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성장
작년 4월부터 '출산'휴가, '육아'휴직을 보내는 중입니다. 단어 그대로 출산을 했고 육아를 하는 중이죠.
단어 자체에서 자식을 위해 엄마로서 살아가라는 냄새를 강하게 풍깁니다. 그 낱말에 맞게 아침에 눈뜨고 잠들 때까지 엄마로서 노력해요. 어쩔 땐 자면서도 엄마의 역할은 이어지죠. 그러다 문득 너무 혼자 있고 싶었습니다. 아기는 너무 귀엽고 벅찬 사랑을 느끼는데 이런 마음이 든다는 사실이 엄마답지 못하고 이기적인 엄마 같았어요. 같이 아빠가 된 신랑은 최고의 남편이자 아빠지만 그와 동시에 자신만의 시간도 가졌습니다. 운동도 했고, 일도 하고 회식도 하면서요. 신랑이 하는 건 괜찮은데 내가 하면 왜 죄책감이 들까요?
혼자만의 시간에 대한 욕구가 점차 강해져 집에서 할 수 있는 걸 찾아야 했습니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운동을 시작합니다. 나를 위한 일이 결과적으로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딸이 5~6개월쯤 됐을 때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출산 전에 읽을 때와 비교해 출산 후에는 마음가짐이 달랐습니다. 딸이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랐으면 하는 마음에 모범을 보이기 위해 읽었습니다. 이렇게 사소한 일 하나에도 엄마의 냄새를 조금씩 새겨가기 시작했습니다.
딸이 혼자 놀 때, 잘 때, 아빠랑 놀 때 잠깐의 시간이 나면 책을 폈습니다. 책을 펴서 읽을 페이지 찾는 시간조차 아까워 식탁엔 항상 독서대에 책이 놓여 있죠. 지나가다 틈나면 서서 한 페이지 읽고 바로 앉아서 읽을 수 있도록요. 딸을 재울 때는 안고 오디오북을 듣고, 잠깐 분리수거를 하러 가는 틈새에도 폰으로 전자책을 읽었습니다. 할 수 있는 방법을 총 동원해서 책에 빠졌습니다. '내가 여기서 최소 한 가지는 배운다'는 필사적인 마음으로 읽어나갔습니다. 한 권씩 읽으며 조금씩 성장하고 마음을 다스리는 저를 보고 기특해하면서요.
책을 읽다 보니 글을 써야겠다 생각했고, 우연히 글쓰기 모임에 들어갔습니다. 글을 쓰며 하루 육아를 돌아보며 반성하고 내일 더 나은 모습을 그리며 하루를 마무리해 나갔습니다. 머릿속에 흩어져 있는 생각들을 끙끙거리며 한 자 한 자 표현해 나가는 게 과정은 힘들어도 다 했을 때는 얼마나 뿌듯한지요. 그 뿌듯함이 또 힘을 내는 원동력을 줍니다.
저는 운동을 좋아하지도 잘하지도 않습니다. 육아를 하다 보니 체력도 떨어지고 임신 때 쪘던 살이 내 살로 점차 자리 잡아갑니다. 운동을 안 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거죠. 런데이라는 어플을 통해 30분 달리기에 도전했습니다. 그 도전을 끝낸 이후로 운동도 끝을 냈다는 게 문제지만요. 하하하.
지금은 침대에서 뒹굴 거릴 때 누워서 하늘자전거 10번, 매트에서 놀 때 스트레칭 10초, 동요 틀고 춤추는 척하며 팔 벌려 뛰기. 이런 식으로 나름 최소한의 운동을 이어 나가봅니다.
한 몸이었던 딸와 분리된 지 12개월.
너를 돌보는 일이 나를 돌보는 일이 되었고
나를 돌보는 일이 너를 돌보는 일이 되었습니다.
딸과 저의 탯줄은 끊어졌지만 보이지 않는 더 강한 끈으로 연결됨을 느낍니다. 그 끈이 더 탄탄해지도록 딸을 키우며 저도 잘 키워 나가야겠습니다.
육아휴직을 지내며 동시에 자기 계발휴직을 보내고 있습니다.
복직 전 새로운 도전을 찾던 중 브런치에 작가 신청을 하게 되었고 감사하게도 한 번에 합격(?)했습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책 읽고 글을 쓰며 새로운 도전을 찾아 실행해 보겠습니다. 그 여정을 브런치와 함께 하려 합니다. 저의 글이 누군가에겐 공감 혹은 조금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