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란하트 Jun 20. 2023

어서 와. 혼자 시댁 오긴 처음이지?

신랑이 3일간 교육을 받으러 가서

독박육아 당첨이다 ^^


어제는 시누를 집으로 초대했고

오늘은 아침 7시 30분 전에 짐 챙겨 시댁으로 왔다.


혼자서 충분히 할 수 있지만

복직을 앞두고 친정으로 들어갈 일이

2주도 채 남지 않아서

시댁 가족들에게 딸을 보여드리고

딸 또한 이쁨, 사랑을 듬뿍 받는 시간을 주고자

초대하고 직접 찾아갔다.





아들 없이 혼자 온 며느리가 혹시나 불편하진 않을까 어머님이 신경 쓰시는 게 느껴졌다.

평소에 요리는 안 해도 설거지는 바로바로 하는데

설거지 나중에 한꺼번에 하자고 하시고

딸이 어지럽힌 집 치우려 하면

치우지 말고 다 뿌셔도 된다고 하시고

(딸은 진짜 전화기 뿌술기세;;)

맘껏 다 꺼내먹으라는 어머님.


이거 진짜 맛있는 감자라며 쪄주시고

이거 진짜 맛있는 살구라며 주시고

이거 진짜 맛있는 쑥떡이라며 주시고

다이어트해야 한다 하니

이거 다이어트 음식이라며 시래기 주시는 어머님

진짜 다 맛있네요.

살 빼야 하는데 밥 두 그릇 먹었어요 어머님 ㅠㅠ





어머님 아버님 다 일정이 있으셔서

11시 이후부턴

딸과 나 둘이서 시댁 집을 지키고 있다.


오후 한 시.


창가 옆에 앉았다.

곤히 자는 딸.

짹짹짹 새소리.

뭉글뭉글 부드러운 하늘.

달달한 커피.

읽고 싶던 소설책.

살랑살랑 부는 시원한 바람.

책 읽다가 졸려서 딸 옆에서 스르륵 잠들기.

이 순간이 너무 소중하고 행복하다.




시댁에서 7시간 동안 딸과 둘이 있었다.

비밀번호 누르고 들어오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고

엘리베이터에서 옆집 이웃분을 만난 것도 반가웠고

집 앞 편의점 직원분과의 만남도 좋았고

주방을 뒤적이며 딸 밥 준비도 어색하지 않았다.

신랑 없이 오면 약간은 어색하고 불편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았다.

이렇게 가족이 되어가나 보다.




저녁 6시 50분.

고기를 사 오신 어머님과 맥주 한잔.


급으로 다음 주에 또 오겠다고 말했다.

사실 조금 귀찮기도 하지만

복직하고 친정 가면 이렇게 오긴 쉽지 않을 것 같아

먼저 오겠다고 했다.




내 딸 많이 이뻐해 주세요.

저도 이뻐해 주시고요. 히히히




딸같은 며느리는 될 수 없지만

조금씩 가족이 되어감을 느끼는 하루였다.












매거진의 이전글 너의 상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