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해저드

by 발렌콩

그곳 살림가구들은 익숙했다.


붉은 밥통 위엔 그보다 더 한, 붉다 못해

검은 피가 흩뿌려졌다.


칼부림을 목격하고, 마지막 비명을 삼켜버린

핏자국들이 느리게 굳어갔다.


노란 장판들과 흰 벽지에 들러붙은 분홍빛 살점들은

흡사 명화에 튄 먹물처럼 이상했다.


집 방바닥 위로 거대한 비닐과 약품들이 널브러지고

방진복 차림들이 익숙한 살림살이를 소독하는데

그 모습들이 아주 더뎠다가 곧 신속해지고

곧 시취만큼 독한 약들을 사방팔방 분사했다.


사실 사람이 죽은 이 집, 부엌에도 수저와 쌀이 있었다.

당연했고, 또 아주 당연하지만 이상하게도 식칼은 없었다.

이미 증거용 비닐 팩에 담겨 관공서에 보관 돼 있으리라.


시취는 죽음과 울음이 무색할 정도로 시종일관

바늘처럼 찔러댔다.


사연 많은 죽음들이 산 사람을 몰아낼 수는 없었다.

고독사한 몸뚱어리가 스스로 녹아 눈물처럼 흘러내려도

그 검고 진득한 액체가 노란 장판에 쉬이 스미면

그 장판을 쉬이 걷어내야만 했다.

특수 청소라고 불리지만 염을 하는 일이었다.


흔한 가정집, 그 익숙한 곳에서 하얀 그림자를

입은 낯선 사람들이 익숙했었지만 이젠

낯설어져버린 사람을 경건하게 지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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