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내가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 나는 어디서 어떤 사람들과 무엇을 하며 살고 있을까?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그리고 구속을 싫어한다.
타인을 구속하는 속내는 자기 우월성과 갑질이 늘 존재한다는 것을 알기에 소름 끼치게 구속을 싫어한다.
나는 음악을 사랑한다.
그리고 소음을 끔찍하게 싫어한다.
쓸모없는 말들과 말들 사이의 행간에서 오는 고단함이 주는 스트레스를 너무너무 싫어한다.
나는 맛있는 요리를 흠모한다.
하지만 배불리 먹는 것을 싫어한다.
배가 부르면 온몸이 모든 에너지를 소화에만 집중시키려고 발악을 하는 그 느낌이 아주 불쾌하다.
그래서 만약에 내가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쯤 지구 반대편 어딘가에서 잔잔한 재즈 음악이 흘러나오는 어느 주방 창가에서 낯선 요리에 집중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라면 여행가라는 이름을 내걸고 온 세상을 휘저으며 날아다니고 있을지도.
다만 자유로운 삶 속에서도 늘 간절한 무언가는 있을 거다.
내 아이를 갖고 싶다거나 내 집을 가지고 싶다거나 그것도 아니면 정착하고 싶다거나.
역시 사람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해 늘 동경하며 살다가 죽는지도 모르겠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이혼이라는 경험도 절대 할 수 없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