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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환락 Sep 19. 2023

불안함은 때때로 원동력이 되기도 해서


 



 요즘 난 불안하다. 작업의 속도가 너무 더디다. 이러한 방식으로 어떻게 1년 동안 주간연재라는 것을 했었는지가 의문이다. 일주일에 응당 해야 할 분량을 한 달이나 질질 끌어가고 있다. 내가 생각해도 이건 너무 말이 안 되는 속도다. 그렇다면 왜 지금 이러한 상황이 된 걸까? 사실 원래도 그렇게 속도가 빠른 편이 아니다. 손이 느리다. 그런데 거기에다 의지박약이라는 거대한 폭발물이 떨어진 거다. 의지가 약해졌다. 대체 언제부터?


 

  거슬러 올라가면 어느 시점이라고 딱 집어 말할 순 없겠지만 분명한 증상은 있었던 것 같다. 어느 순간 그림을 그리는 일이 즐겁지가 않아 졌다. 그런데 이 문제가 내부적으로 뭔가 문제가 생기고 나타난 현상인 건지, 그림을 그리는 것이 즐겁지가 않아 져서 뭔가 심리적인 문제가 생긴 건지 … 순서는 모르겠지만 이러한 내가 되면서부터 속도가 점차 느려지고 그림이 의무감처럼 느껴지며 내 그림을 봐도 즐겁지가 않다고 느끼게 된 것 같다.


 

  너무 속도가 안 나니까 정신적인 문제인 것인가 싶어 성인 ADHD를 의심해보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집중력과 주의력 또한 현저히 약해졌기 때문이다. 이것이 약을 먹거나 해서 해결될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다시 이전의 상태로 되돌리고 싶다. 아니 되돌려야만 한다. 나는 계속 그림을 그려야 하고 다시 좋아하고 싶다. 지금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속도로 작업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이 납득이 안된다. 내가 그동안 이러한 내 자신에게 너무 관대했던 탓일까?




  그래서 이 이유로 요즘 가장 불안한 것이다. 그런데 다시 이걸 되돌려야 한다는 강박이 생겨버리면 그건 그것대로 불안해진다. 되돌리지 못하는 상황을 마주하게 될 수도 있다는 가정을 해버리기 때문이다. 결국엔 그냥 하는 수밖엔 없겠지. 생각을 덜어내고 작업을 밀고 나가는 것만이 최선이겠지.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머리로 내린 결론을 내 몸과 마음이 그대로 따라갈 리 없다. 그렇지만 어떻게든 해야 한다. 해야 할 간절한 이유를 찾으면 될 것이다.




  그래 그게 방법이다. 현재 상태를 이전처럼 되돌리려고 애쓰지 말고 이유를 찾다 보면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것이 원동력이 되겠지. 이유가 너무나도 많다. 이제 그 많은 이유들 중에 내 마음을 가장 빨리 그리고 크게 동요할만한 것을 선별하면 된다. 나는 그걸 해야만 하니까. 그래서 불안해지고. 그럼 그 불안함을 원동력으로 쓰자. 그렇게라도 난 해야만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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