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맡은 역할 잘하기
복직하고 5개월 일하고 다시 휴직하고 들어온 지도 한 달이 지났다. 복직 전에 사회생활이 그리워서 빨리 복직했는데 둘째 생기고 몸 컨디션이 안 좋아 생각보다 빨리 다시 휴직을 썼다. 짧은 5개월이란 시간 동안 하루에 몇 시간이라도 엄마가 아닌 오롯이 ‘나’로서 지내는 시간이라 소중했다. 집에 있으면 그때가 그립다. 많이.
복직 전에 이런 그리움을 느낄 때는 울적하고 스트레스받았었다. ‘나도 내 인생이 있는데 아무도 아는 사람 없는 곳에서 맨날 육아만 하네. 나도 어른이랑 대화하고 회식도 하고 일도 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참 많이 했다. 그러면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고 기분은 더 가라앉았다. 사회생활하는 신랑이 부럽고 밉고, 딸이 이쁘기도 하지만 버겁기도 했었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한없이 가라앉고 울적했다.
물론, 지금도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러나 그때와 다른 점은 지금은 울적함에 빠지지 않는다. 그리움과 울적함이 올라오면 그 감정은 그대로 두고 나는 내 할 일을 한다. 딸 등원준비, 청소, 빨래, 저녁준비, 독서, 글쓰기 등등. ‘할 거 다 하고 울적해야지’라는 생각으로 할 거 하다 보면 울적함도 멀리 도망가고 없다.
요즘은 내가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려 한다. 내 주 역할은 엄마이자 아내다. 신랑과 딸의 밥을 챙기고 청소를 한다. 둘이 사회생활하고 집에 왔을 때 따뜻하게 맞아줄 수 있도록 나는 집에서 충전하고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내일은 아버님 생신이라 시댁에 가면 며느리로서 최선을 다 할 것이고, 설 때 친정에 가서도 딸과 동생으로서 최선을 다 할 것이다. 나중에 복직하면 팀원으로서 일도 열심히 하고, 친구들 만나면 친구들에게도 집중하고 잘할 것이다.
묵묵히 내 할 일을 열심히 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 하고 있는 요즘. 지금 역할에 잘하면 나중에 다른 역할이 주어져도 뭐든 잘 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긴다. 앞으로도 잘 이어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