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요즘 자려고 누우면 한 시간 이상을 뒤척거리고, 새벽에도 몇 번이나 깬다. 딸과 한 침대에서 자다 보니 수면의 질이 낮은가 싶어 방 위치도 바꿨다. 나는 침대에서 자고 딸은 바닥에서 자고. 위치 바꾸고 며칠은 잘 잤는데 다시 잠을 뒤척였다.
‘임신해서 호르몬 때문에 잠을 잘 못 자는구나’ 또는 ‘요즘 잘 못 자는데 오늘도 뒤척이려나’라는 생각이 무의식에 자리 잡았다. 그 생각들이 더 잠 못 이루게 만드는 것 같았다. 그런데 오늘 큰 이유를 찾았다. 아니 사실 며칠 전부터 마음 한쪽에서는 알고 있었는데 피하다가 오늘에야 인정했다는 말이 더 맞겠다.
그 이유는 휴. 대. 폰.
잊을만하면 중독이 찾아온다. 또 찾아온 것이다.
한때 폰을 거실에 두고 자고, 거리 두기를 잘 지켰는데 스멀스멀 ‘알람이 필요해’ 혹은 ‘옆에만 두고 안 만질 거야’라는 생각들이 올라오면서 한 걸음씩 가까이 지내다가 떼려야 뗄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이다.
어제는 책 읽다가 잠 와서 방에 들어갔다. 바로 잤으면 됐는데 누워서 폰을 만지다 보니 잠이 깨기 시작했고 잠이 안 오니 계속 폰을 만지게 되는 악순환이 시작되었다. 지웠던 게임 깔았다가, 쇼츠 봤다가, 인터넷 기사 봤다가, 카톡 봤다가, SNS 깔았다가 가지가지했다. 한참을 그렇게 보다가 졸린데 ‘게임 한 판만 더 해야지’ 이러면서 잠을 깨려는 내가 어이가 없었다. 동시에 현타가 와서 게임과 SNS를 지우고 다시 책상으로 나와 책을 읽다가 15분도 채 지나지 않아 다시 방에 가서 잠들었다.
힘겹게 잠들었는데 새벽에 2번쯤 깼다가 4시 40분쯤 잠이 깼다. 뒤척거리고 있었는데 딸까지 5시 30분에 깼다. 그때부터 하루를 맞이해 신랑과 딸을 출근시킨 후 한 시간 반 청소 후 책을 폈다. 책을 앞에 두고 또다시 휴대폰에 빠졌다. 딱히 할 것도 없으면서 손에서 놓지를 못했다. 문득 ‘심각하네’라는 생각이 들었고 휴대폰과 멀어지고 나와의 시간을 찾고 싶었다.
전화 외 알람을 무음으로 설정하고 방에 두고 나왔다. 막상 없으면 크게 허전하지도 않았다. 참을만했고 참아야 했다. 엄마 좀 그만하라고 뱃속에서 태백이가 꿈틀거리는 것 같았다. 책 읽다가 졸려서 낮잠을 자러 들어가서도 폰을 보지 않았고 40분의 달콤한 낮잠을 잔 후에 폰 확인을 했다. 왔던 메시지에 답장하고 다시 내려놓고 나왔다.
잊을만하면 찾아오는 중독.
다시 중독 치료를 해야 할 때가 왔다.
1. 낮에는 방에 두고 생활하기
2. 밤에는 거실에 두고 자기
3. 한 번 볼 때 연락 온 거에 답하기
4. 가벼운 외출 시에는 (가끔) 집에 두고 나가기
(분리수거, 하원할 때 등)
5. 필요 없는 어플 지우기
이겨내라 나 자신…
잘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