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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호훈 Sep 29. 2017

욜로 YOLO, 인생은 한 번이지만 일상은 지속한다


카르페 디엠 Carpe Diem.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입시에 목 맨 청춘들에게 던져진 한마디.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의미의 이 한마디는, ‘시킨 대로’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을 가야, 좋은 직장, 좋은 결혼, 좋은 인생을 살 수 있다는 것을 금과옥조로 삼아온 한국인에게 큰 울림을 주었었다. 그러나 그 울림은 이내 '인생을 즐기라’는 다른 의미로 되돌아 왔으며, 이제 욜로로 우리를 구속하고 있다.




“아버지는 말하셨지, 인생을 즐겨라”


욜로YOLO는 ‘You Only Live Once’의 줄임말로, 말 그대로 ‘인생은 한 번뿐’이라는 것이다. 2011년 래퍼 드레이크의 노래 가사에 등장한 것이 계기가 되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였는데, 영미권에서는 ‘인생 뭐 있어?’, 혹은 ‘인생 한 방’과 같은 의미로 사용되다 지금은 다소 시들하다. 그래도, 아직 SNS에서는 명품을 사던지, 해외여행을 간다든지, 배터지게 먹고 고급지게 운동하는, 다소 허세스런 일상에 ‘#YOLO’가 꼬리표처럼 붙어 다닌다.


한국에서는 1990년대 카르페 디엠 이후, 2000년대 한 카드사에서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아버지는 말하셨지, 인생을 즐겨라”라는 광고가 일상에서의 일탈을 '쿨'하게 보여주며 이슈가 되었었다.

[2002]현대카드CF,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카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유행이 됨. 한국사회의 소비에 대한 인지부조화를 극복하게 해 준 강력한 명분을 제공해 줌.


[2005]현대카드CF, "아버지는 말하셨지, 인생을 즐겨라"라는 카피로 유명해 짐.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보다 강력한 메시지로 대한민국 소비 이데올로기를 제공함.

[영상출처: 현대카드 공식 유튜브]


이후 모 트렌드 연구소에서 ‘2017년 소비 트렌드’로 이 철 지난 유행어를 들고 나왔고, 이에 욜로족, 욜로라이프, 욜로패션, 욜로뷰티, 욜로트립 등 온갖 신조어가 탄생하였다. 최근에는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관련 내용을 다루며 사고 싶고, 먹고 싶고, 하고 싶은 것들을 거리낌 없이 하는 것이 욜로인 것처럼 보여주기도 하였다. (물론, “욜로 잘못하면 골로 간다”는 메시지도 함께 보여주긴 했다)


'한 번 뿐인 인생'이라며 카드를 긁어대지만, 카드 결재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순간엔 결국 '욜로'가 아닌 '골로'

[사진출처: 구글 검색 결과_무한도전_530회_히든카드_카드한도의 비밀]


그러면, 왜 한국에서는 유독 욜로가 유행인가?

한국 사회는 다른 사회보다 특히 희생과 복종을 강요하는 사회다. 사회가 빠르게 성장하던 시기에는 복종과 희생에 대한 대가가 있었는데, 지금은 불확실성의 시대, 저성장저금리라는 세계적 흐름에 ‘헬조선’이라는 한국적 특수성까지 더해져, 대가는 없고 모든 것을 포기해야하는 n포세대가 우리의 미래처럼 보인다.



그래서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행복을 버릴 수 없다’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었고, 우리는 욜로에 집착하게 되었다. 경쟁, 체면, 희생에 강요되었던 사람들에게 ‘자신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하라’는 말처럼 매력적인 말이 있겠는가?


음악 상품을 소비하고 소유하는 것이 음악을 즐기는 것이라는 허상 혹은 허위의식이 음악을 멀어지게 한다.

이제는 현재의 행복을 위해 ‘잘 놀면’ 된다.


그런데, 우리는 제대로 놀아본 적이 없어, 놀 줄을 모른다. 그래서, 방송과 광고에서 가르쳐 준 대로, SNS에서 남이 하는 대로 소비 활동을 하며 자기를 과시한다.


그런데, 여기에 문제가 있다.


현재에 충실하고 온전히 즐기기 위한 답은 소비에 있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면서 ‘인생을 즐기라’는 소비사회의 주문에 걸려 더 많은 소비를 하는 것이 마치 자신의 이상-‘욜로라이프’-을 실현하고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착각이다.




욜로의 대가, ‘공짜 점심은 없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예능 ‘미운 우리 새끼’에서는 ‘착하게’ 살던 방송인 박수홍 씨가 5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종횡무진 하루하루를 즐기는 모습이 인기다. 방송인 신동엽 씨는

우리가 놀고 즐기는 ‘유흥 총량의 법칙’이 있는데, 젊을 때 즐기지 못하면 보상심리 때문에 나이가 들면 더 즐기려고 한다고 이를 해석한다.


삶의 과정마다 겪어야 하는 인생의 수업료를 통과의례 通過儀禮라고 한다. 그리고 과정마다 내야하는 수업료를 내지 않았다면, 그것은 언젠가 큰 이자가 붙어 돌아오게 마련이니, ‘유흥 총량의 법칙’은 일리가 있다.

 

다만, 선택의 대가로 지급해야하는 기회비용을 설명할 때, ’공짜 점심은 없다‘라고 하는 것처럼, 소비를 자극하기 위한 프레이밍으로서의 욜로에 취한 사람에게는 “인생을 즐겨라”라는 광고 속의 아버지 말씀보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은 이자”라는 현실 세계의 박수홍 씨 아버지 말씀을 더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미디어에서는 소비를 부추기면서도, 균형감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종종 인생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게 한다. 균형감을 잃어버리지 않아야 계속 소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상출처: SBS 프로그램 <미운우리새끼> 중]


인생은 한 번뿐인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 한 번의 주인공이 되려면, ’죽기 전에 해야 할 100가지‘와 같은 남이 만들어 놓은 버킷 리스트 bucket list에 자신을 맞추지 말고, "비교를 멈출 때 개성이 시작된다 Personality begins where comparison ends“는 칼 라거펠트 Karl Lagerfeld 의 말처럼, 남의 시선 상관 말고 자신의 행복에 집중하라!


한 번뿐인 인생에 앞서, 하루하루의 일상에 도전하기 위한 수업료로 딱 그 정도 용기면 족하다.


[사진출처: http://www.quotehd.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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