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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호훈 Dec 05. 2017

[아니타 로딕]화장품 사업은 과대포장과 거짓과 사기다

더바디샵의 정신-아니타 로딕 Anita Roddick

[사진출처] 아니타 로딕 페이스북


“기업은 책임 있는 사람만이 이끌어 갈 수 있는 공동체입니다”

 아니타 로딕 Anita Roddick


국제사면위원회, 달라이 라마와 함께 양심수를 석방시키고, 그린피스와 함께 향유고래 포획 반대 캠페인을 하고, 자체적으로 인권상을 설립하여 인권보호 단체를 직접 지원하는 등,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것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삼는다. 이쯤되면 꽤 알만한 국제기구나 인권·환경보호단체가 연상된다. 그러나, 이는 전 세계 63개국 2,900여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자연주의 화장품 브랜드 더바디샵 The Body Shop 에 대한 설명이다.


“화장품 사업은 과대포장에 쓰레기를 양산하며 특히 여성들에게 거짓과 사기를 일삼아 이뤄질 수 없는 꿈을 파는 악덕산업”이라는 아이러니한 철학을 지닌 더바디샵의 설립자, 아니타 로딕 Anita Roddick (1942-2007)의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꾸고자 하는 노력이 기업을 환경브랜드 파워 세계 1위, 세계 30대 브랜드 파워로 만든 아이러니한 스토리를 들어본다.



배고픈 히피족의 생계형 창업에 영국이 주목하다


어려서부터 자연적인 요소와 인권에 관심이 많았던 아니타 로딕은 영국 리틀햄프턴 Littlehampton 에서 이탈리아 이민자인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며 사업에 대한 감각도 키웠다. 그녀는 영국에서 교사 생활을 하던 중, 세계 여행을 통해 원주민들의 열악한 삶을 목격하고 UN의 구호활동에 참여를 한다. *히피였던 아니타 로딕은 히피 남편과 결혼했는데, 결혼 후 남편이 2년 동안 아메리카 횡단 여행을 떠나며 그녀의 가족은 생활고를 겪게 된다. 그래서 생계형으로 작은 화장품 가게를 연 것이 더바디샵의 시작이다.

*히피(Hippie 또는 Hippy)는 1960년대 미국 샌프란시스코, LA 등지 청년층에서부터 시작된, 기성의 사회 통념, 제도, 가치관을 부정하고 인간성의 회복, 자연으로의 귀의 등을 주장하며 탈사회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1976년 '바디샵'을 시작했을 때, 아니타 로딕은 비즈니스 경험이 없는 젊은 주부였으나 시작부터 비상한 재주를 보인다. 예컨데 1호점 매장이 장의사 가까이에 위치해 있었는데 장의사 주인이 바디샵이라는 상호를 반대하자, 그녀는 지역 신문에 이를 알려 개업 첫날부터 주위를 떠들석하게 만들었다. 또한 용기 살 돈이 없어서 시작한 ‘리필 용기 재활용’과 이전에 사용되지 않았던 ‘천연 원료 사용’ 덕분에 더바디샵은 순식간에 영국 전역에 퍼져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과대광고 대신, 인간적인 신뢰로 팬을 만들다


아니타 로딕의 사업운영 방식은 당시의 고정관념을 뒤엎는 것이었다. 광고 비용은 최소화하고, 라벨에 과장된 문구보다는 주성분을 기입하며, 제품개발 시 동물 테스트를 하지 않는 등 윤리적인 사업경영 원칙을 지키며, 고객 대상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열성팬을 확보해 나갔다.

 

아니타 로딕은 이와 같은 사업 컨셉을 프랜차이즈화하였는데, 특이한 이력의 열성적인 추종자 집단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들 중 90%는 비즈니스 경험이 전혀 없는 여성이었지만, 아니타 로딕의 방식은 그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당시 사회분위기는 히피문화에 많은 영향을 받았는데, 그녀의 히피적 철학은 비틀즈 Beatles (비틀즈는 노래로서 히피문화의 확산을 도왔다)의 나라 영국에서 특히 공감대가 높았을 것이다.

 

아니타 로딕은 “떠들썩한 광고와 판촉 때문에 소비자는 점점 마케팅 전반에 대해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우리는 고객을 상대로 회사에 대한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이로써 회사는 인간적이 되고 고객은 자신이 잘 알고 신뢰하는 사람에게서 제품을 구매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또한, "바디샵의 성장은 성공하기 위해서는 꼭 요란한 광고전에 돈을 뿌릴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우리는 언제나 광고 대신에 입소문과 제품에 얽힌 이야기에 의존해왔다.···경쟁자보다 광고비를 더 많이 지출하려고 애쓰기보다 지역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것이 훨씬 더 우수한 마케팅 전략이 될 것이다."고 하였는데, ‘진실성’과 ‘신뢰’를 중요한 포인트로 생각하는 지금의 마케팅 기법을 이미 40년 전에 접근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경영자의 가치관이 기업의 가치를 높인다


경영이론이라곤 배워본 적도 없고 화장품 제조법도 몰랐던 평범한 여성이 어떻게 천연 화장품을 만들게 되었는지, 대대적인 광고 없이도 어떻게 소비자들에게 바디샵이라는 기업을 각인시키고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켰을까?


