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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렌콩 Mar 14. 2019

눈이부시게 10화 엔딩 "신선하지만 슬픈 충격"

이토록 눈부신 드라마

노인의 삶을 다루는 드라마에서 결국 마지막은 '병'이나'죽음'으로 끝날 확률이 높습니다. 노화됐던 몸이 갑자기 기상천외하고 불가사의한 힘으로 인해 다시 젊게 회복되는 먼치킨적인 장르가 아닌 이상, 공상과학소설을 다룬 SF가 아닌 이상은 불가피한 전개입니다. 어쩔 수 없는 순리이자 법칙관은 전개지요.


몸이 노화되면서 발생하는 잔병치레들, 그리고 그 어느 병마보다도 무서운 건 바로 기억을 잃어가는 악마의 병 "치매"입니다. 의학적 명칭으로 '알츠하이머'로도 불리는 치매는 기억을 잃는 것이 큰 특징이며 가장 소중한 사람들을 잊을 수밖에 없어 그야말로 저주받은 병입니다.


김혜자 한지민 주연의 JTBC드라마 #눈이부시게 의 충격적인 전말이 이번 10회를 통해 드러났습니다. 시간 이탈 로맨스라는 장르가 아닌, 주인공 혜자의 '알츠하이머' 질환으로 인한 착각이었던 겁니다.

노인들과 힘을 합쳐 준하를 구해내고, 그들이 향한 곳은 석양이 지는 바닷가였습니다. 시간을 돌리는 시계를 주웠던 바다, 그리고 해당 시계를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할아버지가 자신이 차고 있던 그 시계를 혜자에게 건네고 혜자는 시계 뒷면에 적힌 JH HJ의 이니셜을 보게 됩니다. 그 순간 혜자의 시간이 혼란스럽게 뒤엉키기 시작합니다.


위 드라마는 그동안 수많은 호평을 받아왔습니다. 누군가는 자신의 #인생드라마 라고 자신 있게 치켜세우기도 했고, 시간 이탈 로맨스라는 신선한 장르로 울고 웃기는 드라마로 시청률도 높은 편이었죠. 저 또한 열렬하게 챙겨보며 함께 울고 웃었습니다. 하지만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혜자의 친아빠 #안내상 의 묘한 표정, 다리를 다친 줄로만 알았던 안내상의 다리가 절단되어 의족을 하고 있던 모습까지, 간헐적으로 느껴지는 그 의미심장한 장면들에 의구심을 품고 있던 찰나였습니다. 모 네티즌은 주인공 혜자가 갑자기 늙어진 게 아니라 #치매 를 앓고 있는 것이 아니냐며 예상치 못한 #궁예 를 펼치기도 했습니다.


시계 뒷면에 적힌 JH HJ의 이니셜을 확인한 혜자가 뒤엉키는 시간 속에서 혼란스럽게 과거를 회상하는 모습들이 순차적으로 이어지자 누군가 미리 예견했었던 치매설이 그야말로 명확해졌습니다.


혼란스럽게 쏟아지는 혜자의 기억 속 결혼사진을 찍는 행복한 미소의 혜자와 준하의 모습들이 이어지고, 상복을 입은 젊은 혜자의 모습이 일련적으로 나타납니다.

그리고 멀리서 달려오는 엄마와 아빠는 웬일인지 혜자를 "엄마"라고 부르며 달려옵니다.


나는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습니다.


혜자의 힘없고 덤덤한 나레이션이 이어지며, 그동안 벌어졌던 모든 상황이 치매에 걸린 혜자의 기억들이 만들어낸 착각들이 그제서야 명료해졌습니다. 아빠 안내상의 착잡함이 담긴 묘한 눈빛, 딸이 갑자기 늙어진 현실에 비하면 너무도 태연해 보이는 가족들의 모습도, 그리고 뒤이어 이어지는 김혜자의 내레이션에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했습니다.


모르겠습니다.

젊은 내가 늙은 꿈을 꾸는 건지,

늙은 내가 젊은 꿈을 꾼 건지.



알츠하이머라는 질환을 더욱 명확하게 보여주는 대사입니다. 그 뒤엉킨 기억들이 결국 꿈처럼 생생하고 선명하다는 것임을 예상케 합니다. 치매에 걸리지 않았던 모든 이들을 쉽게 공감시키게 할 수 있는 함축된 대사였다고 생각합니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다시 아기 때로 돌아가는 것…


스물다섯 혜자는 70대 혜자의 과거였고, 준하는 요양원 의사였습니다. 엄마와 아빠도 자신의 아들과 며느리였습니다.


긴 꿈을 꾼 것 같습니다.
그런데 모르겠습니다.

젊은 내가 늙은 꿈을 꾸는 건지
늙은 내가 젊은 꿈을 꾼 건지

김혜자의 허망한 눈빛에 설명할 수 없는 진한 여운이 느껴집니다. 그동안 일어났던 모든 일들이 착각이었다는 것 사실만으로도 충격적이지만, 노인을 주제로 다룬 드라마에서 차용된 위 소재를 신선하게 비틀어 놓은 장치에서는 감탄했습니다. 한편, 뒤를 이어지는 장면들로 하여금 가끔 마음이 울컥, 벅차오르기도 했습니다. #스카이캐슬 혜나의 자살 만큼이나 충격적이었습니다. JTVC드라마 자꾸 이럴거니?


드라마 눈이부시게는 그야말로 눈이 부십니다.


인간으로서 느낄 수 있는 감정선을 섬세하게 건드리며 눈물과 감동을 일으킵니다. 그 어는 누구도 눈부시지 않은 하루는 없는 것처럼, 동의적인 의미로 눈물 때문에 눈이 부실거라는 의미로도 해석됩니다.


