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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렌콩 Jun 17. 2019

정유정 작가 <진이, 지니>두 세계의 경계가 무너지다

소설  #7년의밤 #28 #종의기원 을 펴낸 #베스트셀러 작가 정유정이 3년만에 신작을 들고 돌아왔습니다.


특히 #내심장을쏴라 나 7년의 밤은 정유정의 동명소설로 #영화화 를 마치기도 했습니다.


저는 정유정 작가님들의 글을 사랑합니다. 매번 긴장감 넘치고 압도적이고 힘 있는 문장들, 한 세계를 이루는 첨예하고 조밀한 세계관까지, 작가를 열망하던 고딩이 시절에는 감명깊게 읽은 내심장을 쏴라 소설의 제목을 캘리그라피로 따라 그려보기도 했습니다.


다이어리 밑에 적은 위 캘리그라피를 기점으로 정유정 작가의 소설은 전부 다 읽었고 구입해서 책장에 나란히 꽂아두기도 했습니다. (아쉽게도 본가에 ㅠㅠ)


전작들이 고도의 긴장감을 자아내는 스릴러였던 반면 이번 작품에선 거의 시초에 가까운 #판타지 기법을 차용했다고 하는데요,


교통사고 직후 영장류 보노보인 '지니'의 몸속으로 들어간 '진이'의 영혼, 인간과 가장 유사한 DMA를 지닌 영장류와 사육사가 주고받는 교감을 신박하게 그려냈습니다.



"진이, 지니"

저자-정유정

출판사-은행나무출판사

책 소개


유인원 책임사육사로서 마지막 출근을 했던 날, 진이는 예상치 못한 침팬지 구조 요청을 받고 스승 장 교수와 함께 인동호 주변에 있는 한 별장으로 향한다. 구조 작업에 착수하려던 찰나, 진이는 겁에 질린 채 나무 꼭대기에 매달린 짐승이 침팬지가 아니라 보노보임을 알아챈다. 잊으려 애썼던 반년 전의 기억이 불현듯 떠올라 아찔해지지만 이내 정신을 가다듬고 구조 작업에 집중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보노보는 마취 총에 맞고, 진이는 의식을 잃은 보노보를 품에 안은 채 장 교수가 운전하는 차의 조수석에 탄다. 장 교수는 보노보에게 이름을 붙여주는 것이 어떠냐며 '지니'라는 이름을 제안한다.


평소 같지 않은 말에 그녀는 다소 뜨악해하지만, 입속말로 지니의 이름을 가만히 읊조린다. 진이, 지니……. 그때, 갑자기 도로로 튀어나온 고라니를 피하려다 차량이 미끄러지고, 가드레일을 사정없이 들이받는 사고가 난다. 그 순간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

생의 가장 치열했던 사흘,

눈부시게 다시 시작되는 삶의 이야기

숨이 멎을 듯한 진진함,

두 세계의 경계가

아름답게 부서지는 순간을 그리다.


소설가 정유정 (Jeong You Jeong) 소설가

학력 : 기독간호대학

수상

2009년 제5회 세계일보 세계문학상

2007년 제1회 세계청소년문학상







작가의 기존 전작들은 꽤나 현실적이었습니다. 물론 번뜩이는 진기한 소재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부분들이 많을 정도로 기발했지만 말입니다. 7년의 밤에 앞장엔가 뒷장에 그려진 소설 속 지명을 그려놓은 #일러스트 를 펼치며


'정말 디테일한 작가구나.'


라고 읊조렸었습니다. 다정하고 친절한 작가의 배려 덕분에 지명을 먼저 확인 하고 머릿속에 설계 해 놓은 채로 소설을 읽으니 더욱 이해하기 쉬웠고, 인물들이 생생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정유정 작가는 그런 작가입니다. 자못 친절하며 다정하고, 자신이 만들어 놓은 세계관을 허투루 쓰지 못하는 작가-


그런 작가가 이번에 차용한 소재가 판타지를 가미한 내용이라니 궁금 수 밖에.  수도권 인근 도시인 화양시에 벌어지던 빨간눈을 묘사했던 소설 28속에 등장했던 대형견들까지, 정유정 작가의 소설 속 세계에선 동물들이 자주 등장했다. 이번 신작에서도 어김없이 동물들이 등장하며, 이번엔 단순 등장이 아닌 #인간과의교감 을 섬세하게 다룹니다. 그래서 이번엔 무슨 동물이라고요?


5대 5 가르마가 선명한 검은 머리털,

검은 얼굴,둥글고 작은 귀,침팬지보다 넓은

이마,고릴라처럼 큼직한 콧구멍,살빛이 더

옅은 인중과 턱,겁에 질린 나머지 이빨이

다 드러나도록 당겨 올린 다홍빛 입술


침팬치와 비슷하게 생긴,  인간과 가장 유사한 DMA를 지닌 영장류 #보노보 입니다.


