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예전의 나
10대는 10대 답게 사춘기를 겪었고
20대는 20대 답게 실컷 놀며 동시에 미래에 관한 걱정을 하며 살았다.
파릇파릇 뭘 해도 상큼한 20대에 지금은 안부조차 모르는 많은 사람들과 노느라 바빴고, 변수가 많고 자리를 잡아 나가야 하는 20대에 나는 참 불안했다.
그래서일까 20대 중후반부터 30대를 기다렸다.
뭘 해도 다 서투르고 엉성한 20대인 내가
30대가 되면 좀 더 어른이 될 것 같았고
마음적,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길 것 같았고
'결혼'을 통해 안정감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전반적으로 30대가 되면
내 인생이 반짝반짝 빛날 거라고 생각했다.
마음속으로 강하게 염원해서일까.
30대가 되자 내 인생이 '짠!'하고 술술 풀렸다.
취업성공, 결혼할만한 남자와 연애는
한층 더 내 삶을 안정적이게 만들었다.
30대 큰 변수이자 지지대인 이 두 가지가 정해지니 내 삶은 편안하고 수월했다.
장거리라 주말연애를 하며
평일에는 동료, 친구들과
마치 대학생으로 돌아간 듯 놀고
새벽 시간을 사랑하게 됐고
플라잉요가, 헬스, 달리기, 필라테스 운동도 하며
주위 사람들과도 시간을 많이 보냈고
나 자신과도 시간을 많이 보내는 시기였다.
그렇게 내 인생의 또 한 번의 전성기가 시작되었다.
자취방에서 새벽에 일어나 차를 마시며
책을 읽고, 영어공부를 하며
새벽시간을 즐기는 나 자신을 얼마나 기특해했던가.
동료들과 우스운 가발 쓰고 노래방 가서 놀고
망가진 표정으로 인생 네 컷을 찍고
생일이면 고깔모자와 생일 선글라스를 쓰고 거리를 걷고 깔깔깔 얼마나 즐거웠던가.
그렇게 즐거웠던 그때의 어느 하루가 생각난다.
친한 직장 선배 2명, 좋아하는 언니, 남자친구(현 남편)와 처음 술을 먹는 자리였다.
서로 일면식 없는데 그냥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이유로 한자리에 불렀다.
그날 나는 펑펑 울었다.
"너~무 행복해요. 엉엉엉"
하며 울었다. 그랬다.
나는 그 시기에 너무 행복해서 막 눈물이 났다.
그런 나날들을 보냈었다.
오늘 문득 그때의 내가 생각났다.
앨범을 찾아내 그때의 사진을 봤다.
파릇파릇하고 이뻤다.
나중에 시간이 지나 지금의 사진을 보면
그때도 이렇게 생각하겠지.
그때 있던 남자친구는 없지만
지금은 더 끈끈해진 남편이 있고
그때는 자유가 있고 자식이 없었지만
지금은 자식이 있고 자유가 줄어들었고
그때는 퇴근하고 놀 생각을 했다면
지금은 곧 퇴근하면 육아할 생각을 하고
그때는 새벽에 나를 위한 시간을 가졌지만
지금은 새벽에 딸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진다.
모든 면에서 내 상황이 달라졌지만
그때보다 지금이 모든 면에서 삶이 다채롭고 풍요로워졌다.
다시 돌아갈 수도,
돌아갈래?라고 한다면 돌아가지도 않을 거지만
과거의 나를 떠올리니 그리움이 밀려온다.
그때의 그 자유가 유독 더 그립다.
그래도 책을 읽고 글을 쓸 수 있게
지금 주어진 제한적 자유도 좋다.
딸이 낮잠 깨기 전까지
오롯이 잘 느껴야지
이 제한된 자유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