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지상에서

by 발렌콩

어슴푸레한 달빛은 차가운 햇빛이었다.
지구에 익숙해진 육신이
태초로 돌아가는 유일한 시간.


어머니의 안락한 자궁 같은 새벽은
해이를 허락하는 평안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불이 꺼지고 어둠이 장막처럼
서서히 드리워질 때,
적막은 높이 뜬 달빛만큼이나 짙어졌다.


잠든 자와 깨어 있는 자가 뒤엉킨
지상에서, 어쩌면, 가장
시끄러운 시간일지도 몰랐다.


막 탯줄이 잘린 아기,


그 경건한 기쁨이 자벌레처럼 굳은
몸뚱어리를 유연하게 풀기도.


예고 없이 날아가 버리는 새처럼 영원히
눈을 감는 그 잔인한 슬픔의
부드러운 몸뚱어리가 자벌레처럼 굳기도.


이제야 숨을 돌리는 그네들은
그 고요 속에서 자꾸만
부풀어 오르는 애증과 형언 할 수 없는
감정들을 매만지며 자주, 울고 웃었겠다.


푸르고 촉촉한 이슬이
마른 대지에 흩뿌려질 때


새벽은, 꿈이라는 환각 속에서
동요하는 무엇들을 매듭짓는 찰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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