교통사고 직후 영장류 보노보인 '지니'의 몸속으로 들어간 인간 '진이'의 영혼, 인간과 가장 유사한 DMA를 지닌 영장류와 사육사의 두 세계가 그려내는 이야기입니다.


프롤로그

1부 무곡 1장 민주

2장 진이

3장 민주

4장 진이, 지니

2부 램프 5장 민주

6장 진이, 지니

7장 민주

8장 진이, 지니

9장 민주

3부 인동호 10장 진이, 지니

11장 민주

12장 진이, 지니

일주일에 걸쳐 조금씩, 읽어내려간 소설은 지니와 진이, 그리고 조력자인 #김민주 의 시선까지- 옴니버스 형태로 연결됩니다.


우연한 계기로 인간의 영혼이 보노보 #지니 의 몸 속에 투영되며, 인간 #진이 와 보노보 지니의 두 세계가 아름답게 부서집니다.

"괜찮아, 아가. 겁내지 마."

나는 필사적으로 다리를 버티면서 말을 걸었다.

다급했던 나머지 다시는 입에 담지 않으리라

결심한 말이 뒤따라 튀어나왔다.

"나는 네 친구야. 진이, 이진이."

아이가 돌연 비명을 그쳤다.

내 말에 귀를 기울이는 느낌이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느꼈다.

아주 신빙성 없는 느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왐바의 류는 보노보가 인간과 가장 비슷한 동물이라고 했다.

감성적으로도, 공감 능력 면에서도, 기억력 면에서도.

인간 내면의 감정을 침팬지보다 훨씬 더 잘 읽는다고 했다.

인간의 말을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말에 내포된

감정을 읽고, 반응하고, 기억한다고도 했다.

나아가 사건적 기억을 한다고 했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나는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어금니를 물고, 잇새로 숨을 마셨다.

왜 이러는 걸까. 왜 이런 환각들을 겪는 것일까.

의식을 잃고 있던 어느 순간에 팽나무 숲을

나돌아다니며  독버섯이라도 따 먹은 것일까.

아니면 아직도 팽나무 가지에 걸린 채로

일일 연속극처럼 계속되는 악몽을 꾸고 있는 중일까.


애송이도, 미래의 박사도.

그들의 휴대전화 번호는 아무리 애를 써도 기억나지 않았다.

나는 턱을 뒤로 젖히고 천장을 노려봤다.

이를 악물었으나 폭발하는 성미를 막을 수가 없었다.

너네 왜 이래? 다들 짰어?

날카로운 새소리가 내 안에서 터져나왔다.

목이 아니라 온몸을 뚫고 튀어나오는 칼날 같은 소리였다.

수백 가닥의 칼날들은 윙윙 굉음을 울리며

소용돌이치듯 방 안을 휘돌았다.



이 질문이 유효하려면 다음과 같은 조건이 전제돼야 했다.
나와 지니는 하나의 몸속에 혼재하는 두 개의 영혼이다.



시점이 선명해지자 나머지도 선명해졌다.
의심했던 대로, 나는 지니의 유일한 심리적 존재가 아니었다.
 지니의 자리를 대체한 것도 아니었다.
나와 지니는 하나의 몸에 혼재하는 두 개의 영혼이었다.
더 냉정하게 말하자면,

나는 침입자였다.

백수로 떠돌아다니던 #김민주 의 도움으로 자신의 몸을 되찾아가는 진이의 모습들, 보수금으로 1천만원을 계약하여 투닥거리는 부분은 소설의 초반 분위기와 달리 경쾌하고 재밌었습니다.


한편, 민주의 반응은 정말로 당연합니다. 자신의 말을 온전하게 알아듣고, 타자 판을 만들어서 #한글 을 완벽하게 작문하는 그 모습까지, 내가 민주여도 보노보 진이의 존재에 대해서 깊은 의구심을 품었을 것입니다. 의심의 벽을 겨우 무너트린 둘은 서로를 믿고, 사흘간 고군분투하며 의지합니다.

민주에게

뻔뻔하고 염치없는 얘기를 해야 할 것 같아.

나는 결국 채무이행을 못하게 되었다고, 방법이 없었어.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는데,

그만큼 하지 못했어.

하나마나 한 생각 만 자꾸 떠올랐어.

떠나기 전에 신이 내게 한 가지 일을 할 수 있게

허락해준다면, 그러니까 '다정한 그녀'의 목소리로

한마디만 말할 수 있게 해준다면,

그러면 나는 내 친구의 이름을 불러줄텐데.

가만히, 입속말로, 김민주.....라고.

추신 : 나와 지니는 오래오래 너를 기억할거야.

네 형편없는 노래도.