화장품 브랜드는 여성의 꿈과 희망, 즉 ‘아름다움’과 ‘영원한 젊음’이라는 판타지를 팔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미인을 활용한 광고를 통해 기업의 가치를 높인다. 그러나, 아니타 로딕은 머릿결 나쁘면 마요네즈나 바르라며, 동물 실험 반대, 공정무역 지원, 자아 존중 고취, 인권 보호, 지구 환경 보호라는 5가지 가치를 통해 소비자들의 공감과 참여를 이끌고 있다.

 

아니타 로딕은 더바디샵 재단을 통해 세계화 및 자유 무역에 대한 WTO 의제, 노동자들의 권리, 극빈층을 위한 재생 에너지, 지구 온난화 등 광범위한 사회문제를 다루며 사회 운동가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였지만, 진실된 아름다움은 자신감, 활력, 내면의 행복에서 비롯된다는 가치관을 알리고 실천한 것은 화장품 회사 대표로서의 그녀의 업적 중 가장 훌륭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아니타 로딕은 그녀의 활동 덕분에 "녹색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는데, 2003년에는 영국 왕실로부터 여성에게 주는 기사 작위인 데임 Dame 을 받기도 했다. 이와 같은 가치관 중심의 운영방식 덕택으로 더바디샵은 영국인이 가장 신뢰하는 브랜드가 되었으며, 전 세계 기업 대표들로부터 존경 받는 기업이 되었다.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의 탐욕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이다


일찍이 “기업의 유일한 사회적 책임은 주주의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라고 *밀턴 프리드먼은 말했고, 오랫동안 기업들은 기업의 ‘경제적 책임’만을 강조하며, 고객과 사회의 요구에 대해 수동적으로 대응했었다. 

*Milton Friedman(1912.7.~2006.11) 자유주의 시장경제 옹호자로 미국의 경제학자이자 대중적인 지식인


그러나, 금융시스템의 불안정성, 부의 불평등, 환경파괴 등으로 인해 기존 ‘시장경제 매커니즘’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면서, ‘지속가능성’이 전세계적인 이슈가 되었으며, 이에 기업은 정직한 기업윤리와 투명한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사회적 책임활동으로 평가 받는 시대가 되었다. 더불어 소비가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이에 바람직한 방향으로 소비하는 ‘윤리적 소비자’가 증가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은 기업의 신뢰를 결정하고 있다.

 

이제 기업은 그들의 사회적 영향력이 커진 만큼 기본적 책임 이상의 선good을 포괄하는 개념을 책임져야 하는 시대이지만, 아직 많은 기업은 본질적으로 변화하지 못하고 있다. 선한 기업이미지를 위한 최소한의 방어책이자 향후 위기 상황에서 보험과 같은 역할을 해 주길 바라며 형식적으로 실시하는 CSR 활동이 우리의 마음을 공허하게 하는 와중에


“나는 기업이란 강한 사람만이 살아남는 정글이라고 생각하는 낡은 사고방식이 얼른 바뀌기를 바랍니다. 기업은 책임 있는 사람만이 이끌어 갈 수 있는 공동체입니다. 기업의 가치관이 이야기 되고, 기업의 마음이 올바른 곳에 가 있다면 틀림없이 우리 모두를 위한 이익을 낼 것입니다.”


라는 아니타 로딕의 경영철학은 여전히 큰 울림이다.



시대를 앞서, 기업의 미래를 증명하다


그 동안 불황과 저성장, 환경과 인권 등의 과제를 풀기 위해 많은 시도가 있었고, 이제 세계는 기업가치와 사회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공유 가치 창출’이라는 새로운 움직임을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움직임은 여전히 더 많은 논의를 필요로 하지만, 변화의 움직임 속에서 기업가의 역할이 절대적이라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이제, 기업가는 비즈니스란 무엇이며, 기업가는 누가 될 수 있는지, 비전과 열정은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야만 한다.

 

“기업가는 변화를 선동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게다가 그들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자금과 권력이 있다. 또한 사회로부터 이윤을 얻는 회사라며 그 이윤을 사회에 환원시킬 책임이 있다”


는 단순한 명제를 실천하는 것으로 한 평생을 살았던 아니타 로딕의 이야기는 지금의 기업가와 기업에게 지향점과 더불어 영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왜냐하면, 이러한 단순한 명제를 실천하기 위해 자신의 개인적인 철학과 기업경영을 일관성 있게 통합한 기업가는 없기 때문이다. 그녀의 자서전 제목(Business As Unusual)과 같이 더바디샵과 같은 특이unusaul한 기업이 많아져 평범한usual 기업이 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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