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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호훈 Nov 20. 2017

[다이슨]"실패를 즐겨라, 성공에는 배울 것이 없다"

제임스 다이슨, James Dyson

[이미지 출처] 다이슨닷컴 www.dyson.com.au


"실패를 즐겨라, 성공에는 배울 것이 없다"
Enjoy Failure and learn from it. You can never learn from success 
- 제임스 다이슨 James Dyson


26세. 직원의 평균나이만 보면 신생기업으로 생각되는 이 회사의 발명품은 500개, 보유한 특허 1,300개, 직원의 1/3이 엔지니어이며,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연구개발에 쓰는 회사, 이 회사는 영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평가되는 다이슨Dyson사이다. 이 회사의 수장은 ‘영국의 스티브 잡스’로 불리우는 제임스 다이슨 James Dyson. 그는 런던 디자인 박물관장(1999~2004), 런던 디자인 협회 회장(2007), 그리고 영국 왕실에서 기사 작위를 받은(2007)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로, 모든 임직원에게 출근 첫날 자사의 진공청소기를 분해·조립시켜 회사의 존재이유를 알리는 괴짜이다.



불편을 못 참는 아이,

지독한 발명가가 되다


1947년 영국 노포크 Norfolk 에서 중산층 가정의 막내로 태어난 다이슨은 9살에 아버지를 암으로 잃고, 아버지가 있는 또래들과 자신은 다른 상황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세상을 다르게 보기 시작한다. 어렸을 때부터 사소하고 당연해 보이는 불편을 못 참고 해결책을 찾아야만 직성이 풀렸던 다이슨은 1970년 영국 왕립예술대학 Royal College of Art 을 졸업 후 엔지니어링 회사에 들어간다. 이 후, 독립하여 볼베로Ballbarrow 라는 정원용 수레를 만들어 디자인상을 받으며, 본격적인 생산을 위해 회사를 설립한다. 제품은 시장 점유율 70%를 기록했지만, 동업자와의 갈등으로 1978년 자신이 설립한 회사에서 쫓겨나게 된다.


실의에 잠긴 다이슨은 어느 날 청소를 하던 중 진공청소기의 성능 저하가 먼지 봉투에 박힌 미세한 먼지 때문임을 알고 격분한다. 지속적인 먼지 봉투의 교체만이 해결책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때, 우연히 제재소에 있는 목재의 먼지를 빨아들이는 원뿔형의 집진장치를 보게 되는데, ‘원심분리기’의 원리를 진공청소기에 적용하기로 한다.


1979년 그는 집 뒤 낡은 창고에서 혼자서 진공청소기 *프로토타입 prototype 을 만들기 시작해서 1984년까지 5년간 총 5,127개의 프로토타입을 통해 개발에 성공한다. 엔지니어로서 남고자 했던 다이슨은 특허권을 팔기 위해 2년간 전세계를 돌아 다녔으나, 당시 세계 1위 업체였던 후버를 비롯해 일렉트로룩스, 블랙앤데커 등 세계적 기업들은 기존 제품을 지키기에 급급했으며, 짭짤한 수익원인 먼지봉투가 왜 없어야 하는가 반문하면서 그의 제품을 외면하였다. 설상가상으로 싼값에 특허만 노리는 이들로 인해 곤란을 겪다가 1985년 일본 기업에 특허를 팔고, 이 로열티 자금을 바탕으로 1993년 다이슨 Dyson Ltd. 을 설립하는데, 첫 출시한 진공청소기는 18개월 만에 영국 내 판매 1위가 되며 단숨에 유명세를 타게 된다.

*prototype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보고 만질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 보는 것. 시제품보다 더 원초적이며 미완성 형태



100년의 고정관념을 깬,

비틀스 이후 가장 성공한 영국산(産)


최초의 현대적 진공청소기는 1901년 개발 된 이래 100년 가까이 먼지봉투와 함께 사용되었으며, 전기를 이용한 최초의 선풍기는 1882년 발명된 이래 127년간 날개 회전 방식으로 생산되고 이용되었다. 다이슨은 누구도 신경쓰지 않았던 먼지봉투와 날개라는 100년 된 고정관념에 다음과 같이 질문한다.

 

“왜 선풍기는 꼭 날개를 써야 하지? 돌아가는 날개 때문에 바람이 중간중간 끊기고 날개를 청소하기도 어렵잖아. 더구나 아이들은 늘 손가락을 넣고 싶어해 위험하잖아.”


이러한 질문에서 시작한 도전은 세계 최초의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 타임 Time 이 ‘2009.올해의 발명품’으로 선정한 날개 없는 선풍기, 시속 640㎞의 공기 분사로 순식간에 물기를 없애주는 핸드드라이어, 그리고 약18년(154,000시간 이상) 정도를 쓸 수 있는 LED스탠드까지 상상을 초월한 제품으로 탄생하며, 다이슨사는 세계 72개국에서 매출 60억 파운드(약 10조3000억 원), 순이익 8억 파운드를 올리는(2013년 기준) 유럽 최고의  가전제품 메이커가 되었다. 또한, 미국 시장 진출 3년 만에 판매금액 1위로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진공청소기 회사가 되며 ‘비틀스 이후에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영국산(産) 제품’이라는 명성을 얻게 된다.



마케팅은 눈속임이다.

중요한 것은 성능이다.


