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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하트 Oct 02. 2024

오늘의 육아

2024년 10월 2일 수요일


<885일 첫째>

- ‘장난감이 너무 없나?, 새로운 자극이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주기적으로 장난감을 바꿔줬다. 이 개월수에 꼭 해야 하는 국민템 장난감은 뭔지, 다른 애들이 잘 가지고 노는 장난감은 뭔지, 다른 아이들 기준에서 필요한 장난감을 찾았다. 고심하다 사준 장난감에 별 흥미가 없으면 괜히 심술이 나기도 한다. 딸이 사달라고 한 적도 없는데 내 마음대로 사줘 놓고 말이야. 요즘은 집 정리하며 자질구리한 장난감들을 버리고 있다. 딸이 버린 그 장난감을 찾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눈에 보이는 게 장난감이 되는 아이를 보며, 꼭 장난감을 살 필요가 없다는 걸 많이 느낀다. 키보드, 화장품, 재활용 분리수거, 리모컨 등 집안에 있는 각종 물건들이 온통 장난감이다. 오히려 노는 방법이 정해진 장난감보다, 집 안에 물건들로 새로운 장난감을 만들어내며 노는 모습을 볼 때 ‘아 이게 맞다’라는 느낌을 받는다.


- 딸이 하는 것보다 내가 하는 게 더 빠르고 속 편한 일이 많다. 아니 대부분 그렇다. 우유에 빨대 꽂기, 치즈 뜯어주기, 동생 분유 먹이기, 신발 신기, 옷 입기, 손 씻기 등등. 어설프고 흘리고 지저분해지더라도 요즘은 본인이 하겠다고 하면 그냥 둔다. 빨대 꽂다가 흘리고, 동생 분유 먹이는데 입에 전혀 안 들어가 있고, 신발은 거꾸로 신고, 손 씻다 옷이 다 젖고… 뒷수습하는 게 더 귀찮다. 일 하나라도 줄이기 위해서는 내가 하는 게 속 편하지만 신기하게도 많이 어설펐던 행동들이 조금씩 덜 어설퍼진다. 하루하루 갈수록. 오늘은 동생 밥 먹이는 걸 보면서 조금만 더 지나면 먹이라고 맡기고 나는 다른 일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그날을 생각하며 기다리자.



<128일 둘째>

- 소리 내며 잘 웃는다.

- 맨날 하던 목욕을 10월이 되고 격일로 했더니 큰 일을 하나 던 느낌이다.

- 수유, 잠 패턴이 일정해지고 예측가능하니 육아가 좀 수월해졌다.

- 한 번 뒤집은 후로, 안 뒤집는다. 다 시기가 되면 알아서 할 테니 해도, 안 해도 아무렇지가 않다.




육아하며 정~말 많이 느끼지만, 첫째랑 둘째 육아에 대한 나의 태도(?)가 너무 다르다. 이 글만 봐도 느껴진다. 모든 게 처음인 첫째는 조심스럽고 생각이 많다면 둘째는 내가 하는 걱정들이 티끌처럼 사소하다는 걸 알기에 큰 생각이 들지 않는다. 첫째 때 시행착오 거쳐온 시간들이 둘째 때 깨끗한 알맹이만 남은 느낌이랄까? 역시 모든 일에 짬바는 무시 못하는군. 아무튼 오늘 육아도 무사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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