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검열의 시간들

by 발렌콩

자기 검열의 시간들은 좋은걸까, 나쁜걸까. 내가 이곳에서 적는 본인 '검열 시간'은 기회가 많을 수록, 결국 좋은 거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내가 표현하는 검열은 '면접'이기 때문이다. 최근 N번째로 이행한 면접을 끝마치고 근처 카페에서 다시 한번 검열의 시간을 거쳐본다. 면접의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고 옹송그린 고갯짓 사이에서 그네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문득 궁금해지는 순간들이다.


내게 스친 기억들을 존중하는 편이다. 고로, 면접을 보기 전 기업 분석 보고서를 1장 내지 2장으로 작성해서 인쇄해가곤 한다. 이력서와 포트폴리오 외에 기업 분석 보고서를 내밀면, 그 순간 사무적이고 딱딱했던 면접관들의 인상이 부드럽게 풀어지곤 한다. 별 게 아니라고 얘기하면, 도리어 손사래치며 별 게 아니지만 이렇게 작성해 온 사람들이 드물다고 답해주며 고마워하면 내가 다 고마울 지경이다. 그들도 나를 평가하고, 나도 그들을 평가하는 것이 당연하다. 한 기업의 면접이 끝나면 나는 들고온 노트북으로 근처 카페에서 면접 후기를 작성한다. 내게 대했던 태도와 온화하거나 딱딱했던 표정들, 차분하고 신뢰적인 목소리들, 그리고 그들이 제시한 조건이나 경영 철학을 잘 기억했다가 빠짐없이 기록하는 편이다.

몇 개월만에 입은 미디 치마는 품이 많이 낙낙해져, 허리 부근에 옷핀을 꽂아야 했다. 그간 2개월 동안 진행했던 유산소 운동의 효과를 그제서야 절감하는 순간이었다. 잔머리없이 하나로 낮게 묶은 정갈한 머리칼을 매만지며, 향수를 더 꼼꼼하게 뿌린다.

낯선 순간을 불가피하게 경험해야할 때 내 손과 발은 아주 차가워진다. 가끔 맞댄 손등 피부에 스친 또 다른 반대편 손의 차가움에 나도 모르게 깜짝 놀라곤 한다. 극도의 긴장감은 이렇게 신체의 온도를 불균형하게 만들곤 한다. 그러나 다행이게도 진중한 시간이 비로소 시작하는 순간에는 그런 딱딱했던 마음들이 부드럽게 풀어진다. 부드럽게 오고가는 차분한 대화속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그 어떤 마음을 느끼면, 나는 맞댄 두 손을 잡고 스스로에게 다독인다. 그 손짓의 언어는 '잘했어.' 그리고 또 한 가지 '잘 하고 있어.'

이렇게 진중한 행사가 끝난 뒤에는 나는 몇 그램씩, 조금 더 성장한 느낌이다. 아, 이럴 때에 이런 표정을 지어주고, 이럴 때에 눈을 한 번 더 맞춰주고, 손과 발의 가지런함에 대해서 끊임없이 점검하며, 이 진중한 행사가 끝난 뒤에도 놓치지 말아야하는 예의와 목소리의 톤, 속도와 가지런한 웃음에 대해서 생각한다.

그동안 편히 쉬며 월급처럼 받아 모은 돈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그간 좋은 기회를 잡아 프리랜서로 일을 겸했고, 덕분에 편히 여행도 다녀오고 좀더 편하게 글을 쓰곤 했다. 어찌 되었든, 감사한 일이다. 쉬는 기간 동안 내가 진행하는 직무에 대해서 끊임 없이 놓지 않았다. 특히나 이쪽 분야는 트렌드에 민감하기 때문에, 최근 변동된 포털의 로직과 변동 사항에 대해서 끊임없이 숙지했다. 발굴했던 인맥망으로 인한 정보였지만, 같은 직군에서 일하는 친구들과 고견을 나누기도 했다. 직종과 클라이언트가 다를지라도 모든 일과 행위는 일맥상통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리고 이 글을 작성하고 몇시간 뒤,
원했던 곳에서 합격 통보를 받고 백수 탈출이 성공했다.

이제 겸손하고 겸허한 마음으로 새 회사에 적응 할 준비를 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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