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서로를 알아가는 중
지난 토요일 저녁, 갑자기 기분이 다운되었다.
아니다. ‘갑자기’라고 말했지만 솔직히 말하면 이유가 있었다. 딸과 내가 같이 자는데, 배가 점점 나오기 시작하고 딸의 몸부림이 심해지면서 공간이 너무 좁게 느껴졌다.
신랑에게 일주일에 1~2번은 딸이랑 자고 나는 혼자 자고 싶다고 말하고 싶었다. 신랑 직업 특성상 운전을 자주 하다 보니 혹시나 졸음운전할까 봐 말은 못 하고 생각만. 점점 배가 나오면서 혼자 자고 싶은 생각이 커지면서 이 말을 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했다. 근데 막상 신랑이 딸이랑 자면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이 갈팡질팡한 마음 때문에 말 못 하고 있다가 흘러가듯 자연스레 얘기를 꺼냈지만 나는 진지했다. 신랑은 두 번 정도는 무리라고 얘기를 했고 한번 정도는 자도록 해보겠다고 했는데 그 순간 너무 섭섭했다. 이 문제의 해결보다 “홀몸도 아닌데 아기랑 같이 자서 푹 못 자느라 힘들었지~ 고생이 많네”하면서 내 마음을 먼저 알아주기를 바랐던 거 같다. 그러나 남편은 감정적으로 나를 달래기보단, 이성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애썼다. 집 구조를 바꾸는 방법과, 침대를 바꾸는 방안을 생각하면서.
급격히 기분이 다운된 나는 말이 없어졌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한 신랑은 눈치 보다가 딸을 재우고 나온 나를 불렀다. 나는 대답도 안 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뒤에서 몇 번 더 불렀지만 얘기하고 싶지 않은 나는 못 들은 척 들어갔다. 이런 나의 반응에 무시당한 기분을 느낀 그는 딸과 내가 있는 방으로 따라 들어와 왜 그러냐며 굳은 표정으로 말을 꺼냈고, 나는 말보다 눈물이 먼저 나왔다. 말을 해야 하는데 눈물이 나서 말이 나오지도 않고 말을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런 내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는 그의 말에 더 서운했다. 나는 지금 말하고 싶지 않은데 그는 지금 당장 얘기해서 풀고 싶어 했다. 결국 거실로 나와 얘기를 했고, 나는 말을 아꼈다. 감정해결은 전혀 되지 않고, 이성적인 문제 해결 방안만 모색한 후 우리는 각자 방으로 헤어졌다.
그때부터 문제의 원인이었던 침대는 중요치 않았다. 감정적으로 기분이 상한 나는 혼자 펑펑 울고, 자다 일어나서도 울고, 아침에도 울었다. 속상하니 눈물이 계속 나왔다. 팅팅 부은 눈에 아침까지도 눈물이 흐르는 내 모습을 본 신랑은 당황해했다. 그러나 그때까지도 감정이 풀리지 않았기에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오전부터 일정이 있어서 울면서 밥을 먹고 울면서 씻으며 혼자서 조금씩 감정이 다스려졌다.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어제의 굳은 표정이 아닌 부드러워진 얼굴을 한 신랑이 손잡자고 조수석에 있는 나에게 손을 내미는 걸 보니 그때서야 얘기를 할 마음이 생겼다.
나는 문제가 생겼을 때 감정을 먼저 알아주고 문제를 해결하길 바랐고, 신랑은 문제 해결이 되면 감정도 해결될 거라 생각했다. 정답이 있는 문제가 아니기에 마음을 털어놓으며 서로를 좀 더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아직도 우리는 서로를 알아가고 맞춰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