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동된 무인카메라 속에는 온전한 자연이 그림처럼 흘려져 있었다.
그곳은, 맹수들이 먹다 남긴 뼈와 가죽들이 대지에 눌러 붙어 깨끗한 흙이 될 수 있는 곳.
그리하여 봉분 없는 무덤들이 썩어가는 그 시간조차 경건한 곳.
붉은 피가 자주 뿜어나지만, 누구도 죄가 될 수 없는 곳
인공적인 메아리를 만져보지 못한 숲들이 마지노선처럼 뻗어나는 곳.
흔하고 귀한 물고기들이 수명을 채워 자연사하는 곳.
인간들은 우연과 필연처럼 신기한 곳이라고 일컫지만 사실 아주 당연한 곳.
그 순간, 지뢰를 밟고 다리가 잘린 사슴 한 마리가
무인 카메라의 렌즈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잘린 다리는 굉음처럼 날아갔고, 제멋대로 헤쳐진
가날픈 살점은 풀린 털실처럼 애처롭다
사슴은 삼킨 울음 대신 물큰물큰 피어오르는
제 피 냄새를 맡으며 그 곳에서 가장 비정상적인 몰골로 느리게 죽어간다.
자연이지만 자연이 아닌 곳에서 사람이 뭔지도 모르면서
사람 냄새를 직감한 동물들이 이상하게 살아가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