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저자천명관출판문학동네발매2014.01.15.
소설의 영역을 뛰어넘어
또다른 공간으로 들어간 천명관의 대표작!
장편소설 #고래 는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으로 농염한 묘사와 압도적인 서사로
세 여인의 굴곡지고 파란만장한 삶을 그려냈다.
가장 소설답지 않은 스타일로 이야기를 전개해가며
소설 혹은 이야기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관한
흥미로운 답변이 되어주는 작품이다.
노파와 금복, 춘희로 이어지는 세 여인의 삶을 영화,
드라마, 연극 등의 장르를 오가며 이야기가 펼쳐진다.
1부와 2부는 산골 소녀에서 소도시의 기업가로
성공하는 금복의 일대기를 중심으로 그녀를 둘러싼
갖가지 인물 사이에서 빚어지는 천태만상을 그리고 있다.
3부는 감옥을 나온 뒤 폐허가 된 벽돌공장에 돌아온
금복의 딸이자 정신박약아인 춘희의 생존과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담고 있다.
작가 천명관
인간의 길들여진 상상을 파괴하는 이야기의
괴물을 만드는, 소설계의 프랑켄슈타인.
1964년 경기 용인 출생. 골프숍의 점원, 보험회사 영업사원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 서른이 넘어 영화판에 뛰어들었다. 영화 「미스터 맘마」의 극장 입회인으로 시작해 영화사 직원을 거쳐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영화 「총잡이」 「북경반점」 등의 시나리오는 영화화 되기도 했으며, 영화화 되지 못한 시나리오도 다수 있다. 연출의 꿈이 있어 시나리오를 들고 오랫동안 충무로의 낭인으로 떠돌았으나 사십이 될 때까지 영화 한 편 만들지 못했다. 최종적으로 준비하던 영화가 엎어진 마흔 즈음, 먹고 살기가 너무 힘들어 동생의 권유로 소설을 쓰기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작가 천명관의 장편 소설집 #고래 를 드디어 다 읽었다.
이북으로만 총 848장에 달하는 장편 소설은 총 3부로 나뉘어져있고, 한 모녀(금복과 춘희)의 일대기를 첨예하고 정교하게 다뤄낸다. 워낙 명작 평을 받은 소설이기에 읽기 전부터 기대가 컸고, 읽으면 읽을수록 이 적나라하고 퇴폐적인 묘사들에 기막힐 정도로 깜짝 놀랐다.
순수한 독자의 입장에서는 영 기분이 좋지 못했고, (성적인 묘사가 너무 적나라해서 매우 불편했으며) 창작자의 입장에서 살폈을 때 진심으로 감탄했다. 새벽 내내 밤잠을 이루지 못하며 읽다가 읊조렸다. '천명관 미친거 아냐...?진짜 어쩜 이렇게 또라이처럼 잘 쓰지?'
이 음산하고 집요한 분위기의 소설은 실제로 벌어진 일이 아닐거라는 단언과 진짜보다 더 진짜같은 리얼한 묘사와 설명으로 인해 어딘가 그럴듯한 개연성이 느껴지기도 했다. 여혐 범벅에 여성을 다루는 형태가 몹시 저질임에도 독자를 책의 저편으로 끌고 들어가는 흡인력은 가히 탁월했다.
작가 천명관은 이 소설을, MA.약 빨고 집필한 내용이 아닐까 의구심이 느껴질 정도....? 군더더기 없는 흡인력 넘치는 문장도 그렇지만 그 단어와 문장에 내제된 기상천외한 스토리와 플롯은 가히 #영화적 이라고 느꼈다. 아니나 다를까, 천명관 작가의 내역에 대해서 검색하다보니 원래 영화 감독을 준비하다가 소설가로 등단하게 되었다고 한다.
천명관 작가는 시나리오 작가를 준비하던 중, 소설가로 전향했단다. 천명관이 소설가가 된 계기는 동생의 권유 덕분이었다는데, 당시 습작도 없었고 시나리오만 썼던 천명관은 얼떨결에 주변의 권유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는데 운 좋게 등단했다고 밝혔다.
천명관은 주변에서 "소설을 쓰면 '너무 영화적이다'라는 말을 들었고, 시나리오를 쓰면 '너무 문학적이다'라는 평을 들었단다. 소설 고래를 읽고나서 너무도 공감갔던 문장이다. 영화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만든 소설이니 가히 그런 평을 들을만도 하다. 그럼 천명관 작가의 작품은 영화와 문학 그 어딘가의 사이에 있단 뜻일까?