신선하지만 슬픈 충격 이토록 눈부신 드라마


바다에 홀로 선 혜자는 25살 과거의 자신과 마주합니다. 혜자는 알츠하이머 환자였습니다 그녀가 25살에서 70대 할머니로 갑자기 변하면서 그 사이의 기억은 모두 증발되었습니다. 그러나 과거의 기억 속 부부였음을 암시하는 혜자와 준하의 모습이 차례대로 등장합니다.


노을이 지는 아름다운 바다에서 자신들의 지나가버린 슬픈 청춘이 생생하게 이어집니다.



나의 인생이 불행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억울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당신과
행복했던 기억부터 불행했던 기억까지
그 모든 기억으로 지금까지 버티고 있었던 거였습니다.
그 기억이 없어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더 무섭습니다...

눈이부시게10회 말미에 밝혀진 시간 이탈의 진실은 지금까지의 전개를 단번에 뒤집는 반전이었습니다.


모든 것은 시계가 만들어낸 현상이 아닌, 알츠하이머에 걸린 혜자의 기억 속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그리고 거기, 젊은 혜자의 머리에 꽂아진 하얀 리본핀과 하얀 상복, 그리고 두 손으로 안고 있는 유골함으로 예상됩니다.

흔한 소재라도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될 수 있지요. 수많은 매체와 플랫폼에서 그야말로 우후죽순 범람하듯이 쏟아지는 컨텐츠들로 하여금 이제는 더이상 새로운 이야기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기존의 흔한 방식에서 약간의 변화나 다양한 기법들을 혼재하여 관점을 달리 만드는 것이죠. 창작 이론을 빌리면 즉, #낯설게하기 #이야기를비트는힘


드라마 <눈이 부시게>는 위 창작 이론을 아주 잘 보여줍니다. 여지껏 '치매'를 다룬 이야기는 많았습니다. (ex. #김수현 작가의 #수애 #김래원 주연의 #천일의약속 , #내머릿속의지우개 ,하나뿐인 내편 등등)


이렇게 치매는 TV나 드라마, 영화 소재로도 많이 사용될 만큼 익숙한 질환이지만 동시에 가장 두렵고 끔찍한 질환 중 하나로도 꼽힙니다.




#김혜자치매설 그동안에 드러났던 #복선들


눈이부시게 1화부터 지금까지 전개된 10회까지의 대부분의 내용들은 치매에 걸린 노인 혜자의 시점으로 전개된 내용이라 과거와 현재의 경계, 현실과 상상의 구분이 무척 애매합니다.


다음주 두 편을 앞두고 있는만큼, 그 두 편에서 그 모든 정황들을 더욱 명료하게 풀어낼 거라고 생각합니다. 김혜자 치매설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대표적인 복선들을 풀어봅니다.



▶ 짝사랑하는 종군기자 선배의 신혼집을 묻는 에피소드

혜자 : 거기에요 신혼집이?

선배 : 신혼집은 남아공이니까 그렇게 멀지 않지.

앙골라는 혜자 너도 알겠지만 내전 중이잖아.

혜자 : 아, 내전 중이잖아요 뉴스에서 봤는데..


앙골라 내전은 1975년 포르투갈로부터의 독립과 동시에 좌익과 우익의 권력 쟁탈전으로 시작된 분쟁으로 1975년~2010년동안 약 25년이 넘도록 지속되었던 내전



▶ 혜자 친구 상은이 부른 노래 장사익-봄날은 간다(1953년 발표곡)

장사익-봄날은 간다 (1953년 발표곡)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피면 같이 웃고 꽃이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새파란 풀잎이 물에떠서 흘러가더라 오늘도 꽃편지 내던지며

청노새 짤랑대는 역마차 길에 별이뜨면 서로 웃고 별이지면 서로 울던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이 외에도 늙어버린 김혜자를 바라보는 아빠 안내상의 묘한 표정, 트럭 계란 판매 녹음 등등이 있습니다.


최종 종영까지 2화가 남은 이 시점, 이미 예고편에서 여럿 장면들을 보여줬던 것처럼 과거의 기억들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충분히 예상하고 유추할 수 있습니다. 특히 혜자의 시계를 갖고있던 휠체어 할아버지의 표독스러운 젊은 표정을 보여주면서 준하의 죽음과 깊은 연관이 있음을 예고했습니다.


이승만에서 박정희로 이어지는 독재정권의 부조리함, 독재,군부정권 맞선 민주화 운동을 자세히 보여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유신헌법 철폐를 요구하며 박정희 전 대통령의 퇴진을 주장하며 고군분투했던 준하의 모습을 보여주며 준하의 이른 죽음에 대한 내용을 풀어갈 것입니다.


아마도 위 할아버지는 준하를 고문하여 죽인 부패 경찰일 것입니다. 실제로 배역 준하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와 정치인 의문사 사건이 위키트리에 게재되어 있습니다.


출처 : 위키트리

#장준하의문사사건

장준하 의문사 사건(張俊河疑問死事件)은 1975년 8월 17일, 대한민국의 언론인, 정치인 장준하가 강원도 포천시 약사봉에서 수상쩍은 정황 하에 변사체로 발견된 사건이다. 당시 유신정권은 하산 도중 실족사로 발표했으나, 사건 직후부터 박정희 정권에 의한 타살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1993년 민주당 진상조사위원회, 2002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이 사건을 재조사했지만 아직까지 타살 여부에 대한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이다.


결말까지 2편을 앞둔 눈이 부시게, 과연 혜자의 눈이 부시게 빛났던 슬픈 청춘을 어떻게 풀어갈지 무척 궁금하고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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