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인가 칭찬인가
지난 주말에 신랑, 딸과 2박 3일 여행을 다녀왔다.
평소 각방 쓰며 출근 전, 퇴근 후 내 모습만 보다가
한 곳에서 자며 딸과 있는 모습을 본 그가 말했다.
육아 잘하네~
라고.
기분이 좋아서 헤벌쭉 웃으려는 찰나에
그가 말을 덧붙였다.
다른 건 다 어설픈데~
이건.. 칭찬인가 욕인가
헤벌쭉 웃으려는 입이 딱 다물어졌다.
뭐가 어설프냐는 나의 질문에
그는 당연하듯이
"뭘 새삼스레 물어? 육아 빼고 다 ~~"
라고 말했다.
어이가 없고 기가 찼지만
딱히 할 말은 없었다.
내가 그렇다.
뭔가 하면 '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잘'하는 건 뒷전이니까.
한 번 한다 하면 제대로, 완벽하게 하는
그의 입장에선 내가 하는 모든 게
엉성하고 어설퍼 보일 것이다.
잠시 웃으며 그런 얘기를 나눴지만
여운은 길게 남았다.
나 자신도 알고 있었다.
내가 매사에 좀 어설픈 게 있다는 걸.
전자기기가 안 돼서 버리려고 했는데
그가 하니 금방 되고
내가 하니 안되고
(신랑은 어쩜 방금 되다가도 내가 하면 안 되는지 그걸 더 신기해하는 듯;)
같은 장소 같은 드라이기를 써도
내가 쓰면 우당탕탕.
그가 쓰면 얌전.
설거지를 해도
내가 하면 다시 해야 할 것들이 보이고
그가 하면 깔끔.-.-
아무튼 내가 뭘 하면
기본적으로 우당탕탕 음소거를 깔고 간다.
우왕좌왕은 덤으로 깔고 가고^^;
나이가 30이 넘어도 혼자 걷다가 잘 넘어지는
그런 내가 육아를 잘한다는 말 들으니
뿌듯하고 기분 좋았다.
좋아하는 건 말할 수 있어도
잘하는 건 나도 알지 못했는데
누군가에게 잘한다는 말을 들으니...
좋기도 하지만
뭔가 약간은 미묘한 이 기분(?)
그래.
내가 정작 중요한 걸 잘하려고
이렇게 까지 어설프게 살았구나;;;
욕 같기도 칭찬 같기도 한 말이었지만
나에겐 큰 칭찬이었다.
내가 지금 제일 중점을 주고 하는 일에
잘한다고 완벽주의자인 그가 그런 말을 하다니.
(평소 그런 말 잘 안 하는데)
그 말에 팔랑팔랑 가벼운 나는
더 힘내서 재밌게 육아를 해본다.
육아도 엉성하게 하는 건 아닐까 했는데
잘한다는 말을 들으니
참 좋다.
역시 사람은 인정받고
인정해주며 살아야 하나 봅니다.
오늘 사랑하는 가족, 지인을
인정해주는 하루를 보내시길 바라요.
저는 다른 건 어설프지만 육아는 잘하는
그런 하루를 보내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