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머리 풀었다.
어제 아침잠에서 깬 딸이 열 나고 콧물이 나기 시작했다. 문 열자마자 병원으로 향했고 다행히 약 먹고 컨디션은 괜찮아졌다.
어젯밤 자려고 딸 옆에 누웠는데 딸 몸이 뜨거웠다. 그럼에도 재미있는 꿈을 꾸는지 헤헤헤 웃으며 자는 딸을 보며 나도 옆에 누워 잠들었다.
밤 12시.
딸이 깼다. 뜨끈뜨끈해진 몸의 체온을 재보니 39도. 해열제 먹이고 한 시간을 안고 있었다. 눕히면 깨고, 울어서 어쩔 방법이 없었다. 집 거실부터 신발장까지 10바퀴 20바퀴 계속 안고 걸었다. 뜨거워진 딸을 안고 있으니 나까지 따끈따끈해졌다. 입 안에 가득 열을 머금은 느낌이랄까?
나도 종합감기약 챙겨 먹고 1시에 같이 누웠다.
새벽 2시.
그때부터 칭얼+등 센서 작동이 시작되었다.
버티고 버텨보다가 3시 30분이 지나고 신랑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신랑과 교대로 잠시 자고 5시부터 하루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새벽에 한참 안고 있으며 생각이 많았다.
그 이유는 오늘은 정말 오랜만에 자유부인으로 하은맘 강연 들으러 가는 날이기 때문이다. 이날을 내가 얼마나 기다려왔던가. 너무 가고 싶은데 지금 상황으로 가는 게 맞는지 망설여졌다.
다행히도 시어머님이 집으로 와주셔서 강연을 다녀오기로 했다. 예쁘게 하고 오라던 김선미 작가님. 정신없어서 꾸미고 할 시간이 없었다. 그래도 나름 찍어발랐는데 티가 나지 않았다.....
지하철 역까지 데려다준다는 신랑에게
“나 너무 초췌하지?”라고 물으니
“뭐 어때~”라고 답한다.
이 대답은 뭐지..?
초췌하다는 말이지..? ㅋㅋㅋㅋ하하하... 하하 ㅠㅠ
그래도 질끈 묶어서 자국 난 머리를 풀고 나왔다.
육아하면 머리 풀 일이 없고 항상 질끈 묶고 있는데 이럴 때 머리를 풀어본다.
머리를 푼다는 게 자유가 주어진다는 말과 같은 의미가 될지 애 낳기 전에는 전혀 알지 못했는데 말이야.
마음 무겁지만
그래도 그래도
최대한 가벼운 마음으로 강연 듣고 와야지.
많은 걸 배워 오겠어!
선미언니!! 제가 갑니다!!!!
-강연 들으러 가는 지하철 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