성문 쓰고 있다고 말하니
“에이~~ 무슨 괜찮아. 그렇게 생각하지 마”
라는 그 말에 눈물이 또 왈칵;;;
엄마 너 자는 동안 잠깐만 울고
너 일어나면 웃고 있을게.
일어나서 재밌게 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