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고 고마워요
신랑이 서울에서 교육을 마치고 금요일 저녁 11시가 다 돼서 친정집에 도착했다. 저녁은 대충 편의점 컵라면으로 해결하고 집에 와서 자기 바빴다. 장거리 운전에 몸이 찌뿌둥해서인지 내가 화장실 갈 때마다 깨고 깊이 잠들지 못함이 느껴졌다.
토요일에는 일찍부터 육아로 하루를 시작했다. 푹 못 자 피곤했음에도 오전엔 같이 병원 가고 오후에는 푸드축제에 갔다. 조카까지 한 명 데리고 많은 사람들 속에서 신랑은 계속 딸을 안고 걸었다. 나 챙기고, 딸 챙기고, 조카 챙기고 음식 사 오고 뒷정리하느라 신랑은 피곤하고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도 그런 티 없이 웃으며 괜찮다고 하는 그에게 고맙고 미안했다.
어디 그뿐이랴, 장모가 된장 좀 끓이라고 해서 처갓집 와서 된장찌개 끓이고 뒤돌아서면 생기는 설거지를 했다. 평소 친정집에서 설거지를 거의 하지 않는 나는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았지만 몸은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저라도 대신해야죠’라는 말로 신랑은 내 몫까지 열심이다. 장인어른은 텃밭에 물 줘야 한다고 사위에게 물 좀 나르라 해서 신랑은 3~4번 물조리개를 들고 오르락내리락하며 물을 옮겼다. 이런 사위가 또 있을까.
저녁에는 장인어른과 술 한 잔 하고 일요일 새벽 5시 반에 육아 출근. 감기 걸렸음에도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는 마누라의 투정에 문 열자마자 베스킨 가서 아이스크림을 사 왔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글을 쓰는 지금은 내 차 엔진오일 갈러 나갔다. 내가 한다고 해도 자기가 해놓고 가야 마음이 편하다며 갔다.
그는 참 열심히 산다. 그의 사주가 그렇다더라. 자신이 맡은 건 뭐든 열심히 한다고. 회사도, 가게일도, 가정도 모두 열심이다. 열심히 할 뿐 아니라 또 잘한다. 완벽주의 성향이 있어 본인이 가끔씩은 벅차하고 힘들어한다. 그럴 땐 옆에서 보는 내가 마음이 아프다. 가장의 어깨가 무거워서 뭐 하나 내려놓지 못하는 건가 싶어 나라도 돈을 잘 벌어서 가계에 보탬이 되고 싶은데 내 월급은 무게를 덜어주기엔 너무 가볍다. 그래서 내 역할은 경제적인 것보다 정서적으로 아내, 엄마로서 자리를 잘 지키는 것이다.
열심히 사는 그 옆에서 나는 오늘도 자극을 받는다. 나는 그를 위해 뭘 할까?
딸을 위해 뭘 할까?
우리 가족을 위해 뭘 할까?
(근데 난 왜 이렇게 게으를까... 머릿속만 부지런하네)
오늘도 그를 보며 배운다.
즐겁게 열심히 오늘을 보내야지.
(그나저나 엔진오일 갈고 언제 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