천명관 작가의 최근 근황을 살펴보니 영화를 찍고 있었다. 배우 #정우 가 주연을 맡았다는 영화 #뜨거운피
천명관 작가의 첫 감독 데뷔작- 문장이 아닌 영상으로 다뤄질 천명관의 영화는 어떨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작가로서 예민함, 관찰력, 내공을 다 갖고 있는데 그걸 연출적으로 풀고 있다. <뜨거운 피>를 선택했던 가장 큰 이유는 글이 좋아서였다. 조직폭력배 이야기이지만 그 안에 사람 이야기가 있었다. 표면적으로는 조폭이지만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나' 고민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말로는 쉽지만 표현하기는 어렵지 않나. 연기자가 고민하는 것도 그래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표현해야 하는데, <뜨거운 피>를 보면 그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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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고래에게 매료된 것은 단지 그 크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언젠가 바닷가에서 물을 뿜는 푸른 고래를 만났을 때 그녀는 죽음을 이긴 영원한 생명의 이미지를 보았던 것이다. 이때부터 두려움 많았던 산골의 한 소녀는 끝없이 거대함에 매료되었으며, 큰 것을 빌려 작은 것을 이기려 했고, 빛나는 것을 통해 누추함을 극복하려 했으며, 광대한 바다에 뛰어듦으라써 답답한 산골마을을 잊고자 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가 바라던 궁극, 즉 스스로 남자가 됨으로써 여자를 넘어서고자 했던 것이다.
금복은 생각이 깊은 여자가 아니었다. 그녀는 감정에 충실했으며 자신의 직관을 어리석을 만큼 턱없이 신뢰했다.
그녀는 고래의 이미지에 사로잡혔고 커피에 탐닉했으며 스크린 속에 거침없이 빠져들었고 사랑에 모든 것을 바쳤다. 그녀에게 '적당히' 란 단어는 어울리지 않았다. 사랑은 불길처럼 타올라야 사랑이었고 증오는 얼음장보다 더 차가워야 비로소 증오였다. 그녀는 걱정의 배 위에 두려움 없이 얹어놓았던 그 손으로 칼자국의 배에는 거침없이 작살을 꽂아 넣었다.
예컨대, 그들이 평생 맛보지 못한 우아한 정취와 로맨틱한 감정, '바람을 맞다'라는 새로운 표현, 미스 김, 혹은 미스 박, 또는 유 마담, 펄시스터즈가 부른 <커피 한 잔>의 전국적인 히트, 껌, 축구경기, 아메리칸 스타일, 혹은 블랙이란 이름의 만용과 쓰디쓴 후회, 죽돌이 혹은 죽순이란 신조어, 쌍화차, 미팅, 담배 소비의 증가, 성냥을 쌓거나 부러뜨리는 나쁜 습관, 퀴즈의 발달, 참새 시리즈, 구석자리에서의 키스, 벽돌 깨기, 킹 크림슨의 <Epitaph>와 신청곡을 적을 수 있는 작은 메모지, 디제이라는 새로운 직업의 등장, 오늘은 왠쥐, 라는 느끼한 발음, 배달과 티켓, 그리고 '여기 리필 좀 더 주세요'라는 잘못된 영어의 남용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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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우리는 이야기에 관한 어느 책에서 그 단서를 발견할 수 있다. 거기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우리는 우리가 하는 행동에 의해 우리가 된다.
이것은 인간의 부조리한 행동에 관한 귀납적인 설명이다. 즉, 한 인물의 성격이 미리 정해져 있어 그 성격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하는 행동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그의 성격을 알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것은 '과연 금복이 주인공이기 때문에 기적 같은 행운이 찾아 온 것일까? 아니면, 그런 행운이 찾아왔기 때문에 그녀가 주인공이 된 것일까?'와 마찬가지로 이야기 바깥에 존재하는 불경스런 질문이며 '알이 먼져냐, 닭이 먼져냐' 하는 것처럼 까다로운 질문이다. 하지만 이를 통해 우리는 적어도 금복의 행동을 설명할 수는 있게 되었다. 그것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금복은 늪지대에 벽돌공장을 지음으로써 무모하고 어리석은 여자가 되었다.