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나가 그려낸 최고급 초능력 소녀 민트의 이야기
줄거리 :
더 이상 인류가 인간의 한계를 알 수 없는 세계, 민트 갱은 새 시대로 나아갈 수 있을까?
이십 년이 넘는 시간 동안 글로써 대중과 소통해 온 작가 듀나가 6년 만에 선보이는 장편소설이자 독창적인 SF 미스터리 소설 『민트의 세계』. 2017년 창비 블로그에서 연재되며 큰 관심을 모은 소설로, 경찰의 시선으로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추리 미스터리 형식의 작품이다.
전 인류가 초능력을 갖게 된 2049년 대한민국. 시민들은 정부와 거대 기업 LK의 탄압에 시달린다. 그 혼란의 와중에 인천에서 봉기가 일어나고, 주역으로 10대 아이들이 떠오른다. 초능력을 지닌 아이들은 본격적으로 결집하여 각자의 팩을 결성한다. 그 속에서 단연 이름을 떨친 존재가 바로 ‘민트’다. 민트는 저마다 뚜렷한 개성을 지닌 이들을 규합해 초능력 엘리트 팩 ‘민트 갱’을 결성한다.
한편 거대 기업 LK의 본사 건물 안에서 뜻밖에 한 여자아이의 시신이 발견된다. 전직 형사 출신의 인력관리국 직원 한상우는 동료 최유경과 함께 죽음의 미스터리를 추적해 간다. 그리고 유해의 일부를 감식한 결과 시신의 신원이 민트임을 알게 된다. 한상우는 민트의 과거를 쫓아 가면서 서서히 돌이킬 수 없는 진실에 가닿게 되는데……
민트의 세계
저자 듀나
출판 창비
발매 2018.10.24.
SF, 추리 미스터리, 누아르 스릴러, 블랙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얼굴없는 작가 '듀나'(DJUNA)의 신작 장편소설 민트의 세계를 읽었다. 듀나는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다양한 소설과 영화 평론을 써내려간 얼굴없는 작가다. (개인인지 그룹인지 의견이 자자하지만 영화 평론 블로그를 몇편 읽어 본 바로는 여러 명의 여성 작가로 보인다.) 유명한 작가지만 듀나의 소설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6년만에돌아온 SF 미스터리 소설 '민트의 세계'
밝은 민트빛의 표지와 달리 소설의 장르는 SF와 누아르 스릴러를 넘나드는 기묘한 장르의 내용이었다. 특히 첫 내용부터 '덕트 안에서 불타버린 여고생의 시체'에 관련된 묘사에 깜짝놀랐다. 민트초콜릿을 연상시키는 아기자기한 책 표지와는 사뭇 달랐기에.
서사의 큰 주축이되는 진중한 사건들을 다루게 되는데, 전 인류가 초능력을 갖게 된 2049년 대한민국의 10대들의 사건은 흥미로웠다. 본인이 가진 엄청난 힘에 중독된 여자아이가 그 힘을 휘두르며 끝까지 진행하는 이야기인데, 소설을 읽으면서 먼치킨 영화 <마녀>가 떠올랐다. 민트의 세계 속, 큰 주축이 되는 캐릭터 민트가 마녀의 자윤역을 맡은 '김다미'의 모습과 흡사했다. (같은 10대 여자라는 점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때문에 영화 마녀 속 자윤을 상상하며 읽었다.
초능력 소녀 민트와 민트의 죽음을 쫓는 인력 관리국 한상우의 이야기를 시간과 시점을 넘나들며 흥미진진하게 펼쳐놓았다. 특히 주인공 민트는 이미 죽었고, 불에 탄 시체의 잔해 속 남아있는 손가락 하나만으로 사건의 진실을 파헤져간다.
홍대거리나 효창공원 등 익숙한 현재의 공간들이 등장하며, 다양한 초능력을 지닌 새로운 인간들이 무수하게 출현하고, 그들의 초능력으로 하여금 붕괴되는 그 익숙한 공간들이, 어쩐지 조금 이질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니까 즉 몰입감이 조금은 떨어지는 느낌? 한편, 난해한 세계관과 SF적인 요소들을 오히려 더 집중하게 하는 느낌? 하여튼 소설은 실상과 허구를 덧입혀 세계관을 새롭게 만든다.
SF 소설을 많이 읽어 본 사람들이 아니라면 민트의 세계 속 낯설고 많은 이야기와 수많은 캐릭터들의 서사에 쉽게 몰입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특히 뒷부분으로 갈수록 쏟아지는 정보와 사건들에 정신을 차리기 힘들 정도. 나 또한 집중력이 자주 흐트러져 책을 읽는 게 조금은 어려웠다. 그러나 이도 SF를 읽는 맛 중의 하나다.
“아직 학교에 다니고 있어야 할 아이들이 SBI 연구소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정체불명의 괴물들을 날려 보냈다. 아직 학교에 다니고 있어야 할 아이들이 대기업과 군대와 세상에 맞서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자기네들이 그럴 수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140장
2049년에도 여전히 소시민들은 대기업과 정부의 탄압에 시달린다. 때문에 초능력 팩을 구성한 갱들의 초능력 대결인 '인천 봉기'가 일어나고, 그 주역들이 어린 십대들이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잘 보지 못하는 사람은 언제나 너무 적게 본다, 마찬가지로 잘 듣지 못하는 사람은 언제나 너무 지나치게 듣는다. -니체
민트의 세계 속에 인용된 니체의 명언은 소설의 세계관과 주제의식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SF소설을 많이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SF소설은 거의 대부분, 지금은 아니지만 먼 미래에 언제든지 일어날 이야기라고 명명한다. 우리가 부득불 저지르게 되는 악행들과 어리석음을 교묘하게 꼬집는 형태로 진중한 경고를 보내지만, 그 과정을 통해 작가의 메시지는 뚜렷하다. 염세적으로도 느낄 수 있는 우울함일지, 놀라움의 연속일지, 아직 느껴보지 못할 기발한 상상들이 즐거울지는 책을 읽는 독자들의 몫이다.
민트의 세계 마지막 장 작가의 말은 심오하면서도 소설의 주제의식을 잘 보여주었다.
민트의 세계를 지은 작가 듀나는 "자신의 사고방식을 따르지 않는 후손들에 대한 증오와 공포의 역사는 깊다. 그들이 두려워 하건 말건 후손들은 배은망덕하기 마련이고 인류의 역사는 죽은 자들의 허망한 꿈이 학살당하는 과정의 기록"이라고 말했다.
난해하면서도 꽤 어려운 소설이었지만, SF소설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
-창비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민트의 세계』
출간 기념 듀나 인터뷰
http://ch.yes24.com/Article/View/373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