하루에도 수많은 기업이 생겨났다 사라지는 데 다이슨은 어떻게 브랜드를 관리하는지, 어떤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는지 생각한다면 실망할 것이다. 제임스 다이슨은 브랜드와 마케팅을 혐오하기 때문이다. 브랜드란 결국 다른 제품과 자신들의 제품이 별다를 것이 없다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개발되는 것이며 마케팅은 눈속임이라는 그는,

“나는 브랜드를 믿지 않는다. 사람들은 우리의 제품을 사는 것이지, 우리의 회사를 사는 것이 아니다. 제품이 더 좋다면 고객들은 살 것이다”

라며 기술에 집착한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관점은 

“가장 중요한 것은 제품 자체가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이다”

는 스티브 잡스의 것과 일맥상통한다.


브랜드/마케팅은 그 의미 안에 모두 경쟁이라는 개념을 담고 있으며, 경쟁은 곧시장에서의 타이밍이니, 제품 출시 시기는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브랜드와 마케팅을 무시하고 장인정신으로 무장한 제품 위주의 경영을 하고 있으니, 그에게 개발 스케줄은 큰 문제가 아닌 것이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제대로 된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는 일이기 때문에 반복되는 시행착오(trial and error)는 문제될 것이 없다.


그는 그의 책 '계속해서 실패하라(원제:Against All Odds)’에서, "런던 금융가의 살찐 부자들, 은행들, 마가렛 대처 시대가 만든 괴물들이 당장 이익을 내라고 소리 지르는 동안 영국 산업계는 더 좋은 제품을 만드는 대신 그저 더 많이, 잘 파는 데 몰두해왔다. 그 결과, 지금 영국에선 광고가 모든 문제를 푸는 해결책이 돼 버렸다. 그렇게 하면 당장 손에 현금을 쥘 수는 있겠지만 진짜 부는 만들어내지 못한다”며 요즘 산업계가 훌륭한 제품을 만들어내기보다 단순히 주가부양을 위해 제품을 찍어내는 곳이 되었다고 비판한다. 제품에 대한 장인정신을 넘어, 책임감 있는 기업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디자인은 어떻게 보이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작동하는가의 문제이다.


2008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다이슨을 애플과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디자인 중심 기업(design oriented company)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이에 40년이 넘게 군사용 고속 상륙선에서 외바퀴 손수레, 가전, 그리고 영화관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작업을 경험한 백전노장 제임스 다이슨은

“하버드 경영대학이 우리를 완전히 잘못 이해하고 있다. 다이슨은 기술 중심 회사(technology oriented company)이다”

라고 하였다. 그가 이렇게 이야기 한 이유는 무엇일까? 다이슨은 디자인은 어떻게 보이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작동하는가의 문제이며, 진짜 중요한 건 내용이라고 한다.


다이슨은 이러한 디자인 철학을 바탕으로 엔지니어링을 산업 디자인에 모범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연구개발은 R&D(Research and Development)라고 하는데, 엔지니어링과 디자인을 분리하는 것은 ‘20세기적 사고’이며 연구개발에 디자인을 포함하여야 한다며, 65개국 이상, 1천명이상의 엔지니어와 과학자가 있는 RDD(Research, Design & Development)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창의력과 혁신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다이슨은 디자인은 곧 문제해결과 직결된다며 2002년 제임스 다이슨 재단 James Dyson Foundation 을 세워, 공학기술로 세계를 연다 Engineering the future 는 모토로 세계의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으며, 그 역할을 할 엔지니어 선발과 육성을 위해 국제 디자인 대회인 제임스 다이슨 어워드 James Dyson Award 를 실시하며, 

“제품은 제대로 작동할 때 가장 아름답다”

는 디자인 엔지니어링 철학을 실현시키고 있다.



본능을 믿어라,

그리고 실패에 익숙해져라


CEO보다 발명이 더 좋다며 2012년 CEO에서 물러나 70세가 다 되는 나이에 수석엔지니어를 하고 있는 제임스 다이슨은 자기 본능에 대한 신념과 실패에 대한 철학이 있다

진공 청소기 개발 당시, 마케팅 전문가들은 "더러운 먼지통을 보는 일은 불쾌하며 제품 판매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력 반대했으나, 다이슨은 "직접 눈으로 성능을 보게 해야 한다"고 밀어붙여 히트를 치게 되는데, 이러한 경험들은 “전문가의 말을 듣지 말고 본능에 따르라”는 신념으로 완성된다. 다만, 그는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 습관을 읽어 그들이 원하는 걸 발명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당신이 만든 걸 좋아하도록 이끌어야 lead 한다고 강조한다.

 

자신의 본능에 따라 깜짝 놀랄만한 것을 발명하기 위해서는 끊임 없이 아이디어를 정제하고 개선·향상하여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의 실수나 실패는 발견에 한 발짝씩 다가가는 과정이므로 성공만큼 값지다며, "계속해서 실패해라, 그것이 성공에 이르는 길이다"는 실패의 철학 또한 강조한다.


중소기업 컨설턴트이자 작가인 마이클 거버 Michael E. Gerber 는 창업을 통해 우리는 스스로를 위험에 내몰고, 사업 아이템과 지식, 힘과 능력을 시험하기 때문에, 창업이란 곧 정신적인 모험을 떠나는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 주변에는 이러한 모험 risk 은 줄이고 분산하기 위해 손쉽게 브랜드를 구축하고 얄팍한 마케팅에 신경을 쓰는 기업가를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제임스 다이슨과 같이 우직하게 ‘제품으로 승부하는 회사'를 만들고, '질 좋은 제품이 인정받는 사회’가 되길 바라는 당연한 생각을 실천하는 기업가는 흔히 볼 수 없다.


지금 다이슨은 질 좋은 제품을 발명하기 위해 3,000명의 엔지니어를 추가 채용하고, 1조6500억원을 들여 RDD센터를 새로 짓고 있다. 100년의 고정관념을 바꾼 제임스 다이슨이 앞으로 또 어떤 발명으로 우리를 놀라게 할 지 세상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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