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탁하지 말고 있을때 잘하자
대학생 때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를 읽었다. 엄마를 잃어버리고 엄마에 관한 이야기를 쓴 재미있었던 책. 딱 이 정도로만 기억나고 세부적인 내용은 기억나지 않았다.
‘재미있었다’라는 기억이 이 책을 다시 꺼내 들게 했다. 10년도 더 지난 지금, 다시 읽는 느낌은 확연히 달랐다. 책을 읽으면서 계속 마음이 무거웠다.
엄마가 아닌 자식을 잃어버렸으면 주말에 형제들끼리 만나서 찾으러 다니고, 봤다는 연락을 받고도 5~6일 뒤에 그 장소 가보고 그랬을까?
나는 엄마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가?
엄마는 자식들한테 항상 미안해하는 걸까?
우리 엄마도 나한테 어떤 미안함을 가지고 있을까?
나도 딸에게 미안한 감정이 자꾸 드는 건 왜일까?
이런 질문들이 내 마음을 무겁게 했다.
아직 절반도 읽지 못했지만 아마도 잃어버린 엄마를 찾을 것 같지가 않다. 그래서 읽는 내내 기분이 가라앉았다. 엄마 생각도 많이 났다. 왜 엄마는 나한테 미안해할까 생각하면서 나도 딸에게 미안한 것들만 생각이 났다. 딸이 놀다가 넘어져서 다쳤는데도 엄마가 잘 돌보지 못해서 미안해. 밥을 잘 안 먹으면 엄마가 한 게 맛없어서 미안해. 어제 열나는 딸에게도 이유는 모르겠지만 미안했다. 이 책에서도 엄마는 자녀들에게 미안해하는 마음을 항상 지니고 있다. 책 속의 엄마, 내 엄마, 엄마인 나 다 미안함을 한편에 품고 산다. 엄마란 원래 그런 건가. 대부분 엄마라는 존재가 이렇다면 조금이라도 ‘덜’ 미안하도록 더 많이 웃고, 안아주고, 놀아야겠다.
재미있어서 마저 다 읽고 싶고, 읽을 건데, 이상하게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하다.
내가 엄마한테 미안해서 찔리나 보다.
엄마 애살스러운 딸이 아니라 미안해.
지금 바로 엄마한테 전화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