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분석_우정사업본부 사보_특집 기고]
【본 글은 우정사업본부의 사보 「우체국과 사람들」 700호 기념(2017.5) 특집 기고입니다. 광복 직후인 1946년 「세신문화」로 시작하여 지금까지 70여년 동안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해온 우정사업본부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며, 그동안 우리네 소통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우정사업본부가 척박해진 소통환경에서도 제 몫을 다하길 바라는 마음에 올려봅니다. 】
■ 우체국. 정부 부처 심볼마크 중 최초이자, 아직 국가상징으로 통합되지 않은 독보적인 심볼마크를 가진 기관. 정보통신부, 지식경제부, 미래창조과학부 등 시대에 따라 명칭은 바뀌었지만, 그 원류가 되는 기관.
■ 인터넷이 생기고 우리의 이야기를 담고 소식을 전달해 주던 우체국은 이제 그 자리를 이메일과 SNS에 내주었다. 세계적인 미디어 이론가이자 문화비평가인 마셜 맥루한의 “미디어는 마사지다 The Medium is the Massage”라는 명제에 따라, 미디어가 변하니 소통방식도, 내용도, 달라졌기 때문이다.
■ 그러면, 오랜 세월 우리 삶의 일부였던 우체국은 지금,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우체국의 의미를 찾아보자.
글: 칼럼니스트 정호훈
분석, 디자인: 오토오모니터㈜ 류재훈, 박상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우체국은 어떤 의미인지 알아보기 위해, 최근 이용량이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SNS인 인스타그램을 분석해 보았다. 인스타그램은 사진과 함께, 자신의 감정이나 상황을 핵심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키워드를 ‘해시태그 #’에 붙여서 소통 하므로 우체국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들여다보기 용이했다. (가령, 인스타그램에서는 ‘편지’ 사진과 함께 ‘#친구야 #생일선물 #고마워 #편지가 #젤좋아’ 식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담는다)
분석은 빅데이터 분석 전문업체인 오토오모니터 자체 솔루션으로 인스타그램 데이터를 수집, 해시태그 기반으로 연관어 분석을 하였다. 분석은 알고리즘 algorithm에 의한 통계적 접근보다는 영역 지식에 기초한 휴리스틱 heuristic을 통해 인스타그램 사용자의 정서적 해석에 초점을 맞추었다.
우체국 관련 인스타그램 주요 연관어를 분석한 결과, ‘편지, 손편지, 우체부, 우체통, 엽서, 우표’가 나와, 우체국은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림1)
우체국 포함 총 7개의 키워드는 2017.4.10 현재, 566,866건의 버즈량을 나타냈는데, 이 중, 편지, 엽서, 손편지가 각각 40%, 29.5%, 19.4%로 전체 버즈량의 90%를 차지하며, 우체국은 역시, 소통의 중요한 매체임을 보여주었다.(그림2)
재미있는 것은 (그림1)과 같이, 모든 키워드가 편지와 함께 언급(화살표 방향이 함께 언급되는 것임)되지만, 편지를 이야기할 때는 엽서와 우체통만 언급되어 키워드간 사용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버즈량 대비 검색 해시태그 수도 눈여겨 볼만하다. ‘#편지’로 검색을 하면, ‘#편지스타그램’, ‘#편지지’, ‘#편지쓰기’, ‘#편지♥’라는 키워드로 확장되어 사용된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7개의 확장 키워드(그림2에서 검색 해시태그 수 참고) 수는 큰 차이가 없으나 콘텐츠 수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을 볼 때, 인스타그램에서 해시태그 이벤트를 하면 우체국 콘텐츠가 더욱 풍성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각 키워드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연관어맵 (그림3)을 통해 본 각 키워드에서 우리는 매우 중요한 사실을 몇 가지를 발견했다.
첫째, 편지는 감성과 사랑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쓰여 ‘뜨거운 사랑 hot love’을, 손편지는 감사와 고마움과 함께 쓰여 ‘따뜻한 사랑 warm love’를 표현하고 있었다. 즉, 편지는 사랑 love이고, 손편지는 존경 respect인데, 이 한 가지만으로도 우리는 우체국이 정말 강력한 브랜드임을 알 수 있었다.
세계적인 아이디어 컴퍼니 사치앤사치 Saatchi & Saatchi 의 CEO 케빈 로버츠는 ‘브랜드의 미래, 러브마크 Lovemarks’ 에서,
존경 없이는 사랑도 없다 No respect, No Love
라며, 강력한 브랜드의 요소로 사랑과 존경을 으뜸으로 손꼽았었다.
