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럴까 ㅠㅠ
점심 먹으러 가기 대략 10분 전에 있었던 일이다.
옆자리 계신 계장님이 지나가시다가 내 등과 어깨에 비듬이 떨어진 걸 보셨다. 나는 떨어져 있는 줄도 몰랐는데 옷이 검은색이다 보니 눈에 띄었나 보다. 사무실에는 계장님과 나 외에 한 명이 더 있었는데 계장님이 털어주시면서 "어우~ 눈이 왔다. 너무 심하다 얘~ 어우 이것 봐라 어머어머"라고 말씀하셨다. 순간 뻘쭘해서 내가 털어내려고 했는데 직접 다 털어주셨다. 여기서 끝났다면 정말 좋았으련만... "어우 밥 먹다가 밥에도 조미료 떨어지겠다~"라는 말을 시작으로 내 머리를 들쳐보시더니 "어우~ 너~무 심하다. 어머어머 나 손 씻어야겠다. 으~~~"라고 하시며 2절 3절이 시작되었다. 내 표정은 점점 굳어져가고 있었다.
"제가 샴푸를 바꿔야겠어요. 이렇지 않았는데 집에 있는 거 아무 샴푸 쓰고 이러네요"라고 말하며 툭툭 털며 쿠팡에서 바로 샴푸를 주문했다. 화장실 가서 머리와 옷을 다시 점검하고 함께 밥을 먹으러 갔다. 식당 줄을 서서도 계속 신경 쓰였다. 나도 모르게 또 떨어지고, 뒤에 있는 사람이 보는 건 아닌지. 줄 서면서도 말없이 있었다. 다른 직원이 컨디션이 안 좋냐고 묻는 말에도 괜찮다는 말만 짧게 했다. 5명에서 식사를 하는데 계장님과 나는 서로 끝자리에 떨어져 앉았다. 말없이 식사하는데 계장님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식사에만 집중했다.
식사 후 각자 쉬고 1시에 오후 업무가 시작되었다. 신경 쓰이셨는지 계장님이 먼저 사과하시며 말을 꺼내셨다.
"내가 아까 사람도 있는데 너무 말을 심하게 했지..? 미안해. 점심 내도록 계속 신경 쓰였어"
"네. 저도 몰랐던 거라 한 번 말씀해 주시면 인지하고 넘어갈 수 있는데, 다른 사람도 있는데 두 번 세 번 계속 말씀하시니까 저도 좀 뻘쭘하고 민망했어요."
"아유 그러니까~ 너 평소에 안 그런데 오늘따라 유독 그래서 놀라서 말한다는 게 너무 심하게 말한 거 같아. 미안해"
"괜찮아요~ 계장님 덕분에 샴푸 바로 주문하고, 저도 인지하게 됐어요"
대화를 나누며 나도 마음을 털어놓았다.
분위기가 가벼워진 후 각종 원인들이 제기되었다. 임신해서 호르몬 변화로 그렇다, 건조해져서 그렇다, 샴푸가 문제다, 머리를 제대로 안 말려서 그렇다 등등. 복합적인 이유라고 우리끼리 결론짓고 상황은 마무리되었다.
내가 진짜 좋아하는 계장님이고 아무런 악의가 없는 걸 잘 알지만 그 순간에는 너무 당황스럽고 민망했다. 내가 느낀 감정을 어떻게 털어놓지 밥 먹으면서도 머릿속은 복잡했는데 계장님이 먼저 말 꺼내주시고 사과해 주셔서 고마웠다.
그나저나 이거 계속 신경 쓰이네. 당장 샴푸 바꿔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