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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하트 Jul 07. 2023

나를 위한 시간

이것도 연습, 반복이 필요해

어린이집을 보내기 전에 혼자 상상해봤다.

어린이집 보내고 집에 와서

책 읽고

청소하고

요리하고

글 쓰고

홈트하고

다하고 시간이 남으면 낮잠도 자는 내 모습.

크~ 너무 우아하고 멋지다.



그런데 아니 웬걸?

절대 그렇게 시간을 보내지 말아야지! 했던 걸 다 하고 있다. 어린이집에서 언제 연락 올지 모르다 보니 폰을 손에서 뗄 수가 없다는 이유로 안 하던 인스타그램도 깔아서 보고, 유튜브도 보고 티브이도 봤다. 지금까지 끊거나 줄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힘써왔던 걸 모조리 다 하고 있다.


‘어머어머 나 뭐 하는 거야? 정신 차리자. 그만해!’하는 생각과 ‘이런 시간도 있어야지. 애 없을 때 이러고 있지 언제 이러고 있어?’하는 생각이 싸우기 시작한다.


누워서 sns를 타고 타고 들어가 중학교 동창의 완전 달라진 모습을 보기도 하고, 나랑 아무 상관없는 연예인들의 일상을 보기도 하고, 유튜브 숏츠를 광고가 없어 효율적이라는 생각을 하며 보다가 문득! ‘어? 나 뭐 하지? 이런 걸 내가 왜 보고 있지?‘ 정신 차리라는 신호가 반짝 켜진다.


다시 sns 어플을 지우고 키보드를 꺼내고 식탁에 앉았다. 타이밍도 참; 앉고 1분도 지나지 않아 어린이집 선생님 전화가 오셨다. 잠 와서 찡찡거리는데 조금 더 있어보고 연락 주겠다는 말씀에 추가 시간을 얻은 기분이다.


남은 추가시간은 헛되게 보내지 않기 위해 엄마 심부름을 하고 다시 식탁에 앉아 글을 쓰며 마음을 단정하게 가다듬는다.


어린이집 보내고 복직 전까지 ‘나를 위한’ 시간을 알차게 보내리라 다짐했건만 오늘 내가 보냈던 시간들이 ‘나를 위한’ 시간은 아니라는 확신이 든다. 조금 귀찮고, 엉덩이가 무겁더라도 앉아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면 마음속 깊은 곳에서 뿌듯함과 나 자신이 더 좋아지는 마음이 싹을 틔운다. 이 싹에 글쓰기, 독서, 운동이라는 물을 듬뿍 줘가며 꽃을 피우는 그날까지 잘 키워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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