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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하트 Jun 27. 2023

어설픈 내가 잘하는 것

욕인가 칭찬인가

지난 주말에 신랑, 딸과 2박 3일 여행을 다녀왔다.

평소 각방 쓰며 출근 전, 퇴근 후 내 모습만 보다가

한 곳에서 자며 딸과 있는 모습을 본 그가 말했다.


육아 잘하네~

라고.



기분이 좋아서 헤벌쭉 웃으려는 찰나에

그가 말을 덧붙였다.


다른 건 다 어설픈데~


이건.. 칭찬인가 욕인가

헤벌쭉 웃으려는 입이 딱 다물어졌다.



뭐가 어설프냐는 나의 질문에

그는 당연하듯이

"뭘 새삼스레 물어? 육아 빼고 다 ~~"

라고 말했다.

 


어이가 없고 기가 찼지만

딱히 할 말은 없었다.


내가 그렇다.

뭔가 하면 '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잘'하는 건 뒷전이니까.


한 번 한다 하면 제대로, 완벽하게 하는

그의 입장에선 내가 하는 모든 게

엉성하고 어설퍼 보일 것이다.







잠시 웃으며 그런 얘기를 나눴지만

여운은 길게 남았다.


나 자신도 알고 있었다.

내가 매사에 좀 어설픈 게 있다는 걸.



전자기기가 안 돼서 버리려고 했는데

그가 하니 금방 되고

내가 하니 안되고

(신랑은 어쩜 방금 되다가도 내가 하면 안 되는지 그걸 더 신기해하는 듯;)


같은 장소 같은 드라이기를 써도

내가 쓰면 우당탕탕.

그가 쓰면 얌전.


설거지를 해도

내가 하면 다시 해야 할 것들이 보이고

그가 하면 깔끔.-.-


아무튼 내가 뭘 하면

기본적으로 우당탕탕 음소거를 깔고 간다.

우왕좌왕은 덤으로 깔고 가고^^;


나이가 30이 넘어도 혼자 걷다가 잘 넘어지는

그런 내가 육아를 잘한다는 말 들으니

뿌듯하고 기분 좋았다.


좋아하는 건 말할 수 있어도

잘하는 건 나도 알지 못했는데

누군가에게 잘한다는 말을 들으니...

좋기도 하지만

뭔가 약간은 미묘한 이 기분(?)



그래.

내가 정작 중요한 걸 잘하려고

이렇게 까지 어설프게 살았구나;;;



욕 같기도 칭찬 같기도 한 말이었지만

나에겐 큰 칭찬이었다.


내가 지금 제일 중점을 주고 하는 일에

잘한다고 완벽주의자인 그가 그런 말을 하다니.

(평소 그런 말 잘 안 하는데)


그 말에 팔랑팔랑 가벼운 나는

더 힘내서 재밌게 육아를 해본다.



육아도 엉성하게 하는 건 아닐까 했는데

잘한다는 말을 들으니

참 좋다.


역시 사람은 인정받고

인정해주며 살아야 하나 봅니다.


오늘 사랑하는 가족, 지인을

인정해주는 하루를 보내시길 바라요.


저는 다른 건 어설프지만 육아는 잘하는

그런 하루를 보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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