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겁이 많은 소년 -
나에게 와서 향기를 남기고 갈까봐
그 향기가 그리워 다시 너를 찾을까봐
내 곁에 다가와 내 가시에 찔릴까봐
찔린 가시가 아파 두 번 다시 날 찾지 않을까봐
그래서 난
철저히 혼자이기로 했다.
그런데 넌
내게 남긴 향기가 잊혀지지 않도록 다가오더라
내 가시가 아파도 감싸주더라
허물도 가시도 함께하더라
그래서 난 널 지키기로 했다.
사람사귐을 극도로 조심했던 시절이 있었다.
사람이 싫어서가 아니라 깊게 맺은 인연이 지우지 못할 흔적처럼 남아 잊지 못할까봐 그랬던 것 같다.
내게 너무 소중한 사람들이라서, 좋은 사람들이라서 계속 찾게 될까봐..
혹시나 내가 실수라도 해서 그 사람들이 날 떠날까봐...
적절한 거리를 두며 혼자서 그렇게 벽 안에 갇힌 체 살아왔다.
철저히 혼자이기로 하면서..
아직은 짧지만 인생을 살아보니 부질없는 짓이었다.
인연이란건 벽 안에 있어도 철저히 외면해도 다가오고 맺어지더라.
내 가시가 아무리 뾰족하고 아파도 내 사람들은 날 감싸 안아주더라.
그런 사람들이 내 인연이고 내 사람들이었다.
내 가시까지 이해하고 벗겨진 내 허물까지 이해해 주는 그런 사람들이 있더라.
이제는 그런 내 사람들을 지키기로 했다.
다가오지 못하게 쌓았던 내 벽으로 내 곁으로 다가와준 내 사람들을 지키기로 했다.
날 지키기 위해 견고하게 쌓아 올렸던 튼튼한 내 성으로 널 지키기로 했다.
On Vacation,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