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내 성대모사를 잘하는 신랑.
보고 있으면 어이가 없고
내가 언제 저러나? 할 때가 많다.
또 나를 따라 하는 그를 보고
살짝 충격을 받았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내가 봐도 내가 그랬던 것 같아서.
내일 나랑 딸이 친정으로 이사 간다. 동시에 신랑은 새로운 일을 시작해서 주말에도 바빠서 친정을 자주 오지 못할 수 있다. 아직 이 사실을 모르는 친정부모님은 당연히 궁금해하시고 걱정을 하실 거였다.
그런 부모님에게 상황을 말하는 나를 따라 했다.
"주서방이 새로운 일을 할 건데
몰라 ~ 알아서 잘 해여~
몰라~ 저 꼼꼼한 사람이 어련히 알아서 하겠나~
몰라~ 걱정하지 마.
나도 잘 몰라~"
얼렁뚱땅 말하는 내 모습.
궁금하게 주제만 던지고 모른다고, 알아서 하니 걱정하지 말라고. 최측근이면서 나도 모른다고.
나는 평소에 엄마가 걱정하시는 게 싫었다.
걱정을 하는 엄마가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걱정이 시작될 때 엄마의 미간에 생기는 주름이 보이기 시작하면 난 그때부터 퉁명스러워진다.
모른다고.
알아서 한다고.
그러니 묻지 말고 걱정도 하지 말라고.
그러나 내 모습을 따라 하는 그를 보니
실컷 걱정하게 말 다 해놓고
걱정하지 말라니?
궁금하게 다 만들어놓고
모르니 궁금해하지 말라니?
나 같아도 나처럼 말하는 상대방을 보면
궁금해서 물어보고 걱정이 될 것 같았다.
그것도 그게 내 딸 이야기라면 더더욱.
내 딸이 나에게 그렇게 말했으면
나는 더 꼬치꼬치 옆에 붙어서
“왜? 왜?? 뭔데? 엄마한테 좀 말해줘”하며
걱정 가득한 눈으로 귀찮게 굴었을지 모른다.
혹은 삐져서 입이 툭 나와있었을 거다.
하루가 지나 그에게 말했다.
어제 나 따라 하는 모습에 살짝 충격받았다고.
나 진짜 그렇게 말했던 거 같다고.
나의 반응에
‘그걸 이제 알았나?
진짜 모르고 있었다는 게 더 놀랍네 ‘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또 이때다! 싶었는지 그는 말했다.
나의 말투에 가끔씩 섭섭하기도 하고
고쳤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고.
평소 신랑은 나에게 정말 잘해준다.
매일 내 밥도 해놓고
꽃도 사주고
매번 필요한 건 뭔지 물어봐주고
매번 힘든 건 없는지 도울 건 뭔지 물어봐주고
매번 고생한다고 토닥여주고
자주 선물도 사주고
가끔 비싼 선물도 사주고 등등
그런 얘기들을 내가 엄마에게 말을 좀 했으면 좋겠는데 나는 그러지 않는다는 거였다.
그는 내가 엄마한테
“엄마~ 주서방이 나 먹으라고 출근 전에 두루치기 해놓고, 된장찌개 해놓고 갔어!
엄마~ 주서방이 딸 반찬 버섯볶음 했어~
엄마~ 주서방이 나 고생한다고 나한테 이거 사줬어.
엄마~ 주서방이 오늘 집에 들어오면서 꽃 사 왔어 “
이런 세부적인 얘기를 하길 바랐지만
정작 나는
“어~ 나 밥 먹었어. 그냥 집에 있는 거로 대충~
딸도 밥 먹었고~“
이렇게 끝나 버린다.
장모님에게 보여주기 위해 나에게 그런 건 아니지만
가끔씩은 서운하다고 한다.
자기는 정작 자신이 만든 요리도 내가 해줬다고 시어머님한테 말하고 나를 더 잘 보이게 하기 위해 주위에도 마누라가 챙겨준다고 얘기하는데 정작 나는 그러지 않기 때문에.
나는 왜 그랬을까?
정작 왜 그랬지?라는 생각 자체를 안 해봤는데
입장 바꿔보니 정말 서운하고
잘해주는 재미를 더 살려주지 못한 것 같다.
동시에 나의 말투를 돌아보게 됐다.
특히 엄마에게 더 퉁명스러워지는 내 말투.
엄마에게 씩씩한 딸 모습을 보이고 싶었나보다.
알아서 잘하고
걱정 안 해도 나는 알아서 하니 걱정하지 말라고
그런 속마음이 몸속 어딘가 깊숙이
자리하고 있던 건 아닐까?
친정살이 직전에 이 사실을 인지하고
생각해 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
좀 더 다정하고 살가운 딸이 되리라 다짐해본다.
쉽지는 않겠지만 불가능하지도 않다.
다정한 나의 모습을 보고 딸이 배울 수 있도록
내가 먼저 다정한 딸이 되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