특히, 편지 연관어(그림4)에서는 선물, 위로, 곰신(고무신의 줄임말), 군대, 군인에서 볼 수 있듯이, 군대에 간 젊은 연인들 간의 애틋함이 콘텐츠로 다수 보였으며(우정사업본부는 군인에게 잘 해야 한다), 글쟁이, 좋은글, 생각 등의 연관어에서 편지란 SNS의 즉흥적인 소통 혹은 글쓰기와는 상반되는 ‘(속)마음을 쓰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손편지는 연관어(그림5)는 선물, 생일, 프로포즈 등의 ‘상황’ 키워드, 커플, 남자친구, 가족, 엄마 등의 ‘관계’ 키워드, 그리고, 눈물, 우정 등 ‘감정’ 키워드가 함께 쓰여 특별한 날 선물과 함께 ‘마음을 담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더불어, 손글씨, 취향저격, 캘리그라피 키워드는 ‘정성’이라는 연관어와 함께 쓰여 ‘손끝으로 전하는 마음’을 의미하며 편지와는 다른 특징을 보여주었다. 개성이 강한 시대에 사람들은 글자에서 손맛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둘째, 우체통 연관어(그림6)에서는 울산, 간절곶, 힐링, 추억 등의 연관어가 나와, ‘추억을 쌓으러 가는, 특별한 여행’을 의미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40대 전후에는 우체통이 ‘추억회상’ 이겠지만, 20대 전후에는 ‘추억쌓기’ 이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 특성상, 2030 세대가 많이 쓰는데 그들에겐 우체통에 대한 추억이 별로 없다)
특히, 감성사진, 빨간우체통, 느린우체통, 소망우체통과 같은 연관어가 함께 언급되는 것을 보면, 우체통은 요즘 SNS에서 많이 하는 ‘감성놀이’의 중요한 소재로 인식되고 있음에 틀림이 없다. 관광지에 특색있는 우체통을 비치하여 사진공모전을 하면 젊은 세대에게 가까이 다가갈 기회가 자연스럽게 생길 것으로 보인다.
우체국 연관어(그림7)는 역시, 택배 연관 키워드가 많았는데, EMS, 선물, 소포와 함께 여행 및 해외지명이 나온 것으로 보아 여행지에서 엽서와 선물을 우체국을 통해 배송하는 것으로 보인다. 해외 관광객 대상으로 여행지에 선물과 엽서를 보낼 수 있는 시스템이 보강되면 좋을 것으로 보인다.
우체국 연관어에서 퇴근, 날씨, 출근 등의 연관어는 우체국이 ‘일상에서의 여행’과 같이 감성 키워드로 큰 의미 없이 사용되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셋째, (그림3)에서 보이듯이, 우체부는 (당연히)택배와 연관이 되어 있으며, 흥미로운 것은 오래된 직업으로서 영유아들의 직업 체험 교육 프로그램에 쓰여 SNS에서 언급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엽서는 다른 주요 키워드들과는 달리, 그림, 일러스트, 손글씨 등의 키워드와 함께 사용되어 소식을 주고받는 용도가 아니고, ‘디자인 아이템’으로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표는 인스타그램 상에서는 특별한 내용이 없었지만, 온라인에서 기념, 웹툰, 미생, 멸종위기, 천연기념물 등의 키워드가 함께 연관어로 사용되는 것으로 보아, 취미로서의 ‘우표수집’은 그 명맥을 지속하며, 역사와 문화의 흔적을 담고 있다고 보인다.
최근 사람들 사이에 문구와 만년필, LP와 CD소비가 늘어나고 있다. 필름카메라의 셔터가 열고 닫히는 소리와 감촉을 느끼고 싶어 하고, 전기차에서도 내연기관의 부릉부릉하는 엔진 소리를 듣고 싶어 하는 욕구도 여전하다.
이것은 값싼 과거에 대한 향수가 아니라, 현재를 만드는 것은 과거라는 굳건한 확신이라는 사람들의 신념일 것이다. 이것은 바로, 사람들이 여전히 편지를 쓰고 그것을 통해 소통하는 행위를 멈추지 않고, 그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얻을 수 있다는 확신과 다름없다.
우리는 지금,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해 ‘익명성’에 기반을 둔 소통을 한다. 이는 개인적으로는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보는 ‘확증편향’을 만들고, 확증편향 된 그룹들이 모여 사회적으로는 ‘집단극화’를 만들어 상대방에 대한 배려 없고 거친 소통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러한 소통은 오해와 갈등을 부르고, 이러한 ‘비정상적인 소통’은 결국 ‘불통’을 낳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우체국이라는 그릇이 담고 있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보았다. 그 안에는 편지, 손편지, 우체통과 같은 키워드들이 있고, 사랑과 존경과 추억이라는 감성이 있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체국이라는 그릇 안에서의 소통은, 메신저로 생각 없이 툭툭 던지는 지껄임이 아니라, 상대방에 대하여 한 번 더 고민하고 마음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즉, 사람들은 우체국이 담고 있는 ‘인간적 정서’를 통해, 감정적 교류를 하는 것이다.
이제 우체국은 단순한 정보 전달의 의미에서 머물러서는 안 된다. 우정문화야말로 불통의 시대에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매개체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체국이 정보통신의 가치를 이야기했다면, 이제는 우정문화의 감성-사랑, 존경, 가족, 추억, 마음, 애잔함 등-을 보다 즐겁고 가볍게 SNS에 담아, 우리네 일상으로 더 깊이 들어와 ‘감성충만’한 소통의 중심에 서야 한다.
더 깊은 분석으로 더 많은 이야기를 하지 못한 아쉬움은, 이 시대의 소통에서 사람들이 원하는 것, 그것을 우체국이 과거와 다른 방식으로 여전히, 그리고 충실하게 하고 있음을 발견한 것으로 달래보며, 일상으로 더 적극적으로 나오길 기대해 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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