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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하트 Nov 06. 2023

‘잘 듣기’ 연습중입니다.

‘잘 듣기’에도 연습과 노력이 필요해

나는 평소 조잘조잘 말이 많은 편이다. 일상적인 아무런 얘기 하는 것도 좋아하고, 무게 있는 진지한 얘기하는 것도 좋아하고, 막연한 앞날을 그려보며 하는 얘기도 좋아한다. 얘기하다 보면 상대방이 말하고 있을 때 대화에 집중하다가도 관련얘기에 나도 할 말이 있으면 언제 말을 꺼낼지 기회를 엿보게 된다.


얼마 전, 동료와 얘기를 나누다가 '어?!! 나 이거 관련해서 할 말 있는데!!' 하는 생각에 대화에 집중하지 못하고 언제 비집고 들어가서 얘기를 풀어낼지 머릿속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그날 자기 전 하루를 돌아보며 '아... 내가 그랬구나'라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었다. 이런 일이 몇 번 반복됐다. 인지하지 못하고 지나간 것까지 하면 그동안 대화에 오롯이 집중하지 못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어쩔 땐 내 말이 TMI가 될 때도 많았던 거 같다. 상대방이 먼저 물어보면 그때 말해도 될 텐데 내가 먼저 말하고 싶어서 묻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상대방은 속으로 '안물 안궁'했을 수도 있겠지.


 내 얘기를 하기보단 말을 잘 들으려고 연습+노력 중이다. 연습한다고, 노력한다고 하루아침에 되는 일은 아니기에 입이 근질근질하기도, 말이 먼저 비집고 나올 때도 있다. 그날은 어김없이 자기 전에 아쉬움이 남는다. 이 아쉬움을 느끼기 싫어 자기 전 하루를 돌아보는 걸 건너뛸 때도 있지만 말이다.



어제 자기 전에는 신랑이랑 티타임을 가지며 대화를 나눴다. 내 말을 들어주다가 "나도 얘기 좀 해도 돼?"라는 말을 종종 했던 신랑이었다. 신랑의 그런 반응이 나를 돌아보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제는 딱히 할 말이 있었던 것도 아니어서 신랑말을 열심히 들었다. 이 얘기, 저 얘기 조잘조잘하는 그가 귀여웠다. 얘기가 마무리될 쯤에는 '내 얘기도 뭐라도 물어봐줬으면...' 하면서 수다쟁이 기질이 스멀스멀 올라왔지만 참았다.


오늘은 출근해서 동료 한 분이 비밀이라며 개인적인 고민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나에게 이런 경험이 있는지, 어떨 거 같은지 물어봤다. 그에 관련해서만 딱 대답하고 대부분 들었다. 동료분은 얘기하면서 고민이 정리되어  보였다. 고민얘기가 끝난 이후에도 시시콜콜 있었던 일들을 털어놓으며 조잘거리는 동료얘기를 들으며 같이 웃고 같이 속상했다. 어제, 오늘 잘 듣는 일에서도 행복감과 뿌듯함을 느꼈다. 그리고 오지랖 부리지 않고 내 얘기를 들이밀지 않은 내가 기특하기도 했다.


어렸을 땐 내가 듣는 걸 잘하고 쉽다고 생각했다. 듣고만 있으면 되니까. 듣는 건 귀가 있으니 가만히 있어도 들리니까. 그러나 점점 '잘 듣는'게 어렵다. (아직 그 정도 나이까진 아니지만) 나이 들수록 입을 닫고 지갑을 열으라는데 말이 이래서 생겼나보다.


김칫국일 수도 있지만 잘 듣는 연습을 조금씩 할수록 내 그릇이 아주 조금씩 깊어지거나  넓어지는 것 같아서 흡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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