까꿍 놀이하며 자신의 아이를 회상하던 보노보 #지니 의 모습과 죽음을 앞둔 진이에게 생일축하 파티를 해 주던 감동적인 민주의 모습까지, 그리고 마지막에 떠나기 전 치열하게 남은 진이의 손가락 모습까지도.


소설을 읽는 내내 처연하고 슬펐습니다. 한없이 선한 인간들과 보노보의 운명들이 애달프기두요. 결국 마지막은 새드엔딩이지만 지니의 몸으로 되돌리기 위해 노력했던 #진이의노력 은 빛날 수 밖에 없습니다.


마지막 작가의 말로 하여금, 위 소설을 집필하게 된 생생한 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정유정 작가의 말


시간의 어떤 순간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버트런드 러셀


이 한 줄의 문장은,아주 오래전 어느 날로 나를 데려갔다.


3년 동안 투병하던 어머니가 내가 근무하던 중환자실로 내려온 날이었다. 의식이 완전히 사라졌고,몸은 외부 자극에 일절 반응하지 않았다. 위태롭게 뛰는 심장이 살아 있다는 유일한 증거였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어떤 순간'이 어머니에게 닥쳐오기까지 만 사흘이 걸렸다. 어머니 곁에 앉아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기억에 남아 있지 않았다.


엄마, 지금 어디에 가 있어?

29년이나 지난 그날 새벽에도 나는 그것이 궁금했다. 세 번의 낮과 밤이 지나는 동안, 어머니의 영혼은 어디에 가 있었을까. 무엇을 했을까.



정유정 작가는 처음으로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판타지 장르를 차용하여 이제껏 그녀가 선보여온 것과는 확연히 다른 방식으로 소설을 풀어냅니다.

 처음 시도해보는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거침없고 과감하게, 하지만 그 누구보다 섬세하고 부드럽게 상황과 인물을 매만지며 소설의 서사를 완성해나갑니다. 인간 진이와 민주, 그리고 보노보 지니를 둘러싼 그 관계속에서 고군분투하며 치열하게 움직였던 그 서사로 감동을 자아냅니다.

인간과 흡사한 보노보와 그와 흡사한 동물들이 #동물원 에서 인간의 욕심안에 갇혀 생활하는 굴레를 다시한번 상기 해 볼 수 있었습니다.

하단, 정유정 작가의 소설 작법을 발췌 해 봤습니다.




이름만으로 이제는 하나의 장르가 되어버린 작가.


'이야기의 힘'이 무엇인지 오감으로 느끼게 만들어주는 진정한 이야기꾼. 독보적인 스타일로 대중의 사랑과 문학적 성취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소설가 정유정에게 직접 듣는 소설쓰기의 비밀.


어떻게 하면 손에서 놓을수 없을 만큼 재미있는 이야기, 독자들을 압도하는 멋진 소설을 쓸 수 있는지 소설쓰기에 대한 궁금증을 모두 풀어드립니다. 소설쓰기에 대한 아주 사소한 궁금중부터 고난이도의 질문까지 여러분이 묻고 정유정 작가님이 답합니다.






Q. 정유정 작가님, 어떻게 문장을 생각하고 쓰시나요?

소설은 많은 문장의 얽힘이라고 생각하는데,  자연스럽게 그리고 재미있게 독자를 사로잡는 작가님의 문장에 저도 저렇게 쓰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과연 어떻게 그런 문장을 생각하고 쓰시는지 궁금합니다.


A. 제가 생각하기에, 소설은 이야기의 예술입니다. 이야기는 삶에 대한 은유이자, 인간에 대한 총체적인 규명 작업이고요.  문장, 즉 언어는 이를 수행할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도구일 것입니다.  따라서 문장은 이야기에 복무해야 합니다. 저는 문장의 미학성보다 정확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아름다우면서 정확하면 더 말할 나위가 없겠지요.)

소설 속에서 문장이 무언가를 표현하지 않고 그저 문장 자체로 빛난다면,  제아무리 아름다워도, 제아무리 멋진 경구라 해도, 절대로 남겨두지 않습니다.


Q. 정유정 작가님, 글의 첫 시작은 어떻게 시작하세요? 항상 모든 글을 쓸 때 마다 고민되는 것 첫 시작인데요.  항상 첫 시작을 시작하지 못해 글쓰기가 망설여질 때가 많습니다.  첫 시작을 어떻게 시작하세요?

A. 소설의 경우 주인공의 인생을 뒤흔드는 사건- 소설의 발단이 되는 사건 직전에서 시작합니다.  이를 테면 주인공이 퇴근길에 교통사고를 당한다는 게 발단이라면, 퇴근준비를 하는 장면에서 시작하는 거죠.

일반 산문을 쓸 때는 두괄식 글쓰기를 선호합니다.  주제를 함축하는 문장, 혹은 인상적인 서두를 던져두고, 이에 관해 차근차근 풀어가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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