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N
점심에 같이 밥 먹는 동료들이 4명(~5명) 있다. 연령대는 50대 두 분, 30대 나, 20대 두 분. 대부분 급식소에서 먹지만 메뉴가 별로일 때는 식당에서 사 먹는다. 같이 먹으면 가끔 계산하기 애매할 때가 있다. 복직하고 초반에는 계장님이 자주 사주셨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어느 정도는 당연하게 나이 많은 사람이 사는 일이 많았다. "너희 월급이 얼마나 된다고~"하시며 계장님은 우리에게 사주시고, 나는 또 20대 후배들에게 "제가 살게요~"하며 사곤 했다. 물론 20대 분들도 사시긴 했지만.
저번주에 퇴근하고 네 명에서 저녁을 함께 먹었다. 그날 10만 원 정도 나왔는데 계장님이 사신다고 하시는 걸 내가 제안해서 더치페이를 했다. 덕분에(?) 미안한 마음 없이 더 먹고 싶은 걸 시키고 편하게 먹었다. 그렇게 우리에게 더치페이 문화가 시작되었다.
나는 평소에 더치페이를 편하게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딱 떨어지게 나누는 게 살짝 민망할 때가 있다. 1/N로 계산하면 10원 단위 혹은 일원 단위로 떨어질 때 말이다. 공평하게 나누자니 너무 냉정하고 정 없어 보이고, 그렇다고 누군가가 덜 내거나 더 내는 것도 이상하고. 그 애매하고 뻘쭘함이 싫어서 더치페이를 불편하게 생각했다. 그것도 희한한 게 동갑인 친구들끼리는 자연스러운데 나이가 다른 사람들과 있으면 더 뻘쭘하게 느껴졌다.
오늘 점심 메뉴가 별로라 어제부터 햄버거를 시켜 먹기로 했었다. 눈 뜨자마자 햄버거 먹을 생각에 설레는 마음으로 출근했다. 원래 먹으려던 가게는 휴무라 문 닫았지만 꼭 거기가 아니면 어떤가. 신나는 마음으로 점심시간에 오손도손 모여 햄버거를 함께 먹었다. 먹고는 자연스레 1/N 한 금액을 나에게 보내주었다. 두 번째라고 그런지 자연스럽게 진행됐다. 편했다. 앞으로는 더 자연스레 흘러가듯 우리의 문화로(?) 자리 잡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