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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렌콩 Jul 29. 2018

알콜스왑, 알콜솜의 유한성

내가 애정하는 필수템, 알콜 스왑 & 알콜솜

통상적으로 의료쪽에서나 쓰이는 알콜스왑.
이렇게 작은 정사각형 종이에 싸인 알콜스왑은
꽤 튼튼한 솜 조직으로 이뤄져있다.

찌익- 종이를 벗겨 알콜 스왑을 꺼내면 하얗고
작은 솜이, 알코올에 담뿍 묻혀져 축 늘어져 있다.

소주 냄새처럼 톡 쏘는 알콜 냄새는 덤이다.

나는 알콜스왑, 알콜솜을 좋아한다.

정확히는 알콜스왑으로

물건들을 닦는 것을 좋아한다.
평소 물건들을 깨끗하게 쓰는 편임에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주 쓰는

물건일수록 때가 타기 마련이다.

평소 알콜스왑을 여러통씩 주문해 두었다가,
가방이나 회사 서랍에 두어개씩 넣어놨다가
더러워진 물건이 보이면

쓰윽 꺼내 무심하게 닦아보곤 한다.

가끔 뭣 모르고 가죽 위에

알콜솜을 쓰윽 닦았다가 그 가죽의
색상과 똑같은 물질이

물감처럼 묻혀 기겁할 때도있었다.

그런 물건들은 최대한 주의하며,
대부분 플라스틱이나

고무, 자잘한 소지품들을 닦곤 한다.

알콜스왑이 제 기능을 발휘하는 건
특히 항상 소지하는 '핸드폰'을 닦을 때다. 

칼럼 기사에 항상 소개되는,

변기보다도 더러운 핸드폰, 시원하고 촉촉한

알콜솜으로 핸드폰을 깨끗하게 닦는다.
알콜이 금방 휘발되어 건조해져

뽀송뽀송해지기도 하고 가끔 하얀 솜에

묻어나는 회색톤의 때들이 육안으로
확인 될 때는 묘한 쾌감 (?)마저 치솟는다.

하여튼 나는 알콜솜으로

지인들의 만남에서도 허락을 맡고
그들의 핸드폰이나

파우치 속 립스틱, 카드 따위를 꺼내서
저 알콜솜으로 깨끗하게 닦아주곤 한다.

나는 분명 '결벽증'은 아니지만
확실히 그에 버금가는 민감한 '정리벽'을 갖고 있다.

나는 물건을 오래 쓰는 편이다.
헤지거나 낡을 법도 한데,

큰 무리 없으면 오래오래 잘 쓴다.

특히 항상 몸에 착용하고 챙겨야 하는 신발,

가방 각종 잡화들은 항상 신던것만 신고

매던 것만 매기 때문에 디자인이나
색상, 스타일이 거의 흡사하다.


간혹 너무 좋은 물건들은 그냥 똑같은거
여러개로 구입해서 돌려 사용하곤 한다.

심지어 위 거울처럼 잘 잃어버리거나
잊혀질 수 있는 물건들도

무리 없이 오래 오래 사용한다.

저 거울은 17살에 구입한 손거울로
현재 18년도, 딱 10년째가 되었다.

비록 10년 째가 되었지만,

 깨지거나 크게 더럽지 않고
거울의 기능을 온전하게 발휘 중이다.

17살, 고등학생으로 올라가던 무렵,

아트박스에 들러 각종 필기구와

공책들을 구입하며 작은 손거울도 샀다.

그 당시 3천원이었나,

1천 5백원이었나 가격은 기억 안 나지만
이 거울을 구입했던 기억만큼은 또렷하다.

프린팅이 다양한 여러 디자인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민트색 리본을 골랐고,

살짝 유치한 감이 없진 않지만

여고생이 들고 다니기에 무리없는 디자인이라고,
그 당시에 그렇게 생각했었다.

10년째 사용하는 손 거울

별로 대단치는 않지만
내가 한창 키가 자라던 시절에 구입한 거울이었다.

한창 사춘기에 시달리며, 외모 관리에 열 올리며,
진로를 결정하던 시기에 자주 들여다보던

작은 손거울을, 진로를 결정한 20대 중반까지

깨지거나 잃어버림 없이, 사용하고 있단 건

조금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10년 째가 된 소중한 손거울,

10년째 내 얼굴 비쳐주느라
고생많은 요 거울은

테두리 플라스틱이 헤져 때가 잘 묻곤 한다.

그래도 기쁜 마음으로  가방 한켠에서
알콜스왑을 꺼내 사방팔방 깨끗하게 닦아준다.

알콜스왑의 유한성,

 물건들을 더 오래오래 깨끗하게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이라고 해야하나?

깨끗해진 물건들을

더욱 애정하느라 잃어버릴 일도 적고,
가끔씩 알콜스왑으로 시간의 흐름으로

묻은 자연스러운 때를 닦아내며,

물건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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